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친구??

  • 등록일
    2004/09/06 11:03
  • 수정일
    2004/09/06 11:03
  • 분류
    마우스일기

영화 <오아시스>에 대해 장애여성들이 항의를 했었다.

장애여성을 천사같은, 성녀같은 존재로 대상화시켜서였나? 그보다 극중에 문소리 씨가

성폭행 아니라고 자기 의사표명도 제대로 못하고 장애여성을 바보같이 그렸다고 그랬던 것

같다. 앞의 이유도 포함해서 봐도 되겠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만약 어느 영화에서 은행원들의 비리를 신랄하게 비난한다면

은행원들이 들고 일어날까? 기분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그냥 넘어갈 것이다.

문제는 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이든 여자든 각자의 개성이 다르고

그럼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건데 고작 그런 영화 한 편이 사람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줄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꽁꽁 숨겨져 있기 때문에, 그 영화 한 편으로 또다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 때문에 장애여성들이 반발한 것이다. 영화보다는 장애인에 대해

무지하고 폭력적인 사회의 탓이다.

 

내가 가진 생각 역시 엄청나게 폭력적이었다. 장애는 종류가 많은데도 장애인, 하면

조용하고 수줍고 따뜻하고 천사같고 용서해주고 뭐 그딴 거만 생각했었는데 저 영화를 보고

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화들짝 놀랐었다. 장애인 중에도 당연히 재수없는 사람 미친 것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왜냐면 장애인이라는 특정 '인종'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천차만별인 장애의 차를 무시하고

'단일한 장애인'으로 묶어서 공통적으로 선량하고 따뜻하다고 생각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을 내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데에 놀라고 곧바로 "장애우"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그 전에 "장애우"에 대해서 잘못된 표현이라는 글을 읽었었다. 장애인은 모두 친구다, 그들은

한 주체이기 보다 우리가 친구해 줘야 하는 한 "객체"이다!!! 라는 뜻이 표현된, "정상인"의

"비정상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포함된 그 단어!!!!!!!! 가 아직도 비일비재하게 쓰이는 것이

난감하다.

 

어떤 소외받는 집단, 계급, 계층에 연대할 때 그들을 몽땅 알지도 못하면서 "친구"랍시고

무슨무슨 "우"라고 붙이는 게 가당키나 한가? 예를 들어 지금도 인종차별로 고생하는 흑인을

"흑우"-_-라 부르고 인디언을 "인디우"라 부르고 이주노동자들을 "이주노동우"라 부르고

철거투쟁을 하는 빈민을 "빈우"라 부르고... 대략 황당한 이런 표현은 전혀 쓰이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유독 장애인에 대해서만 장애우라 부르는 걸까??

그냥 어떤 대자보를 보고 생각나서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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