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여자

제목에서는 진보불로거 배여자님이 자꾸 생각난다. 땅의 사람님도 생각난다.

 

이런 영화를 봤다. 계급과 사회적 맥락이 다른 사람들이 다같이 재밌게 봤다.

 

맨앞을 놓쳤는데.. 농민 운동을 하는 세 사람과 그들의 남편, 가족 등 주변인들과 사건들을 찍은 영화.

 

정말 너무 재밌고 다 좋았는데. 일단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말 그대로 웃겨서 깔깔 대는 거 말야. 아무튼 나의 성격상 어떤 사람을 찍고 찍을 수 없는 건 인터뷰로 메꾸는 방식을 엄청 싫어하는데(그건 물론 어쩔 수 없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도 재밌으니까 너무 그냥 재밌었다; 오히려 인터뷰라서 나올 수 있는 얘기들도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마지막에 우린 모든 게 다른 사람이지만 여성이라서 이해할 수 잇다? 뭐 이런 나레이션이 있는데 사실 영화를 잘 따라왔다면 감독이 주인공들에게 언니언니 하고 부르고 관계가 깊어지는 게 간접적이나마 보여서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데 결국은 취향의 문제일지도. 그런 보편적인 '선언'이 그순간 그냥 보편적인 말뿐인 선언과 똑같이 들렸다. 취향이려나.

 

재미있고 슬프고(눈물 줄줄) 정말 잘 봣는데 중간에 내가 농민들이 상경 투쟁하려다가 톨게이트에서 막혀서 되돌아갔던 사건,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 얘기가 나오는데. 아 이 많은 투쟁에서 뉴스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디테일들을 놓치는가.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농산물 가격이 아무리 폭락해도 농민들에게 최소한 다음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만큼 정부/농협이 보장하라는 법이 필요하다며, 할머니들이 농촌의 힘이라고 북돋으며 (아마도) 가가호호 방문해 할머님들을 설득해 (영화엔 안 나와도) 성금을 모아 버스 대여하고 도시락 준비하고 했을 농민단체들은 톨게이트에서 경찰 군단의 제지로 결국 고속도로에서 멈추고만다. 한참의 실랑이가 있었겠지. 그뒤에 그들은 발언을 하다가 노래하고 춤추며 노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뿜었다 너무 재밌어서. 도저히 나는 그렇게 못했을텐데 화나고 짜증나던 순간이 모두 즐겁고 신나는!!!! 웃겨 죽겠는 놀이판으로 바뀐 것이다. 너무 좋았다.

 

암튼 그런 건 생각도 안 해보고 그냥 뉴스만 띡 보고 잠깐 확 분노하고 며칠 뒤 완전히 잊었던 그 일이었다. 짧은 문장 속에 지워진 구체적 개인들을 '상상하라'.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상상력이 부족해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연대도 마이 힘든 게 아니냐긔 그러는데. 나도 졈...

 

아픈, 너무 아픈 남편의 간호를 할 것인가 선거에 나갈 것인가를 두고 고뇌하다 결국 남편의 지지를 얻고 선거에 출마하신 한 분이 있었다. 모여서 출마를 결정한 사람들도 함께 힘들어하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게 너무 놀라웠다. 내가 아는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진짜 민주노동당을 희망으로 보는 사람들. 나는 그래서 정당들이 더 잘했으면 좋겠다. 자기를 믿는 사람들이 있잖아 정말로. 생각하니까 너무 슬프다. 암튼 이건 패스 ㅜㅜㅜㅜ

 

너무 슬퍼서 더 못 쓰겠다-_- 요즘엔 영화를 봐도 심지어 재밌게 봐도 하고 싶은 말이 없어서 영화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건가 약간 의기소침해졌었는데 참 쥬타. 보자마자 뭐라도 쓰고싶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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