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록일
    2004/10/13 04:00
  • 수정일
    2010/09/13 00:01
  • 분류
    우울한일기

하루에도 몇 번 씩 머리 끝까지 치달았다가 가라앉았다가.
아무것도 못 하고 아무것도 탓하지 못 하고 만화책이나 뒤적이고 컴퓨터나 하다가.
괜찮았다가 기분 좋은 일도 있었다가 친구들과 전화도 하다가 다시 화가 나고.
분노를 에너지로 삼지 못 하고 자꾸 늘어지고 축 늘어지고.

나도 화가 나고 돌아버리겠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다.
사진을 보고 움직일 수 없는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그래 그들은 잔인하다.
내가 머리속으로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다. 만화에서 보던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의 팔이 잘린. 9살 어린이 팔이 끊어진 사진.

기사를 올리러 들어왔다. 주간인권보고서를 읽었다.
www.imemc.org 에 나온 사망자 수와 다르다. 뭔지 알아봐야겠다.

자게에 왔다. 밑에 글을 클릭했다. 이건... 아니야...
이런 충격적인 사진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나는 혹시 지금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걸까.
그 고통을, 사실은 그 바닥까지 느끼고 싶지 않아서인가.
우리는 진실을 직시할 의무가 있다. 무력한 개인으로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겠다는 단체로서.
하지만 진실을 직시하고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우리의 감성이 파괴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래 사진은 제게 단순한 분노를 일으키지 않고 저를 부술 것 같습니다.
무너질 것 같습니다.
제발 이런 식으로 분노를 일으키지 맙시다. 이건 우리 스스로에게 또한 폭력입니다.
생생히 느낄 만한 고통이 아닙니다. 인간이 없는 인간이 파괴되는 이런 것은-
스스로를 파괴해서 어떡합니까. 전쟁 나간 사람이 미쳐 버리는 것도 억울한데
왜 전쟁 안 나간 사람들까지 미쳐 버려야 합니까.
지금 제 분노가 제게 향하고 다른 곳에 향할까봐 너무 무섭습니다
저 사진을 보고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 썼다가 지웠다.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나 안 무너진다. 벌써 잊어 버리기 시작하고 있다. 내가 살아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괜찮다고 괜히 말해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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