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름, 팔레스타인

  • 등록일
    2005/04/05 09:21
  • 수정일
    2005/04/05 09:21
  • 분류

꽃 이름, 팔레스타인



                                                    경 종 호





올해도, 고향엔 칡꽃이 흐드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계집 아이 몇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놉니다. 고무줄이 튕튕 울릴 때마다. 호박이며, 박이며, 수세미 꽃이 핍니다. 어느 새 검정 고무줄에도 꽃이 피어, 달맞이꽃으로 피어, 계집 아이 몇은 노래를 부르며 툭툭 튀어 오릅니다. 미사일 날리듯

양지바른 골목길 벽돌 속에 아비와 오래비를 묻고 옵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은 예루살렘으로 흐르는 계곡마다 넘쳐나는데 칡넝쿨 얽힌 이국의 틈으로 어김없이 달은 떠오릅니다. 어김없이 총알은 밀알처럼 떨어집니다.

폭격기가 지나간 바위 밑 두 눈만 깜박이다, 꿈벅거리다, 풀이 되고 나무가 되어 버린 못생긴 계집 아이는 어느 새 어미가 되고 전사가 되어 아이를 안고 모래 틈을 가로 지르며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 여자의 군화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바위를 덮고, 돌산 넘쳐나는 꽃이 피었습니다. 동방 외간 사내가 보내는 꽃, 생리를 하고, 배란이 지나 생산을 하는 동안에도 그 꽃이 신화(神話)보다 더 질긴 꽃이었음을, 옆구리에 낀 아이가 그 꽃을 닮았다는 것을 몰랐어도 그녀는 좋았습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게시판에서 읽고 너무나 놀랬는데.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내가 읽은 현실문제 아니 정치적 문제에 관한 시나 솔직히 말하면 생태시 계열도,

그러니까 좀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시인 경우에 말이지,

마음에 드는 것이 별로 없었다. 아니 솔직한 마음으로 못 썼다고 생각했다.

잘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원더풀ㅠ_ㅜ)b

조금 길지만 판떼기로 만들어도 좋을 듯. 이미지를 시각화해 보고 싶었으나 못하겠음=_=

 

신승원은 다른 데서 시를 읽고 나에게 얘기해줬다. 마침 나도 그 날 읽었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신승원이 좋다고 해서 더더욱 무한하게 좋아졌다 ㅋㅋ

 

신승원이 이 시인의 앞으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는데 스스로 괴로워서 계속 이런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란 얘기였다. 으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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