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오키나와 노트, MW

오키나와 가고 싶다<

 

혼 불어넣기
혼 불어넣기
메도루마 슌
도서출판 아시아, 2008

 

오키나와 출신 작가의 글을 읽는 건 기억하기로는 처음이다. 오키나와를 무대로 한 단편소설집이다. 

 

작품을 배치된 순서대로 읽어보면 왠지 이제 사라진 옛날의 오키나와가 그립다가 오키나와란 공간이 본토로부터 차별받고 있다고 해서 피해자로만 정체화할 수 있게 동질적이고 단일한, 그러므로 내부에서 평등한 집단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쉽게 여기든 저기든 다 똑같애, 뭐 그런 건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쓸데없이 일본 만화를 통해 오키나와를 이국적인(이미 일본이 나에겐 이국인데-_-) 정취로, 아름다운 풍광으로 이미지하고 있는 자로서... 뭐 그렇다고 반드시 꼭 그랬다고 할 수만은 없는 게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오키나와 투쟁에 대한 다큐도 옛날에 보고 그래서 꼭 그런 이미지만은 아니었다. 그냥 오키나와에 대해 모른다. 고 써 깔끔하게 -ㅅ-. 왜냐하면 나는 오키나와를 일본으로 생각해야 하는지 오키나와로 생각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다 정말 모른다. 그런데 이 소설을 보니, 나는 일본 만화와 특정 소설들을 엄청 좋아하면서도 한국, 심지어 내가 한국인의 정서랑 크게 맞닿아 있는 것도 아닌데도, 그런데도 나를 포함한 한국과 일본의 정서가 엄청 다르다고 생각해왔는데, 오키나와는 정서가 비슷하구나.. 적어도 나의 정서와 비슷하구나 신기하다. 왜 일본은 신들의 나라라고 하지 않는가. 이 책에도 생활에 녹아있는 미신적인;;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데 그게 일본 신들같지 않고 내가 한국에서 미신 믿는 거랑 비슷하게 느껴졌다.

 

특히 표제작인 <혼 불어넣기>. 일본 만화를 통해 이미징해왔던 오키나와 섬의 무당들과 느낌이 달랐다. 더 몸을 옹송그리고 더욱 더 작게 더 작게... 내가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 아무래도 역사적인 경험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도 한국에서 자란 나의 추체험은 일본 '본토'보다 오키나와에 가까운 것이다. 그걸 이 소설을 읽으며 처음으로 느꼈다. 좋아하는 것이 내 정서랑 비슷하다고 느끼는 일은 거의 없는데.

 

그리고 오키나와에 가려면 오키나와 말을 배워야 하나 진지한 고민이 드는데.. 오키나와에 가서 한국인이 일본말로 떠드는 게 어떤 의미일지... 모르겠는 것이다.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도 그렇고 <혼 불어넣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눈물이 조용히 나왔다. 그리고 <혼 불어넣기>랑 <투계>의 격렬한 싸움 묘사도 음.. 뭔가 하나가 하나이기만 한 게 아니고 겹겹이 쌓이고 깊고 깊게 오랜 시간을 두고 ... 뭐라는 거임 ㅠㅠ 글이 전부 좋았다.

 

굳이 민중문학이라는 게 아니어도, 아니 오히려 어떤 패턴화된 글을 싫어하면서도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글은 또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안성맞춤..< 이었음. 아 나의 천박한 말로 더이상 책을 욕보이지마 그만 써 -_-

 

책 제목을 검색하니까 책이 안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찾아보니 2쇄(인지 재판인지) 찍으면서 표제작이 바뀐 듯 하다. 사실 일본에서 나올 때 원제가 <혼 불어넣기>였는데 왠지 한국에선 두번째 단편인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을 표제로 삼았다가 다시 원제를 제목으로 삼았다. 왠지는 모르지만.. 바뀌면서 제목 디자인은 거의 안 한 듯한 느낌의;; 책 표지로 바뀌었다. 내가 가진 책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책을 선물해 준 무연에게 고맙심다. 찾아보니 메도루마 슌님의 다른 책도 두 권 더 나와있네 다 봐야긔.

 

오키나와 노트
오키나와 노트
오에 겐자부로
삼천리, 2012

 

어차피 일본 문학을 많이 읽은 편도 아니긴 하지만 뜻밖에도 이 책이 내가 처음 읽은 오에 겐자부로의 글이다.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을 다 읽고나서 오키나와에 대한 게 더 읽고 싶어서 저번에 사뒀던 이 책을 펼쳤는데 아뿔싸.. 나는 르포르타쥬같은 건 줄 알고 샀는데 전혀 아니었다. 작가가 오키나와에 자주 왔다갔다 하며 글쓰는 시점의 문제들을 다루지만 70년대 초까지 일본 본토와 오키나와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읽어야 재밌을, 작가의 생각을 적은 글이었다. 아주 기초적 배경만 갖고 있는 내가 읽기에 힘들었고, 문장 자체가 잘 안 읽혀서 읽은 문장을 거듭 읽어야 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다시 읽어보면 어려운 문장도 아닌데. 전체적인 상이 안 잡혀서 그런 것 같은데.

