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소리

도저히 쓸 말이 없다. 이런 충격과 감동은 나 개인적인 걸까?? 모두가 그랬을까? 게으름을 피우며 잠을 미루다 잠들기 전에 읽은 <뼛소리>가 잠든 내내 날 괴롭혔다. 뭔가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서 미친듯이 꿈을 꾸었지만 생각나는 건 없고, 하루종일 이 충격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너무 오랜만이라 신난다.

 

이와아키 히토시의 초기 단편집인데 나로선 초기 단편집이 너무 뛰어난 건 되려 실망스럽더라. 왜냐하면 초기에 너무 뛰어난 작품을 했던 사람들이 망가진 예를 많이 봐서. 망가졌다가 뭐 어떻게 된 게 아니고< 솔직히 그림은 점점 좋아지는데 내용이 자기 젊을 때 그린 것보다 백배 빈약해지는 케이스를 보면 참 안타깝고. 처음에 좀 못났다가 점점 좋아지는 게 훨씬 좋잖아. 작가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이 작품집은 마지막 작품 뼛소리 나오기 전까지는 참 올바르다. 굉장히 좋지만 내가 열광한 장편들보다는 안 좋더라. 다른 작가의 작품이었다면 굉장한 작품들이지만 이 작가의 작품으로서는 그럭저럭하달까. 나의 기대치가 몹시 높으니까. 참 바람직하구나 그러고서 내내 놀다가 뼛소리를 몇시간 뒤에 읽는데 너무 놀랬다. 이거 하나만 그리고 죽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강렬했다. 뭐 결말을 보아 죽을 건 없지만 그래도.

 

무슨 말을 할 것이 없다. 굉장히 좋다. 이걸 나만 느끼는 걸까. 아니겠지. 그냥 굉장히 좋은 정도가 아니고 진짜 진짜... ㅇ<-< 이걸 느끼는 사람이 또 있겠지엽. 나라면 이 작품을 단편집에 안 묶고 따로 냈을 거다. 잡지편집자였다면 잡지에 싣지도 않았을 거다 다른 작품 다 죽일 거 같다. 가끔씩 얇은 책들 보면 아무 의의가 없다고 단가만 비싸다고 짜증이 솟구치지만 이 작품은 충분히 얇은 책으로 혼자 묶일 이유가 있다.

 

 

 

책 사양에 대한 불만. 제목이 뼈의 소리보다 뼛소리가 더 좋다는 거. 읽어보면 안다<(근데 뼛소리 맞나, 뼈소린가 사이시옷 즐) 작품연도를 왜 표기 안 해 주냐는 거. 이건 한국만화출판사들에 항상 불만인데 이 책의 출판사는 잘 만들어진 비싼 만화책을 내는 게 모토면서... 왜 표기를 안 할까?? 이유가 있을까? 몇 년도 작품인지 굉장히 중요하지 않은가 말이다.

 

종이질이 좋아서 좋았다. 아... 역시 좋은 만화는 좋은 종이질로 보니까 더 좋구나...ㄱ-

작가의 국내 절판작 <칠석의 나라>를 얼마전 구하고 우후훗 의기양양한 나는 칠석의 나라도 너무너무 재미있어가지구. 칠석의 나라 얼을 놓고 단번에 다 읽고나서 결말이 조금 약하지 아니한가 했지만 으음 그게 아니야... 당연 아니야 이건 결말을 향해 치달아가는 얘기가 아니야 그러니까 멋지구리하게 끝낼 이유가 없는 거다라고... 아놔 사모함니다 이 작가님 만나보고 싶다 만나서 흑흑흑흑 사랑한다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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