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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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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4/10/10
    아무짝에도 쓸모있는 ㅁ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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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내기

3개월 동안 5킬로+뱃살을 뺄 경우 600만원 상당의 사일런트 피아노를 사주겠다는 딜을 제안 받았다.

대신 못 뺄 경우 올해 생일선물로 해 주기로 했던 120만원 상당의 신디사이저조차도 사주지 않는 것이다.

 

원래 결혼할 때부터 ㅁ이가 피아노를 사주기로 했는데, 내가 피아노를 고르다 고르다 고르다 고르다 못 골라서 여태 안 샀다. 집구석에 놓을 데도 없고.. 여러 기능 있는 거 갖고 싶고.. 엄청 고려 사항이 많음 남들 잘 때도 칠 수 있어야 되구 여튼 그래서 여태 못 샀는데, 올해 생일을 맞아 원래 사주기로 했던 신딘지 키보든지를 내 생일 선물로 사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내가,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널 생각해서! 물론 씬디 가격을 올려서 120만원 상당으로 해달라고 했지 ㅋㅋㅋ< 내 처지에 뭐 한다고 비싼 피아노를 소유할라구 그래... 그래도 있으면 왠지 이디오테입 같은 음악도 만들 수 있...을리는 없지만 그런 걸 나도 해보고 싶은 것이다. 무엇보다 키보드~~ 컴퓨터 키보드 말고 키감, 해머감이 묵직묵직한 피아노 레알 피아노가 너무 치고 싶어 ㅜㅜㅜㅜ 슬프다 벌써 몇 년 째 이러고 있다. 이번엔 진짜 살라는데..

 

최근 사일런트 피아노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바라마지 않는 그냥 피아논데 무음 모드가 있어서 소리 안 나게 칠 수 있따는.. 언제 과학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댜!! 감탄하며 찾아보니 원래 옛날옛적에 개발된 거였따 나만 몰랐어 -ㅁ- 근데 어차피 너무 비싸서 나로선 엄두도 낼 수 없는데.. 

 

이번 딜을 받을 것인가.. 일단 고민해 보기로 했는데.. 승리하면 살도 빼고 피아노도 얻으니 내 인생 최고의 딜이 될 것이고 실패하면 남는 게 뭐야... 남는 것은 생일과 무관하게 원래 피아노를 사주기로 했던 너의 그 약속?! ㅋㅋ 그리고 이 새끼는 옛날에도 내기해서 내가 이겨도 절대 지키는 법이 없어가지구 신용도가 떨어짐. 하치비로코우라는 1미터 50센티 되는 새가 있다니까 안 믿고 당시 지 전재산 7만원을 걸음ㅋㅋㅋㅋ 그리고 절대 안 줌 그 돈 없으면 살 수가 없다고-_- 그리고 작년에.. 아 이건 좀 활자로 적어두기 그렇다 ㅁ이의 인권보호를 위해 그만 써야지

 

암튼 세기의 내기다 어쩌징 난 원래 안전제일주읜데 한 번 이 길을 가보고 싶어지는 사람 마음은 어쩔 수 없규나.. 근데 너 육백만원 있긴 있냐? -_-

 


7kg vs 350만원 이하 피아노로 타결됨. 결전의 그 날은 7월 9일로....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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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할머니

작년에 마지막으로 뵀을 때 아 ㅁ이네 외할머니도 곧 돌아가시겠구나.. 그런 느낌이 있었다. 반가워해주시며 손을 꽉 쥐어주실 때 그 악력은 여전했지만, 걷지를 못 하셔서, 불효막심한 생각이지만 그래도 올해 돌아가실 것 같으니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 찾아봬야지. 그 생각을 비췄더니 어머니가 우리 내려오는 때에 맞춰 할머님을 집에 모시고 오셔서(원래 모시고 오실 예정이었는데 더 일찍 모셔오심) 며칠 같이 지내봤다. 이번에 봬니 다행히 몸상태가 더 좋아지신 것 같아서 올해 돌아가실 걱정은 없어졌다.

 

얘네 할머니는 91세시다. 내가 만나본 인간 중에 가장 나이가 많으시다. 어릴 때부터 우리 외할머니랑 동네에, 같은 집에 살아왔고 다 커서는 우리 친할머니랑 같은 집에서 몇 년 살았다. 내가 가진 할머니라는 존재들, 노인 일반에 대한 경험과 이미지가 있는데, 보통은 몸이 안 좋고, 안 좋은 몸만큼 기억력도 사고력도 감퇴한다. 약간 어린애 대하듯 대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어린애가 아니기 때문에 짜증날 때가 있다.

 

얘네 할머니는 전혀 우리 할머니들 같지 않으시다. 처음 뵀을 때도 너무 깜짝 놀랐다. 정신이 정정하시다,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몸은 정말 안 좋으신데, 사고력도 기억력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본인의 젊은 시절에 비하면 좀 떨어지실 수도 있다. 다만 노인같지 않은 점들... 했던 말 무한반복하거나, 사건이 언제 일어났던 것인지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그냥 그런 것들이 전혀 없으시다. 그냥 평범한 대화가 된다! 내가, 우리 외할머니를 엄청 사랑하면서도 그 노인의 전형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런 전형성을 가진 우리 할머니들을 무시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나이대에 으례 갖게 될 물리적 특징들을 존중한 게 아니고, 그냥 무시했던 거란 걸 알게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건 전혀 양립불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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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

 

