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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 1권 읽는 중

** 이 글은 겁나 스포일러를 함유할 수밖에 없으니 알아서 피하쇼잉 게다가 쓰다보니 내용도 겁나 쓸모없음 오직 나를 위한...;;**

 

일요일이다! 햄볶하다! 내일 팔연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는 4화를 보고 있겠지! 나 자신이여!! 햄볶는 나자신아!!

 

이전에도 힘써 스포일러를 당해왔으나 지난 주에는 참지 못 했다. 그 전에는 사실 스포일러 당하고 싶은 나 자신과 순수고결하게 아무 것도 모른 채 당하고< 싶은 나 자신 두 자신이 격투를 벌여대고 있었다. 근데 3화를 보고 ㅜㅜㅜㅜㅜㅜㅜㅜ 나 정말 너무 놀래서 소리도 못 질렀다 세상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제이미 손이 잘렸어 -ㅁ- 그것도 오른손 칼잡인데 오른손이 -ㅁ- 뭐야 제이미 폐인되는 거야?? ㅜㅜㅜㅜㅜ 그러면서 위대한 엔하위키1를 뒤져서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읽었다 *-_-* 뭐든 물어봐 내가 다 대답해 줄 수 있음 ㅋㅋㅋㅋ

 

사실 제이미는 1부 1화에서 개갞끼로 나온다. 제이미 옛끼놈...ㅜㅜ 브랜을 밀어버리고, 티리온한테 이죽거리고, 진짜 꼴보기 싫었는데 캐틀린 부인한테 붙잡힌 걸 본 뒤로 왠지 괜찮은 사람 같은 거라... 뭔가 긍지도 있고 괜찮네? 아니 생각해보니 에다드 스타크 잡으러 가서 검 주고 허벅지 찌를 때< 그때부터 왠지...< 아까는 혼자 이런 생각까지 했다. 선하고 무죄이기만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의 손이 더럽혀졌을 거라고. 특히 얼불노같은 난세라면. 근데 생각 자체는 대단할 게 없는데 제이미 합리화해 줄라고 이런 생각 하고 있음 -_-;; 난세라고 해도 브랜 밀어버릴 때는 딱히 난세도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난세를 지네들이 획책하고 있는 거지... -_- 게다가 어린이한테 개짓거리한 건 자기네 치부 덮을라고... -_-

 

글구 아직까지도 이성애자 커플의 근친상간은 굉장히 싫어해서, 세르세이랑 그런 것도 별로.. 소설에서는 둘이 완전 똑같이 생겼던데 왠지 더 싫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서는 안 싫음 좋음< 뭔가 이렇게 내 안의 터부가 약간씩 금이 가고...

 

암튼 그런 제이미의 손이 잘리다니 ㅜㅜ 응앙응앙 너무한다 ㅜㅜㅜㅜ 이 개놈들아 돈 준다고 수작 걸면 때리고 안 받아주면 그만이지, 왜 그렇게 무섭게 망설임없이 애꿎은 오른손을 자른다냐 진짜 와 개잘찍었네 진짜 심장이 멈춘 듯 개깜짝 놀램 *-_-* 나 잘 안 놀래는 편인데 ㅋㅋ

 

개깜짝을 방지하고자 하는 방어심리가 작동한 것일까 이젠 다 알아서 더 놀랠 일도 없다...< 혼자 생각해 봤는데< 스타니스는 결국 뒈짐 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타니스 왜케 정이 안 가지 -_-;; 근데 나의 생각도 좀 구리구려... 왜 드래곤, 그러니까 타르가리옌이랑 관련이 있어야만 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드래곤이 있어야 아더들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인데. 맨첨에 다이어울프가 죽은 것도 아더가 죽인 것 같고... 다이어울프가 아무리 세도

 

다이어울프 < 아더들 <<<<<< 드래곤

 

이렇지 않을까 ㅇㅇ 그래서 맨첨에는 무조건 대너리스가 승자라고 겁나 응원하다가 존 스노우가 타르가리옌 핏줄일 수 있단 걸 알고 ㅇ<-< 

 

