팔레스타인 30년만에 첫 지방선거

팔레스타인 30년만에 첫 지방선거

[연합뉴스 2004-09-03 04:49]

 

=자치정부, 지방선거 일정 공식 발표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 팔레스타인 지방선거가 30년만에 처음으로 오는 12월부터 수개월에 걸쳐 실시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자치지역 내 혼란상황을 종식시키라는 대중의 압력에 밀 려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첫 지방선거를 실시한다고 2일 발표했다.

자치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에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양대 이슬람 저항운동 단체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은 자신이 이끄는 최대 정파인 파타운동에 대한 이슬람 세력의 도전을 우려해 지방선거 실시 요구를 외면해왔다.

1994년 자치정부 출범이후 아라파트 수반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파타운동 인사들 가운데 시장을 임명해왔다.

그러나 최근 가자지구 등 자치지역에서 무정부 폭력상황이 벌어지고 아라파트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방선거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됐다.

자말 슈바키 팔레스타인 지방자치 장관은 오는 12월 9일 요르단강 서안 예리코 를 비롯한 36개 지방도시에서 선거를 실시하고 나머지 지방 자치체들은 3단계로 나 눠 2005년 12월 4일까지 선거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치정부는 오는 4일부터 선거인 명부 등록을 시작해 5주에 걸쳐 마친다는 계획 이다.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이스라엘 점령 치하이던 1976년 처음으로 지방 자치선거가 실시됐으며 가자지구의 경우는 지난 40년간 단 한차례도 지방선거를 경험하지 못했 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는 이스라엘과의 잠정 평화협정에 따라 1996년 처음으 로 총선이 실시돼 아라파트가 압도적 지지로 자치정부 수반에 선출됐다. 그가 이끄 는 파타운동은 88석의 자치의회에서 절대 과반석을 확보했다.

2001년에 실시하려던 총선은 2000년 9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 분쟁으로 연기됐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선거를 미뤄왔다.

자치정부 관리들은 이스라엘군의 검문소와 기타 보안조치들로 인해 선거가 정상 적으로 실시되지 못했다며 선거 연기 책임을 이스라엘에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관리들은 자치정부가 발표한 지방선거 일정과 관련, "허울 뿐 인 선거"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 수반이 보안기구를 비롯해 모 든 정부조직을 통제하는 상황에선 진정한 변화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지난달 의회 연설에서 자치정부가 "용인할 수 없는 실책"을 저 질렀다며 자치정부의 조직적 부패를 사과하고 정책과오를 인정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그 뒤로도 보안기구 혁신과 부패인사 처벌 등 의회가 제시한 개혁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개혁의 장애물로 비난 받아왔다.

지방선거는 팔레스타인 독립투쟁 지도자에서 독선과 부패의 원흉이 돼버린 아라 파트 수반의 권력기반에 가장 강력한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ar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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