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퍼 하우저의 신비

저번에 베르너 헤어쪼그 영화 보고 왔다.

 

얼마나 좋았냐고 물으면 끙~ 너무 좋았다네

 

영화를 보고 생각한 게 많은데, 뭐냐면, 일단 영화는 늑대 소년인가? 그런 중학교 도덕시간에 배운 늑대가 키워서 인간사회에서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의 이야기 그런 건데

 

실제 인물인 카스퍼 하우저는 누가 왜 그랬는지 모른 채 어른인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난다. 아기 때 가난한 농부의 집앞에 버려졌는데, 농부는 그를 키울 능력이 안 되어 동굴에 가둬놓고 밥만 준다. 묶어놓기까지 해서 카스퍼는 한 번도 인간을 본 적도 없고 세상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며 일어나거나 걸어다닐 줄도 모른다. 어른이지만 완전 애기

 

그런데 농부가 왜 그런 건지 암튼 그를 바깥 세상에 내다 버리고, 거기서 국가의 세금으로 카스퍼 하우저를 교육시키고 그러는데 사람들은 예산 신경쓰느라고 카스퍼 하우저를 서커스에 보내기도 했다 씨발놈들 너무해

 

하지만 그런 식으로 구경거리로 삼는 것은 너무한 것 중에 한 개고 실은 나도 너무해=ㅁ=

 

그를 보면서 과학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교육받지 않은 인간, 자연 그대로의 인간, 인간의 원형에 가까운 사회화가 되지 않은 인간

 

그와 나와 다른 인간들을 비교하며 끝없이 과학적인 생각을 해대는 나의 썩은 두뇌ㅠ_ㅜ 이 영화는 그런 인간들을 존나 조롱하는데 나는 대체 왜 그러는 거야;ㅁ; 더 조롱당해야 해 더, 더!!!

 

그래서 영화에서 가장 조롱당하는 인간은 목산지 신분지, 인간사회를 겪지 못하고서 신을 알지 못하는 카스퍼 하우저에게 조낸 윽박지른다;;; 그리고 논리학자, 그 이상한 질문을 한다. 거짓말만 하는 나라와 진실만 말하는 나라, 두 개의 나라가 있고 어떤 사람이 그 둘 중 한 나라에서 왔다면 그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알 수 있는가? 이거 내가 중학교 때부터 받아온 질문인데 들을 때마다 몰라-_-;;;

 

근데 여기에 대해서 카스퍼 하우저는 명질문을 던진다. 일단 이 질문은 상대방이 예스노로만 대답할 것을 전제한다.

 

"당신은 청개구리입니까?"

 

이 물음에 진실의 나라에서 온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고(그가 인간이니까 당근) 거짓의 나라에서 온 사람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크악 나 정말 감동... 너무 똑똑해ㅠ_ㅜ 이거 진짜? 실제로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는 나의 썩은 뇌;ㅁ;

 

카스퍼 하우저의 죽음보다 그의 마지막쯤에 한 말은 엄청난 충격을 주는데, 그는 인간을 알고 세상을 알고 사회에서 살면서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지하 굴에 갇혀 있는 동안 그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혀 불행하지도 않았겠지. 이건 완전 반혁이야!!! 대단해ㅠ_ㅜ 이건 모든 모든 모든 것에 대한 모든 인간과 사회와 이념 기타 등등 모든 것 하다못해 카카와 스포츠까지ㅠ_ㅜ 부정하는 반혁이야!! 너무해=ㅂ=;;;

 

아주 쇼킹한 영화였다. 덧붙여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생각 : 표정을 짓는 것도 사실은 다른 인간에게 배운 것이다. 그래서 왜 자폐 장애는 알아보기가 그렇게 쉬운 걸까?에 대한 대답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기 외의 세계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자신만의 표정을 짓거나 안 짓거나 그런다. 세상의 모든 인간의 표정이 다 다른데도 불구하고 표정만으로 자폐와 비자폐를 명확히 가려낼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것때문이었어.