존 스노우 {= 다이어울프 + 드래곤(아마도)} > 대너리스 타르가리옌 {= 드래곤}

 

이렇게 존 스노우를 응원하게 되었다. 근데 존 스노우는 소설을 읽어보니 John이 아니고 Jon이었다 어디어 이 스펠링 보고 당근 오탄 줄 알았는데 진짜 그냥 존이야 조흔이 아니고 -ㅁ-;; 암튼 이렇게 난 아더들을 물리칠 수 있는 두 사람 중 그래도 다이어울프도 가진 존 스노우가 이길 거라고 혼자 겁나 응원하고 있음

 

그러다가 최근 바리에게 내가 볼 땐 말이 안 되는 다른 팬의 추측을 들었는데, 그건 타이윈 라니스터의 쌍동이 남매 세르세이와 제이미가 미친 왕 타르가리옌의 아이들이 아니냐는 거. 라니스터 부인이 강간당해서 태어난 거 아니냐고. -_- 근데 왕이 반했다는 식으로는 나오는데 입지전적인 타이윈이 그런 일 당하고 닥치고 있었을리 만무하고. 그래서 그냥 잘못된 추측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역시 너무 가능성 희박하긴 하지만, 우리 티리온!! 타이윈 선생<은 티리온이 자기 아들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게 나는 그런 뱀같은 아저씨가 겨우 아들 외양때문에 그런 어리석은 생각을 할 것 같지 않다. 뭔가... 뭔가가 있는 거야!!!! 그래서 갑자기 혹시 티리온도 (어떤 사정에서든) 타르가리옌 핏줄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조심스럽지만 역시 가망 없는 추측을... 티리온이 7대륙에서 드래곤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어릴 때부터 드래곤빠임은 주지의 사실. 그렇다면

 

티리온 = 드래곤(아마도) + 드래곤 지식

 

이렇게 되니까 갑자기 강해짐.....< 그렇게 스타니스도 뒈진< 판국에 3파전이 아닐까... 설마 *-_-* 나는 암튼간에 존 스노우에게 건다, 얼불노에 빠진 내 모든 시간을 건다!

 

책은 애인이 산 이북을 핸펀에 다운받아서 보고 있다 (동기화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서로 읽은 부분이 섞임 제발 너는 당분간 읽지 마라 =ㅅ=) 사전 기능이 있는데 영영 사전밖에 없어... 모르는 단어 너무 많은데 막 영영 사전 볼 때면 전혀 모르는 단어로 막 설명하고 있을 때도 있긔 ㅋㅋㅋㅋ 그래도 드라마를 봐서 읽을 수가 있다. 어쩜 한 번 봤는데 나 이렇게 생생히 기억하냐 다 기억 나 -ㅁ-

 

이제 간신히 1부 1편을 다 보고 2편에 해당하는 내용 읽고 있다. 그런 것까지 다 기억하다니 우수한 나여.. 나는 가끔 알 수 없는 이유로 우는데 오늘도 존 스노우가 기절한 브랜 문병 가서 나이트 워치 떠나기 전에 인사하는 거 보면서 눈물이 펑펑 나옴 대체 왜 우는 거지... 존 스노우가 눈물을 꾹 참고 돌아서다 눈물을 터뜨리고 대놓고 웃음거리가 되는 씬에서도 전혀 울지 않았는데 -_- 다시 떠올리니 눈물이 고이네 눈물이 고이는 존 스노우를 보며 그런 표현을 익혔다< He felt the tears well behind his eyes.

 

한글 정발판에 대해 욕이 너무 많아서 그냥 영어로 읽는데 느리다... 느려도 재미있다 제발 4부 끝날 때까지 4권까지 내가 다 읽을 수 있기를.. 그리고 내년에 5부를 기다리며 5권도 다 읽고, 몰살의 마틴옹2이 6, 7권 다 내서 빨리 완결되기를... 난 솔직히 한 부가 10권씩 되는 줄 알았어 전부 다 겨우 5권이라뇨... 근데 무슨 연재를 이십년씩 해...

