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 FOUND

category 우울한일기 2014/11/27 04:11

(아직 안 왔지만) 팔레스타인에 다녀오며 여러가지를 잃어버리거나 놓고 왔다.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귀걸이 한짝을 잃어버리고, 2유로 동전을 잃어버렸다. 빌린 잠바와 빌린 모자와 스포츠타월을 두고 왔다.

 

돌아오기 삼일 전인 월요일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오기 전에 아빠가 너 없는 동안 할머니 돌아가실 거라고 찾아뵙고 가라고 했다. 많이 약해지셨지만 내가 찾아뵀을 때는 나도 알아보시고 우리 시어머니 안부도 물으시는 등 생각만큼 심각하게 안 좋지 않으셔서 아빠가 오버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비행기를 당겨도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어서 일정대로 나왔다. 멀리서 집중이 다른 데 쏠려서 그런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다른 손주들 회사에서도 다녀간다는 얘기를 듣고 진보넷에도 말해야 하나 고민하다 우리 규정상 조모상도 챙기는지 기억이 안 나서 바리한테 물어봤다. 고맙게도 말한 당일에 네 명이 다녀갔단다. 인천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 사람들이 메세지를 주고받는 걸 보니 약간은 실감이 났다.

 

가까운 이들의 노병사를 겪을 때마다 인간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왜 살아서 왜 살아가는 건지 정말로 더 모르겠다. 할머니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육이오를 겪고 어린 자식을 잃고 남편을 떠나보내고 자식들 우애 좋기로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가 같이 살게 된 자식 며느리랑 파국을 맞고 말년을 상상도 못해봤을 도시 속 무능한/쓸모 없는 인간으로 보내고 일정 때 일본 선생이 추켜세웠다던 그 총명함 다 사라지고 사지육신 늙어 병들고 뼈에 금이 갔는데도 아픈 줄 모르고 끙끙 앓다가 늙은 몸 회복되지 않고 끝내 죽어버린. 할머니라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나마 그를 기억하던 인간들이 사라진 뒤에 의미는 커녕 존재 자체도 알 수 없을... 왜 태어나서 왜 그런 고통을 겪고 왜 죽어야 하는지 

 

역시 이런 글을 쓰니까 너무 슬프다. 한국에 돌아가서 생각해야지. 금요일 삼오제에 참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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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rishin 2014/11/27 10:25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 다다 2014/11/27 23:16

    아..그랬구나. 너와의 대화 속에 자주 등장하던 분이 돌아가셨다 생각하니 나도 기분이 이상하다.

  3. okcom 2014/11/28 01:12

    흑흑.. 함께 울어요. 많은 감정이 오가는 팔레스타인 기행이었겠어요. 어서 오시오 안아드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