 

또한 아기 때는 아무 표정이 없고 잠잘 때는 근육의 긴장이 풀려서 바보 얼굴이 된다라는 사실도 적어놓는다. 첨언으로 본좌의 잠자는 얼굴은 완전 불쾌해=ㅁ=

 

+ 참 결말은 죽은 카스퍼 하우저의 뇌를 해부한 과학자들 곁의 서기의 말로 끝난다. 역시 뇌가 다르게 생겼어! 카스퍼 하우저가 다른 인간이랑 다른 것은 뇌가 다르게 생겼기 때문이야! 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완전 놀림받고 있는 중인가;

 

실제인물 카스퍼 하우저의 말년은 훨씬 더 비참한데, 사람들 관심없이 살 수 없게 된 그는 자살 소동으로 관심을 끌려다 죽을 정도로 몸에 상처를 그어 정말 죽었다고 한다. 씁쓸해... 나같으면 이걸로 찍었겠다. 그럼 주제도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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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나도!

  • 등록일
    2006/06/29 21:12
  • 수정일
    2006/06/29 21:12
  • 분류
    다른 운동

성폭력 생존자에 관한 지지와 연대

 

 

 

나도 연대의 의사를 표하고 싶어요.

표하고 싶긴 한데 참신한 게 아무것도 안 떠오르네 끙

내가 요 몇 년 새 완전 소극적이고 비참신한 삶을 살고 있어서.

정말 요즘은 아이디어 고갈의 시대랄까나.

그래서 연대의 의사를 그냥 기존 방식대로 보내봅니다=ㅁ=

 

연대의 의사라... 그렇다고 뭘 할 것도 아니면서-ㅅ-

그러니까 내 얘기 조금만 하는 진부한 방식으로..ㅠ_ㅜ

 

나는 애기때 성폭행을 당했는데 싫지도 괴롭지도 않은 경험이었어요.

친한 사람이었고 뭐하는 줄 몰랐고 아무 느낌 없었으니깐요.

하지만 이건 역시 성폭행보다는 아동성폭행에 관한 것인데;

그 뒤로 성행위에 대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스무 살 넘어서 알게 되었어요.

 

남자의 성기를 극도로 싫어하거나 남자애들을 불결하게 여겨서 닿기만 해도 불쾌해 하거나

근친상간을 증오하거나(근친한테 당했음-_-) 기타 등등

 

사실 성폭행당했다는 건 중학교 때 성교육받고 나중에 퍼뜩 떠오른 거였어요.

그때까지 전혀 기억 못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위에 증상이 나타났음

 

지금은 오랜 세월과 남친, 야오이의 힘-_-으로 섹스에 대한 공포증이나 혐오감에서 벗어났어요.

의식적인 건 아니었지만, 아니 말하자면 나는 그때 당한 일에 원한이 깊지 않다고 여겼지만

내가 모르는 부분에서 거기에 엄청 지배당하고 있었다라는 걸 인정하게 되었고

그동안 인정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몰라서 아무렇지 않았다면 지금은 인정해서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 자기는 몰라도 행동으로 드러나는 증상들 말예요, 그것도 다 없어졌고.

 

이런 글을 쓰는 건 경험의 공유로 연대하고자 함은 아니에요. 그런 것은 경계하거든요.

그냥 나의 위치에서 나의 문제로 연대하고 싶어서 써봤어요. 사실은 나는 이런 식으로 내가 원하지 않은,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 나에게 중요한 사안이 되는 것을 완전 거부합니다. 그래서 나의 경험에 거부감이 별로 없어요. 그렇다고 좋게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고;

 

폭력이라는 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좋다는 게 아니라; 뭐랄까 그 때 내가 당할 때는 어떠한 불쾌감도 없었고 어떠한 충격이나 고통도 없었는데도 내가 모르는 나에게 각인되어 있다라니. 참으로 싫어-_-;;

 

근데 더이상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_= 지랄공주님과 레이님의 글을 읽으면서는 거의 눈물을 흘릴 뻔 했어요. 이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나는 암치도 않으니까 모두 암치도 마세요가 주제인가; 그건 아닌데, 그렇다고 그게 또 완전 아닌 건 아니라는;;;

 

아 연대의 의사를 표하고 싶긴 했는데 밑천 없는 거 완전 드러나네ㅠ_ㅜ 나도 성폭행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관심도 더 많이 갖고 그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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