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 [그와 나]

  • 등록일
    2012/09/18 19:10
  • 수정일
    2012/09/19 13:18
  • 분류

오랜만에 김승옥을 읽었다. 가지고 있는 단편집의 가장 짧은 소설을 골랐다. 아름다운 문장이 읽고 싶었던 건데 기억했던 것 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작품마다 달랐던 걸까? 눈물이 날 만큼 김승옥을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김승옥처럼 쓰고 싶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내 문장을 고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글쎄 모르겠다. 이런 문제가 나에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지 너무 오래 돼서.

 

우리 애인은 자주 나다운 게 뭔데? 하고 맥락 없이 묻는다. 걔가 좋아하는 뭔가를 내가 디스할 때, 드립칠 때의 그 절반쯤 웃는 얼굴로, 나다운 게 뭔데?라며. 어느 순간부터 나다운 글쓰기를 할 수 없었다. 나다운 게 뭔데? 행간에 숨기는 것 없이 나오는대로 쓰기. 더이상 말하기도 구질구질하다.

 

아름다운 문장이 읽고 싶지만 가끔은 과잉이란 생각이 든다. 자기찬양처럼 내용적인 부분 말고 언어들이. 그래서 아름답지 않은 김승옥 문장이 좋았다. 가끔 어린 시절 읽던 책을 들춰본다. 왠지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싶은 생각은 잘 안 든다. 그때 다 못 읽은 책들이나 찾아서 읽어야지. 프루스트라든가, 프루스트라든가, 프루스트라든가.. ㅎㅎ 구식 유머는 언제까지나 나를 따라오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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