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활동할 사람??

  • 등록일
    2009/09/25 02:56
  • 수정일
    2009/09/25 02:56
  • 분류
    마우스일기

나는 항상 불로그에 쓸 얘기가 빵빵 너무너무 많은데, 게다가 글도 전광석화같이 쓰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쓰고 있다 바쁘다 짜증나

 

그건 그렇고< 별 것 아닌 이야기를 해보자 활동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여러 사람이 천천히 모여서 같이 하게 된다 근데 같이 하다보면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 있다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이상한' 따위의 말은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활동이야말로 이 사회에서 '이상한' 것들이지 않은가? 말하자면 비정상이라는 거지. 그런데도 나는, 예전에 어떤 사람에게 느꼈던 그 이질감을 이상하다는 말 외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 이질감은, 내가 어떤 사람을 정말 싫어하는데도 그와 나의 차이보다 나와 그 '이상한' 사람의 차이가(내가 그를 전혀싫어하지 않는데도) 훨씬 크게 느껴질 정도.. 내가 싫어하는 인간 + 나 vs 그 이상한 사람

 

암튼 이상한 사람이 있다. 예전에 썼던 성추행범.. 그는 실질적으로 제재를 가할 만한 어떠한 짓거리도 하지 않았다. 여성활동가들이 그를 불쾌하게 여겼는데, 불쾌하다고 누군가에게 얘기하기도 민망할 만큼 미온적이었다. 그러나 왜 그 미온적이라서 본격적 문제제기가 불가능한 상황을 '참아줘야 하는가?' 말하자면 성추행이란 것은 몸을 만지고 더러운 농담을 하고 노골적인 추파를 던지는 둥 명명백백한 증거를 요하지 않는다. 다만 그 불쾌함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을 뿐. 그러나 말로 재빠르게 표현한 내 덕에 금세 문제제기 + 퇴출한 경험이 있음

 

그나마 성적 폭력이란 이름으로는 쫓아내기 괜찮았는데, 그런 것도 없다면? 뭔가 딱히 잘못하는 건 없이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은? 이런 건 정말 곤란하다. 실제로 이런 사람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전혀 공감을 못하고, 구체적/가시적 잘못 없는 사람을 배제하고 왕따시키는 집단 문화가 잘못 되었다고 문제제기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를 하던 사람들도 겪어보면 백발99중 문제에 공감하게 됨. 쫓아내기는 석연찮고 같이 있기는 이게 대체 뭐야 이 사람 뭐야 뭐야 뭐야 나같은 부처마저 제발 꺼져죠라며 눈물

 

뭐 그것도 그렇고< 나는 진보넷에 들어오기 위해 면접을 봤는데 그건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나 혼자 이야기하는 것도, 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도 몹시 싫어하는데 그래야만 했다. 나는 면접방식에 불합리함을 느꼈는데, 면접을 보는 나 역시 같이 일 할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를 충분히 물어보고 알아보고 맘에 안 들면 일 안 할 수 있지 않은가 - 나를 면접보는 사람들처럼- 생각했따.

 

진보넷에서 활동한 뒤 새 상근자를 뽑으며 면접을 몇 번 봤는데 내 입장에서도 면접자도 우리를 알 권리(?)가 있다며 마구 이야기하기는 거시기했다. 뭐랄까 거시기 바로 이것이 이상하지 싸이코같고 창피하고 뭐하는 짓거리 이런 느낌.. 그래서 대부분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참 나 자신이 처한 상황이 낯설었다. 누군가 내가 가진 주제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같이 활동하자고 할 때 내가 그를 막을 수 있는가? 웃기네

 

근데 이보다 중요한 건.. 팔연대도 새상근자를 뽑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사람 뽑는 것이 너무나 부담스럽다. 예를 들어 지금 누군가 같이 활동하자고 오면 대환영이다. 우리는 회원 조직이다 회원들이 활동하고 실무를 담당한다 상근자도 전업으로 일하는 형식일 뿐 특별히 다른 게 없다 암튼 근데 막상 상근자를 뽑는다고 생각을 하면, 우리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하면 좋겠지만, 지금 아무도 여건이 안 되니 모르는 사람을 새로 뽑는다면, 우리가 그를 면접보고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까지 괜찮다고 해도 결국 '떨어뜨린다'는 것은 무엇인가? 너무나 낯설고 당혹스럽다. 이 얘기를 오래 운동한 사람들에게 했더니 팔연대의 지향과 필요로 하는 것이 있을테니 이상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런 것도 같은데, 난 너ㅜㅁ 이상하다.

 

아아... 오늘은 졸려서 이만.. 뭐 그건 그렇고 오늘 우리 사무실에 랑쩬이라고 티베트 독립 운동하는 분들과 공간을 나눠쓰게 됐다 암튼 월세를 나눠내게 돼서 참 좋고 새로운 분들 만나서 운동 얘기하고 다 같이 연대하자고 구체적 방법들을 논하고 나니 기분이 너무 좋다 다만 너무 졸려 잘테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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