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 등록일
    2012/05/18 00:59
  • 수정일
    2012/05/18 11:11
  • 분류
    마우스일기

엘리베이터를 이리저리 옮겨타고 있었다. ㅁ이 손을 잡고 이동할 때마다, 누군가 고의로 닫는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젖히고 ㅁ이를 이끌어 탔다. 뭔가로부터 쫓기는 기분이었지만, 거대한 재난으로부터 도망치는 건지 단순히 재난의 전조를 느낀 건지 알 수 없었다. 간신히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거대한 나선형 계단 옆 엘리베이터의 닫히는 문을 열고 허겁지겁 올라탔다. 마음이 놓였다 .엘리베이터에는 10층 13층 30층 50층 이렇게 띄엄띄엄 버튼이 있었다. 나는 30층과 50층 사이 어디쯤에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불안해졌다. 층수를 가리키는 불빛이 1층 2층 3층 5층 10층 그러다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려댔다. 10층을 지나자 속도가 빨라지며 아무 층에도 멈추지 않고 점점 빠르게 위로 솟구쳤다. 사람들은 술렁댔고 나는 엘리베이터가 발사될지도 모른다고 소리쳤다. 굉음을 내지르며 더 빨리 더 빨리 엘리베이터가 천장을 뚫고 정말로 발사되었다. 높이 더 빨리 솟구치며 혹시 대기권을 벗어나 우주로 가는 게 아닐까 기대했다. 하지만 곧바로 속도가 느려지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랬다 엘리베이터 상자는 대기권 어느 지점에 정점을 찍은 후 다시 더 빠르게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아 이제 살아날 가능성은 정말 없구나.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미련은 많이 남지만 어쩔 방법이 없다. 절망스런 신음 사이에서 나는 ㅁ이에게 꼭 매달렸다 우리 둘이 같이 이렇게 죽는구나. 나 아는 사람들 너 아는 사람들 뉴스 보면서 참 당황하겠다. 다른 수가 없이 몇 초내로 죽는다는 걸 받아들였지만 땅으로 곤두박치는 속도에 정비례해서 공포심도 커졌다. 눈을 감자 눈꺼풀에 빛이 새어들어와 별이 보였던 것 같다. 쾅. 땅에 쳐박히기 직전에 눈을 떴다. 꿈인데 그냥 꿈이었는데 꿈 속에선 꿈인 줄을 몰라서 깨고나서도 생생한 죽음에의 공포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새벽5시. 아직 이른 시간이라 조금 더 자고 7시에 눈을 뜨고 ㅁ이에게 전화해서 꿈얘기를 하였다. 자다가 내 얘길 들은 언니가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고 잠꼬대를 하였다. 저녁에 ㅁ이에게 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떤 기분이었냐고 물으니 모른단다ㅡㅡ 생각해보면 나는 죽음의 순간에 얠 꼭 붙들고 그나마 얘가 있어서 마음이 편했는데 얘는 나한테 한 마디도 안하고 미동도 없던 걸로 미뤄보아 자기자신 생각만 하고 있었던 듯...ㅡㅡ ㅎㅎ 5시에서 7시 사이에는 너무 슬픈데 눈물이 나지 않는 꿈을 꾸었다. 눈물도 나지 않을 만큼 슬프다니... 너무 슬퍼서 아까는 음악을 들으며 눈물이 나려고 했다ㅡㅡ 왜 꿈에서는 이것이 꿈이란 걸 항상 모르는 걸까.. 아니 뭐 이건 꿈이야아아아아 하고 깨난 적도 몇 번 있다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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