 

원작인 소설은 등장인물들 나이가 말도 못 하게 어리다. 이런 걸 보면서 작가가 변태인가 아니면 초딩 읽으라고 쓴 건가 (보통 청소년 타겟할 때는 타겟 연령층보다 한 단계(?) 위를 주인공으로 삼는다고 들었다, 중학생 보는 거면 고등학생 주인공이라는 식으로). 나이가 너무 어려서 설득력이 없잖아... 근데 애인은 자꾸 중세 시대에는 다 열 몇 살에 애 낳고 살았다고. 아무리 그렇다고 열한살, 열세살, 열네살은 너무 하잖아... 극 중 시간도 많이 안 흘러서 3부나 되도 애들이 한 살이나 더 먹은 건지 원.. 한 살은 더 먹었겠구나. 극중 아역들은 쑥쑥 자라서 이제 애같은 애가 거의 없어 -_-;; 4, 5부 걱정된다;;

 

암튼< 소설은 묘사가 더 자세하기 때문에 더 알 수 있는 것도 많다. 대너리스가 자기 오빠랑 결혼할 줄 알았다는 점.. 그거 재밌다 ㅎ 드라마 첫부분을 정확히 기억하는 건 아니라서 얘기가 나왔을 수도 있는데, 타르가리옌이 근친 결혼을 통해 순수 혈통을 이어왔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또 그 미친 비세리슨가? 오빠 새끼<가 자기가 화나는 걸 "드래곤을 깨운다Wake the dragon"고 표현한단 걸 알게 됨 미친새끼 ㅋㅋㅋㅋ 나도 따라 웨잌더드래곤을 일 번 써먹음 (애인에게)

 

아리아 얼굴이 말상이고, 아리아랑 존이 제일 너드 스타크를 닮았다든가... 참 나는 에다드 스타크를 제일 싫어함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 너드란 걸 보고 ㅋㅋㅋㅋ 겁나 싱크로 백퍼 ㅋㅋㅋㅋ 겁나 싫어 옳은 말만 하는 아저씨 아오 고 주둥아리를....<

 

근데 별로 아저씨도 아님 삼십 몇 살임 -ㅁ-;;;; 드라마가 백배 설득력 있지 않냐고 아오... 무슨 열네살 열다섯살이 군대를 이끄냐고... 섭정도 아니고..

 

아 드라마에서는 브랜이 쌍동이섹스< 봤을 때 옷 입고 있었는데 책에선 둘 다 홀딱 벗음 ㅋㅋㅋㅋ< 글고 티리온이 어린 시절에 그나마 형이 잘 대해 준 사람이라 덜 날서게 대한다는 것도...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그만 자야긔 참 내가 피의 결혼식 얘기하다 정략 결혼 안 하고 연애 결혼이라는 무리수를 둔 롭 스타크를 매우 탓하자 우리 애인은 이 모든 게 티리온을 억류했던 캐틀린의 잘못이 아니냐고 했는데, 책을 읽다 떠오른 게 모든 것은 존 아이린의 부인이자 캐틀린의 동생인.. 이름 까먹었다; 그 사람이 보낸 편지 때문 아니냐고 그 사람 2부에 보면 완전 미쳤던데. 근데 사실은 세르세이랑 제이미가 존 아이린 죽인 거 맞긔... ㄱ-;; 그럼 원흉은 다 라니스터들 아니냐교... 근데 난 타이윈 라니스터 아빰이 쩨일 좋아 너무너무 좋아 배우 목소리도 좋아 아웅... 너무 비극적으로 죽을 결말도 좋아 ㅜㅜㅜㅜㅜㅜㅜㅜ 너무 슬퍼 드라마 볼 때 울 것 같아 이렇게 좋고 슬플 수가 *-_-*

 