 

오키나와에 대한 다른 책들을 본 뒤에 다시 읽을 셈이다. 기본적으로 작가의 입장이 완전 수긍이 간다. 오키나와에 '연대'하는 일본인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작가가 얘기하듯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 쉽게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죄책감 따위는 오히려 독이다. 작가는 안주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오키나와로부터 거절당하고, 그 거절을 지지하며 곱씹고 괴로워한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으로 윤리적인 태도는 이런 것이다. 괴로워해 마땅할 상황인데 어떻게 괴로워하지 않고 나도 피해자입네 하면서 자기 치유나 하고 앉았나? 하지만 오늘날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태도를 건강하지 못하다거나 국가와 개인을 동일시한다거나 내가 하지 않은 일로 왜 괴로워하냐는 이딴 소리나 하고 앉았다. 실제로 이런 얘기를 꺼냈다가 이런 반응들을 받았었다. 이런 건 피학적인 것도 아니고 자존감을 붕괴시키기 위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직 나는 이런 얘길 할 자격은 없는 것 같으니 이쯤 하자 자격 있는 자가 이런 소릴 하는 걸 보니 참으로 반가운가봉가

 

여러모로 오에 겐자부로가 보여주는 '본토'의 반응은 끔찍한데 특히 오키나와에 연대하는 이들마저 '본토의 오키나와화에 반대한다'는 슬로건을 걸었다는 게, 정말 쓰레기같다. 전반적으로 그냥 읽다가 이 부분은 너무 화딱지가 났다. 이 말은 오키나와가 어떤 상황인지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리고 오키나와는 그래도 되고 본토는 안 된다는 생각을 거짓없이 드러낸다. 진짜 추하다.

 

지지난 주에 베트남 반전 운동을 하며, 일본으로 와 탈영하는 미군들을 돕는 활동을 했던 JATEC의 활동가의 발표에 참가했따. 일하느라 대왕 늦어서 상황 파악 못 하고, 탈영 병사들 면접을 위해 베트남에 왔다갔다 사람을 파견했냐는 엉뚱한 질문을 던졌는데 공중에 하이킥을 날리고 싶다 -_- 암튼 가기 전에 나는 그런 건 줄 알고, 우와 이런 운동이 있었는데 나만 몰랐어? 우와 이랬는데;; 아니었긔. 암튼 대부분의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에 있는 상황에서 오키나와랑은 어떤 연대가 있었는지 궁금했지만 이미 멍청한 질문을 해버려서-_- 질문을 못 했다. 그리고 다소 공격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안 했다. 질문을 할 걸 그랬다. 이 책 읽으면서 그게 계속 궁금했다 반전 세력은 오키나와 문제에 어떤 입장으로 어떻게 운동했는지. 그리고 미국에 점령당했다 본토에 반환되기 일보 직전이었던 당시에 도대체 오키나와에서는 그 운동을 어떻게 평가했을지도 상당히 궁금하다. 내가 공부를 많이 해서 직접 알아내자<

 

뮤 MW 1 뮤 MW 2 - 완결
뮤 MW 1
테츠카 오사무
에이케이(AK), 2009
뮤 MW 2 - 완결
테츠카 오사무
에이케이(AK), 2009

 

일본만화에서 오키나와를 주로 접했기 때문에 집구석에 만화를 뒤져보다가 불현듯 MW가 떠올라서 만사 제끼고 이것부터 다 읽었따;; 먼저 이 훌륭한 만화가 절판된 것에 아쉬움을 표한다. 너무 느므 아쉬워

 

테즈카 오사무 사마는 1969년 7월 8일에 있었던 미군의 카데나 탄약고의 독가스 유출 사건을 가져와 오키나와 어딘가의 가상의 섬(같다 검색해도 안 나옴) 오키노마후네(沖之船)섬의 주민 800명이 집단사한 것을 극화로 만들었다. 이때의 독가스가, 니네들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본토로 이전해 왔다교!! 그래서 당시 오키노마후네 섬의 유이한 생존자 중 하나인 유키는 독가스 후유증으로 뇌의 어떤 부분이 망가져서 인간성을 잃고 순수하게 악마가 됐고, 살인, 섹스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해 독가스를 손에 넣고 인류를 절멸시키려 한다

 

이 바탕이 되는 사건에 대해 좀 알아보다가 일본어 읽기 싫어서 관뒀다. 작품에선 미국을 '어느 나라'라고만 하는 것도 재밌었다. 처음 읽었을 땐 몰랐는데, 작품에서 독가스를 본토로 이전시키는 게 굉장히 통쾌했다. 아무튼.. 이 만화 진짜 재밌는데 ㅠㅠ 다음에 실제 사건, 특히 고자(오키나와시의 이전 이름) 폭동에 대해서 좀 찾아보긔.

 

오키나와 가야지 내년에. 가서 어딜 가고 누굴 만날지 벌써부터 대왕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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