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드

플라워flower 

폴리네이션pollination

니드need

 

코노하라 나리세상의 소설을 쭈욱 읽고 있다, 좋은 것도 있고 아주 좋은 것도 있고 아주 별로인 것까지,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은 몇 가지 없는데 여러 가지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게 경이롭다.

 

원래는 몇 가지 키워드로 작품들을 엮어서 분석하려고 했는데 플라워 씨리즈에서 두 손 들었음;ㅁ; (본인이 뭔가를 분석하는 것은 마음이 이입 안 됐기 때문에 가능하답니다. 그래서 마음 이입 안 하려고 엄청 노력하지만 거의 안 됨-_- 뭐 나중에 할지도 모릅니다)

 

플라워는 굉장히 평범했다, 요새 한번에 많은 소설을 읽느라고 등장인물 이름 못 외우는 것에 반해 주인공인 타니와키는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 <시가테라>의 귀잘린 녀석과 이름이 같아서 외울 수밖에 없었.. 상대방은 성은 모르겠고 이름은 아키라... 아키라라는 이름을 잊을 순 없지:)

 

읽을 때의 느낌은 <안녕,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가 가장 좋았다. <사요나라,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라고 번역한 것도 좋다. 둘다 좋다. 제목 문장을 참 잘 썼다, 남들처럼 나도 1부로만 끝났어도 좋을 듯 했지만 역시 2편에서 맺어지는 게 좋긴 하더라 막판에 리듬을 잘 못 탔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플라워를 읽을 때는 지루했다 능력있는 섹스 매니아의 패트 길들여 가지고 놀다 버린 후 그 패트는 죽기라는 평범한 스토리, 대체로 패트가 죽지 않은 스토리가 훨씬 많지만, 타니와키가 꼴좋다는 생각보다는 자기가 패트를 사랑했음을 패트의 죽음 후에 깨닫고 무너지는 것은 죽음이라는 자극이 단순히 깨달음을 주는 촉매제가 아니라 자극 자체가 전부인 게 아닐까. 그 자극이 없었으면 패트를 사랑한 것을 평생 못 깨닫는 게 아니라 죽지 않았다면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고(사랑의 소급효=ㅅ=) 죽음 자체로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뒀다. 깊은 생각은 못 하겠음;

 

그리고 아무생각없이 본 폴리네이션과 니드, 아주 뻔할 뻔자로 타니와키는 아키라와 묘하게 닮은 자폐 재수생을 새로운 패트로 삼고 그에게 빠져드는데 사랑이라든가 배려, 다정함이라는 감정이 혼란스러운 유우야는 타니와키를 거부하고, 타니와키는 사막을 걷는 심정으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유우야에게 헌신을 다 한다.

 

근데 아직도 내가 할 얘기 본론은 안 나왔음-_- 코노하라상은 대체로 본편은 적극적으로 사랑을 느끼는 측의 시점으로, 외전은 사랑을 받고 서서히 변해가는 측의 시점으로 글을 쓴다. 플라워는 사랑을 잃었음을 깨달은 타니와키의 절망, 폴리네이션은 타니와키의 새로 찾은 패트에 대한 사랑, 니드는 패트 유우야의 혼란을 보여준다. 유우야는 자폐라는 설정때문에 실은 좀 조마조마했다. 자폐를 이해하는 체 할까봐. 유우야의 마음의 소리가 잘 표현되었는지 어쩐지 나는 모르지만 최소한도로 완급 조절을 잘 했다고 본다, 넘치게 아는 체 하지 않고 분수를 아는 체 움츠러들지도 않고, 정말 이런 게 힘든 건데.

 

유우야의 마음의 시점에서 타니와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살며시 웃는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허억... 이걸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ㅁ; 끝내 죽은 아키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막에서 아무것도 찾지 않는 심정으로 가늘게 뜬 눈으로 유우야를 사랑하는 것이 서글프다는 말은 너무나 과잉언어고 음.. 그렇다는 거다-_-;; 낮에는 그 눈매를 몇 번이나 그려보다가 왼쪽눈은 성공했는데 도저히 대칭을 이루는 오른쪽눈을 그릴 수가 없어서 대낭패..했다.

 

글로 읽었을 뿐인데 눈에 선연한 그 표정이 가슴에 스몄다.(오액 스몄다니 완전 느끼한데 대체단어를 못찼겠..) 어떤 작품을 읽고 한가지가 오래 잊혀지지 않고 마음에 머무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특히 나처럼 기억력이 안 좋아서 메모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특정 시기가 아니면 찾지 않는 신파빔을 쏘아 마음에 담기는 것은 우주적으로 아름다운 사건이다. 위에 쓴 문장 안녕,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와 유우야를 바라보는 타니와키의 표정, 아름다움을 한가득 안고 나 오늘은 잠이 드네. 아름다운 것이라는 소설도 있던데.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글을 찾기가 힘든데, 며칠간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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