+ 참 글구 에다드가 존 스노우 엄마 누구냐고 추궁한 캐틀린에게 "내 핏줄이다. 니가 알아야 할 사실은 그것 뿐이다"라고 개단호하게 말한 거 보고 백퍼 지 동생 아들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렇게 존 스노우에 대한 나의 충성심은 깊어만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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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 애인이 엔하위키를 읽어댈 때는 겁나 무시하고 박해하고 그랬는데 나도 엔하위키 맹신도가 되었다 근데 미러로 봄...;텍스트로 돌아가기
  2. 등장인물 막 죽여서 붙은 작가의 별명이라는데 너무 좋다 ㅋㅋ 아니 막 죽이는 거 말고 이런 작명 센스가... -ㅅ- 간츠에서도 막 죽이는데 그것도 좋긴 좋다 무차별한, 정말 말그대로 "모든 인간은 죽는다"텍스트로 돌아가기

곤란한 꿈

저번에 <시녀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꽤 두꺼운데 애인이 추천해서 중간까지 참고 읽다보니 맘에 안 들어도 뒤가 궁금해서 다 읽었다. 말도 안 된다는 게 미국같은 사회에서 갑자기 군부 독재 정권이 들어서서 기존 자유주의 가치 다 말아먹고, 심지어 일본이나 다른 나라는 그대론데 거기서 여성들한테 베일을 씌우는 정도가 아니라 여자를 완전 천민으로 격하시키는 게 가능하냐고.. 그런 반감이 있었는데 뭐 일단 은유로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소설가인 것 같은데 문장도 미문이 아니고... (일단 소설 문장이 나랑 안 맞으면 읽기가 너무 힘들다...ㅜㅜ) 설정도 구멍이 너무 많고..

 

하지만 은유로서 성립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또한 파시즘같은 것도 언제든지 도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어찌 보면 유럽같은 분위기가 한순간에 뒤집힌 MENA(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은유일 것도 같고. 여튼저튼. 근데 그런 꿈을 꿨다... 너무 무서웠다... -_-;;;;

 

갑자기였다. 갑자기 남녀 할 것 없이 사람들이 길거리에 홍수처럼 넘처나며 특히 저 뒤에서 오는 사람들이 겁나 빠르게, 공포에 질린 얼굴로 달려왔다. 나는 괴물이라도 쫓아오는 줄 알았는데 괴물이 아니고 이상한 전투복을 입은 경찰인지 군인인지였다.

 

겁내 도망가다가 현실에서는 있지도 않은 옛날에 사귀던 남자-_-의 집에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는데, 왠 여성이 그 남자를 찾으러 들어오길래 책상 밑에 숨었는데, 요년이 나를 못 본 체 하길래 드라마처럼 넘어가려나보다, 하면서 한편으로 이런 사회에도 상층부에 기생한 여성이 있기 마련이지, 요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요년이 나를 뙇! 쳐다봤어 -ㅁ-;;;; 그 뒤는 기억이 안 나고 그냥 그 막 존내 달리기 했던 거랑 그때의 공포가 기억나네여 ㄳ

 

또 하나 꿈을 더 꿨는데, 내가 만화가로 데뷔하기 위해 다음주까지 초안을 잡아오라고... 콘티도 짜고 연필로 뎃생까지 다 해오라고... 씨발놈이...-_- 그래서 그림을 어떻게 하면 속성으로 배울 수 있냐 따위를 누군가에게 상담하였다.

 

곤란해...< 쓰고 싶은 게 많은데 이런 것부터 쓰시네여 몸이 아프다 죽갔네 일하기 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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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는 중

읽기 시작한 지 꽤 됐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거의 읽지 못 하고 있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기 일쑤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 책읽기, 영화보기보다, 뉴스나 소셜 미디어 보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아니면 활동과 관련된 책들을 읽어야 하거나.