내가 미친듯이 즐겨신는 크록스 신발이 있다. 그거 신고 다니면 발이 저렇게 탄다 ㅎ 겨울에도 따뜻한 나라 갈 때 저거 신고다녀서 발이 여전히 타있다. 어머니가 발을 보시고는 막 이게 뭐냐고 그 신발 그만 신으라고;; ㅋㅋㅋ 하셨다. 마침 할머니께서도 자기도 물어볼 참이었다고, 이상하다 여름도 아닌데 저렇게 탔을 리는 없고, 때가 낀 거면 위아래만 하얄 수도 없고, 뭘까.. 싶었다고 두 분이서 막 웃으심. 눈도 좋으시구나! 귀는 잘 안 들리시는데, 누구에게든 폐 끼치는 걸 정말 싫어하셔서.. 내가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하고 보시죠, 그랬는데 그럼 동네 사람들한테 다 들려서 안 된다고, 본인은 혼자 있을 때 보통 소리 꺼놓고 화면만 본다고, 근데 재미도 없다신다.

 

그런데 귀가 잘 안 들리시니까 나는 무슨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좀 잘 모르겠더라고.. 어제 한 시간 정도 둘이 있는데 나는 좀 어색했는데. 시어머니 앞에서야 바닥에 막 드러눕지만, 할머니 앞에서 드러눕기도 그렇고...(결국 드러누웠다-_-;;) 자세도 불편하고.. 뭐 간단한 말을 해도 잘 못 들으시니까. 그러다가 할머니가 그냥 이런저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냥 평범한 대화였다, 텔레비전 소리 얘기밖에 기억도 안 남; 같이 티비를 보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눴다. 일상적인 소리는 거의 못 들으시는데도, 목소리가 전혀 커지지 않았다. 힘이 없어서라기보다, 그냥 이 정도 볼륨이 맞다고 생각하시는 게 아닐까 싶었다.

 

원래 반구대에 갈 계획이었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모두 원하지 않지만 갔다 ㅋㅋㅋ 하지만 할머님은 몸이 정말 편찮으시기 때문에, 생각보다 집에서 반구대까지 너무 멀어서ㅜㅜ 차 탄 시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원하는 만큼 구경하지 못하고 서둘러나왔다. 할머니는 휠체어 타고 다니셔야 하는데, 길이 휠체어 다닐만한 길들도 아니고...ㅜㅜ 그리고 처음 천전리에 딱 도착했는데 할머니 식사를 하셔야 하는 거라.. 쪼금씩 드시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꼭 뭘 드셔야 하는데 나는 그런 건 상상조차 못 했고ㅜㅜ 어머니도 아 내가 왜 간식 안 챙겨나왔을까.. 그러심 그래서 천전리 공룡발자국은 못 보고 주변에 식당을 급하게 찾아가서 밥을 먹고 반구대 가서 좀 보고 돌아옴. 할머님은 "공룡 발자국 실컷 보고 왔나?" ㅋㅋ 그러심. 구경하는 데 방해될까봐 너무 저어하셔서 나도 구경하기가 저어됐다. 할머님은 반구대로 이동하며 "여물게 보고 오라"셨다. 대충 구경하고 돌아오는 동안 너무 피곤해서 차 안에서 주무셨단다 ;ㅅ; 돌아온 나를 보고 "한도 원도 없이 보고 왔나?"하고 물으셨다. 우와.. 뭔가 이렇게 쓰니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ㅜㅜㅜ 그냥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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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도 원도 없이 구경하러 가는 모습. 어먼 ㅣ유럽 여행 가신대서 이것저것 선물을 챙겨놨는데(언니가 전부 챙겨줬는데 내가 챙긴 척 함-ㅅ-) 셀카봉을 가장 좋아하심 ㅋ 이 사진 보여드리며 이런 구도가 가능하다고 알랴드리니 좋아하심

 

할머니는 차 안에서, 그리고 집에서도 가끔 손가락으로 톡 톡 손잡이를 두드리며 리듬을 타고 계신다. 어떤 리듬인 걸까? 할머니랑 나는 깊은 관계가 되지 못하겠지만, 그 만큼 시간을 공유하지 못할테니까, 안타깝지만. 할머니가 가고 싶은 곳은 단 한 곳 저승이란다. 이 얘기도 나한테 직접 하신 건 아니고 어머니가 해 주심.. 마치 우리 아빠처럼-ㅁ- 우리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할머니께 "엄마, 엄마가 가고 싶은 데가 어디야아?"하고 물으시니 할머니께서 나는 가고 싶은 데가 한 군데밖에 없다, 하시니 "어디? 저승?" 그러시는 거임-ㅁ- 우리 아빠가 할머니한테 자주 치던 드립인데ㅜㅜㅜ 그때마다 아빠한테 하지 좀 말라고 그랬었는데 우리 어머니가 어찌 이런..-ㅁ- 하고 깜놀해서 어머니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랬더니 으응 할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라고. 가고 싶은 데는 한 군데밖에 없다고, 저승이라고 그런다고. 노인들이 아프다, 아프니까 빨리 죽어야지, 이렇게 말하는 거야 수도 없이 들어봤지만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니라서. 일단 나한텐 그런 말씀도 안 하셨고. 사리분별 정확하고, 진짜 자기 딸에게조차 조금의 폐도 끼치지 않으시려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왠지 부럽고 우리 할머니들이랑 비교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맴매하다.

 

그러면서도, 저렇게 온전한 정신으로 육체의 감옥에 갇힌 그 기분이 어떠실지.. 괜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노인의 삶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외할머니 보고 싶네ㅜㅜ 돌아가면 만나러 가야지 진인옥 여사. 기승전 우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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