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

  • 등록일
    2005/09/26 13:08
  • 수정일
    2005/09/26 13:08
  • 분류

너의 앞에서는 우둔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좋았다

백년이나 천년이 결코 긴 세월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사랑의 테두리 속에 끼여있기 때문이 아니리라

추한 나의 발 밑에서 풍뎅이처럼 너는 하늘을 보고 운다

그 넓은 등판으로 땅을 쓸어가면서

네가 부르는 노래가 어디서 오는 것을

너보다는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추악하고 우둔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너도 우둔한 얼굴을 만들 줄 안다

너의 이름과 너와 나와의 관계가 무엇인지 알아질 때까지

소금같은 이 세계가 존속할 것이며

의심할 것인데

등 등판 광택 거대한 여울

미끄러져가는 나의 의지

나의 의지보다 더 빠른 너의 노래

너의 노래보다 더한층 신축성이 있는

너의 사랑

 

 

-김수영

 

 

 

요즘엔 이 시를 자꾸 읽고 있다. 우둔한 얼굴 이라든지 넓은 등판으로 땅을 쓴다든가 하는 것은 마치 신승원이 나에게 하는 말들과 비슷하다. 과자를 먹으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십오세 뎡야힝,같은 말이랑 비슷하다. 그 외에 미끄러지는 의지 부분이 신승원의 나약한 의지와 비슷.. ㅋ

 

마지막 부분은 되는대로 쓴 것같은.. 미끄러져가는부터 별로... 아니 오히려 그 부분이 완전 시고 뭐고 없이 자기 마음을 자연스레 쓴 것 같은데 그래도 별로..-_-;;; 앞부분이 좋아. 첫문장이 좋아. 추악하고 우둔한 얼굴이 좋아. 그 밖에는 잘 이해가 안 된다. 가끔씩 남들이 당연히 이해하는 시를 전혀 이해 못 하고 혼자 좋아하는데 그럴 때랑 비슷한 듯.

 

옛날에는 하...... 그림자가 없다,를 무척 좋아했다. 우리의 전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명쾌히 묘사하던 시는(묘사도 너무 좋고) 마지막 민주주의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면서 돌연 마사루같은 분위기로 바뀐다.

 

하...... 그렇다......

하...... 그렇지......

아암 그렇구 말구...... 그렇지 그래......

응응...... 응...... 뭐?

아 그래...... 그래 그래.

 

크으 이거 너무 웃겨. 좀더 허탈한 표현이겠지만 그냥 웃기다=ㅂ= 완전 공기빠진 마사루얌.

 

가끔씩 어떤 문장은 적어다니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대체로 자기 말투로 자연스럽게 쓴 것 같다. 그리고 가끔씩 진짜 못 썼다-_-;;; 싶은 시도 있어서 웃기다. 시 쓰는 걸 대단히 여기지 않고 아름다움에 구애받지도 않는 진짜 멋진 사람☆인 것 같아~ 옛날에 신승원이랑 같이 살게 되면=ㅂ= 김수영이 부인이랑 그랬듯이 맨날 술을 마시자는 얘기했던 게 불현듯 떠오른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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