 

또 오랜만에 책을 펼쳐서 몇 페이지만에 또 감수성이 온통 흔들렸다 -_- 이 책 읽을 때마다 정신을 주체를 못 하겠어 당최 아놔... 아름다운 문장에 빠져들어가면서, 잘 그려지지 않는 프랑스 거리를 상상하면서, 그 가느다랗고 위태위태한 무른 감수성을 더듬으면서, 동시에 내가 어린 시절에 느꼈던 것들, 오랫동안 잊고 지낸 것들이 막 떠오르는 거다 머릿속이 완전 이게 뭥미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뭔가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나는 결코 이런 어린이는 아니었다. 섬세함 쪽과는 전혀 거리가 먼 어린이였다. 하지만 그... 꼭 이 소설의 화자랑 비슷한 경험도 아닌데도, 내가 어릴 때 사건을 냄새로 기억하던 것, 그래서 십대 때 간혹 이건 전에 겪은 어떤 냄새더라, 하고 기억을 뒤지던 일, 고모네 집에 가는 길을 외운 뒤 세상의 길을 모두 아는 줄 알았는데, 내가 사는 동네의 교회 뒷편의 공터를 친구들을 따라 걸으며 내가 모르는 길이 있었다니, 세상에 내가 모르는 길이 더 있을 거라니, 하고 펼쳐진 공터와 함께 화악 와닿았던 거, 아주 어릴 때 놀아주던 옆집 고등학생 선혜 언니가 세상에서 제일 크다고 생각했던 기억, 그래서 언니를 누켜놓고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내 양팔로 재면서 감탄했던 기억, 언니가 앞집 화단에서 봉선화 나무 한 뿌리를 뽑아올 때의 두려움과 설레임, 집 대문에 엄지 손가락이 찡겼던 거나 언니 친구네 집에서 혼자 그 언니를 기다리며 놀다가 호치케스에 손가락을 찍혔는데, 우리 집이라면 울고 난리를 쳤을텐데 남의 집이라서 얌전히 돌아왔던 기억, 그런 냄새들이 정확하지 않게... 그러니까 나는 대부분의 냄새들은 결국 잃어버리고 말았는데, 그래서 나는 그런 건 다 끝났다고 잊고 있었는데, 나를 그런 시절로, 그런 시절을 냄새로 회상하던 시절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기억때문에 독서가 방해받는 건 아니다. 가끔 책읽기를 멈추고 내 기억을 더듬기도 하지만. 이런 식의 독서 체험은 전에 없던 것이라서 여전히 당혹스럽다. 책을 읽을 때마다 감수성이 온통, 진짜 작가가 내 영혼을 손에 쥐고 흔드는 것만 같다 -_-

 

그러다 정현종의 '견딜 수 없네'가 떠올랐다. 아아.... 견딜 수가 없어 이거 한 가득 안고 빨리 자야지

 

견딜 수 없네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이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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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그와 나]

오랜만에 김승옥을 읽었다. 가지고 있는 단편집의 가장 짧은 소설을 골랐다. 아름다운 문장이 읽고 싶었던 건데 기억했던 것 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작품마다 달랐던 걸까? 눈물이 날 만큼 김승옥을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김승옥처럼 쓰고 싶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나는 내 문장을 고칠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글쎄 모르겠다. 이런 문제가 나에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지 너무 오래 돼서.

 

우리 애인은 자주 나다운 게 뭔데? 하고 맥락 없이 묻는다. 걔가 좋아하는 뭔가를 내가 디스할 때, 드립칠 때의 그 절반쯤 웃는 얼굴로, 나다운 게 뭔데?라며. 어느 순간부터 나다운 글쓰기를 할 수 없었다. 나다운 게 뭔데? 행간에 숨기는 것 없이 나오는대로 쓰기. 더이상 말하기도 구질구질하다.

 

아름다운 문장이 읽고 싶지만 가끔은 과잉이란 생각이 든다. 자기찬양처럼 내용적인 부분 말고 언어들이. 그래서 아름답지 않은 김승옥 문장이 좋았다. 가끔 어린 시절 읽던 책을 들춰본다. 왠지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싶은 생각은 잘 안 든다. 그때 다 못 읽은 책들이나 찾아서 읽어야지. 프루스트라든가, 프루스트라든가, 프루스트라든가.. ㅎㅎ 구식 유머는 언제까지나 나를 따라오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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