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여성 자살특공대'를 만나다

[주간조선 2004-06-02 17:58]

 

20대 초반 160cm 가량의 기·미혼 여대생들… “아이·형제 사살돼 순교 지원했다”

 

그날 아침도 당나귀 마차와 사람들의 웅성대는 소리에 잠을 깼다. 가자지구(이집트와 이스라엘 접경 지역으로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의 아침은 항상 그런 식으로 시작된다. 내가 머물던 곳이 지중해 항구 근처라 새벽부터 마차에다 생선 값을 흥정하는 어민들의 부산스런 소리 때문에 자연스레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불안한 마음으로 그들 사이를 연결해 주는 친구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차에 그가 전화를 했다. “진, 지금 당장 칸 유니스로 가자”라고. 칸 유니스는 지금 이스라엘군이 대대적으로 군사작전 및 가옥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는 라파 바로 북부에 위치한 도시. 이 곳에서도 가옥 철거작업이 수시로 벌어진다. 칸 유니스의 한 가정집에 들어갔다. 모든 것이 극비에 부쳐진 상태에서 여성들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모두들 아무 말도 안하고 있어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친구가 잠시 다른 방으로 오라고 한다. 그 방으로 가보니 세 명의 아담한 체구의 젊은 여성이 얼굴을 가리고 무기를 든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가 말했다. “진, 우리는 30분의 시간 여유도 없다. 빨리 촬영을 마쳐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이들을 촬영해 나갔다. 이들 여성은 왠지 무기를 다루는 게 서툴러 보였다. 한 명은 들고 있던 수류탄을 떨어뜨리기도 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다른 여성들이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잡고 있는 모습은 무장단체 요원치고는 어눌해 보였다.

 

촬영을 마친 뒤 그들을 데리고 온 한 남자에게 물어보니 이 여성들은 다름아닌 자살특공대 요원이었다. 그들이 속해 있는 단체는 아라파트 수반의 파타 운동 민병대인 ‘알 아크사 순교자여단’이며 그들은 ‘선택된 부대(The Chosen Unit)’에서 ‘순교자 임무(Martyr Mission)’ 수행을 위해 훈련 받고 있는 20대 초반 대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나에게 “신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함께 온 그 남자는 알 아크사 순교자여단의 훈련대장이자 칸 유니스 지역 파타 운동 중앙위원회 핵심 간부. 그는 현재 이 세 명의 여성 외에도 20여명의 여성들을 6개월 동안 훈련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특공대에는 놀랍게도 기혼과 미혼 여성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왜 이 여성들은 자살특공대에 가담했을까. 훈련대장은 “이 여성들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아이와 형제들이 죽는 것을 보고 자살폭탄 전담반에 자원했다”고 밝혔다. 이날 만난 여성 중 나자(23)는 오빠 두 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한다.

 


자살폭탄범이라면 보통 턱수염을 많이 기른 험악한 인상의 테러리스트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여성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 여성이고 한 가정의 딸이다. 촬영 도중 스카프로 가린 내 머리에서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흘러나오자 나자가 웃으면서 다가와 머리카락을 다듬어 준다. 그들은 촬영이 끝나자 “만나서 반갑다” “고맙다”라고 말한 뒤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어딘가를 향해 거리로 나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자지구를 비롯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인에 의해 사망한 아랍인을 ‘순교자’라고 부른다. 이들 여성들도 자신들은 ‘순교자’가 될 각오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왜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분쟁은 한창 꿈을 이루어야할 여대생들까지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일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지만 팔레스타인 지역은 예로부터 종교와 영토 분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었다. 특히 1880년대부터 유럽에서 시온주의가 대두되고 나서 유럽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이 지역의 영토권을 주장, 1948년 독립국가인 이스라엘을 선포하고 나선 더욱 그렇다.

 


자살폭탄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대응방법이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죽음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4월 17일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과격 무장단체 하마스의 두 번째 지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가 암살당한 뒤 며칠 후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과 팔레스타인인 난민촌 접경 ‘베잇 라히야’라는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난민촌으로 탱크와 장갑차를 몰고 들어온 적이 있었다. 사흘간 동네 남자아이들과 청년들은 투석전을 벌였고, 이 가운데 15명의 희생자가 생겼다.

 

현 중동 분쟁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베잇 라히야에서 가자지구로 돌아오던 그날 한 팔레스타인 친구가 한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우리 모두는 어차피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나 고생을 하고 죽느니 차라리 총 한 방에 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희망이 없다. 그러니 편안하게 죽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라고.

 

팔레스타인=글ㆍ사진 정은진 코비스 사진기자

 

 

----

우와 쇼킹하다

주간 조선에도 이런 게 실리네-_-;;

그렇지 않아도 여성 자살공격단은 없는지 궁금했었는데.

팔레스타인, 그 위험한 칸 유니스까지 가서 이렇게 기사도 쓰다니 정말 놀랍다. 아니면 조선일보라서 당당한가?

 

문제의식이 약간 부족하다고 생각도 들지만, 마지막 말이면 누구나 충분히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는 저 '순교자'라는 개념이 너무 무섭던데... 이 얘기는 나중에 써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