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잠깐 다녀옴

category 역사 2015/04/0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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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호 박사가 2000년 반구대 암각화를 실측한 뒤 색채를 그려넣은 도면

근대 이전의 인류의 역사와 문명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작년에 팔레스타인에 가기 위해 자료 조사 좀 하다가 갑자기 인류 문명이 좋아졌다 -ㅁ-;; 너무 재밌어 수메르 등 왼갖 신화도 다 읽고 왼갖 유적지 다 밟아보고 싶다. 팔레스타인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일부로, 9천 년 전에 사람이 정주했던 흔적(우물)이 있고 7천 년 전에 큰 도시를 이루고 산 동네(제리코)도 있고, 완전 인류 문명의 보고이다. 유적들이 무궁무진하다. 이런 유적들은 비단 팔레스타인의 것만이 아닌데, 주로 이스라엘의 점령 때문에 유적들이 방치/훼손되는 것이 너무 화가 났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건 팔레스타인 것도 이스라엘 것도 아닌데, 인류의 문화인데! (이스라엘이 고고학을 점령과 식민화의 내러티브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꽤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으며, 본인도 팔레스타인 여행 가이드북을 시작하며 언급할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ㅁ-;; 갑자기 울주군의 반구대 암각화에 꽂혀서 미친듯이 알아보니 5500년도 더 된 암각화가 수몰돼 사라져가고 있다고... -ㅁ- 헐

 

장 박사는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진 중간 단계 그림들이 최소 5500년 전 신석기 시대에 새겨졌다고 했다. 몇몇 그림들은 이보다 더 오래 전에 그려졌다는 설명이다. "대곡리 암각화에는 65마리의 고래가 새겨져 있다. 고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11종 이상의 고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두 척의 배가 한 마리의 고래를 잡는 모습은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다."

키네틱 댐 설치하면 암각화 앞에 드러눕겠다

 

ㅁ이 어머니께 전화 드려 설날에 포항 시댁에 방문해 울주군에 가자고 제안 드렸다.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지만 알았다고 하심 ㅋ 그런데 설날에 피치 못하게 시댁에 못 가게 돼서 여차저차 이번에 와서 오늘 다녀왔다. 다녀올 만한 적절한 상황은 아니었는데 그건 나중에 쓰고.

 

검색해서 읽어본 글은 다양한데 몇 개만 링크해 놓음:

  1. 반구대 매거진 - 왜 뒷편 안 나오지? 재밌다!
  2. 국보를 물속에 상시로 담가놓은 나라가 어딨느냐!
  3. 그림으로 쓴 역사책 - 국보 반구대 암각화, 물속에 잠깁니다
  4. 선사시대 한국문화의 기원--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

 

특히 반구대 찾아가는 데에는 4번 글이 도움이 됐다. 여행지로서 개발된 곳들이 아니라선지 가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었..

 

 

뭐 지도 봐도 홈페이지 봐도 가서 뭐 어떻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데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했는데 뭐 역시 어떻게든 됐다. 그 일대는 잘 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천전리 각석부터 공룡발자국, 반구대 암각화와 관련 박물관들 다 걸어다닐 수 있다.

 

천전리 각석 있는 데에는 밥먹을 데가 없는데, 물론 천전리 나와서 옆에 있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있다. 식당이 있고 없고는 참 중요한 정보라.. 하지만 반구대 암각화에는 암각화 입구에 바로 식당도 있고 민박도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는 옛날에는 그 앞까지 갔던 모양인데 지금은 엄격하지는 않게 출입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망원경으로 멀리서 봐야 한다. 물 빠진 때기 때문에 가까이 가서 봐도 될 것 같은데 왜 못 가게 해놨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정말 가며 안 되게 해 놓은 건 아니고 갈라면 갈 수 있다니까?; cctv도 있다지만 누가 그걸 실시간 모니터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가족끼리 가서 괜한 무리수를 두고 싶지 않아서 가까이 안 가봄. 그냥 그 경치만으로도, 사실 그 일대가 막 여행다니고 그런 분위기는 아닌데, 너무 아름다워서, 나무도 돌도 강도 다 아름다워서 거기 가만 앉아서 책도 읽고 시도 읊고 ㅎㅎㅎ 정말 그러고 싶었다. 나중에 여유롭게 와서 거기 민박에서 잠도 자고.. 하루이틀 일대를 다 걸어보고 싶다.

 

하지만 차 없이 가기는 당연하지만 불편하다. 버스 정류장이 있긴 한데 내려서 한참 걸어야 한다. 그 안을 걸어다니며 구경할 거 생각하면 사전에 힘 빼지 않는 쪽이 나을 것이 자명하지 아니한가. 자전거 가지고 가면 좋을 것 같은데 35번 국도가 좀 위험한 편이라. 근처 가지산에 '석림사'라고 유명한 비구니 절도 있던데 자전거 타고 다 돌아보면 좋겠다.

 

반구대 쪽은 물에서 수영하고 그런 것도 (당연히 문화재 보호를 위해) 금지돼 있는데, 아직 덥지 않아서 그런지 물에 들어가고 싶다기보다 반구대든 천전리든 물가에 앉아서 하염없이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그냥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뭐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 우리 ㅁ이는 이런 풍류를 즐길 줄 모르는 닌겐이라ㅜㅜ 언제 나 혼자 와서 로맨스를... 로맨스 그레이<

 

여기 일억만년 전에 공룡이 걸어다녔었고 신석기 시대에 사람들이 고래를 잡고 그림을 그렸었고 화랑들이 놀러왔었고 정몽주가 유배됐었고 그런 오래된 역사가 너무 좋고< 오래 앉아서 음미하고 싶다 그 역사들을 상상해 보고 싶다. 난 항상 어디든 급하게 여행다니면서 고적하고, 사람 많지 않은 곳을 볼 때마다 다음에 시간 길게 들여서 와서 지내야지 그러고 다시는 안 감 ㅜㅜ 근데 이번엔 너무 잘 못 봐서 다음엔 진짜로.. 여긴 꼭 와야지. 그리고 포항에서 가까운 줄 알고 갔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모두 힘들었음 아오.. 암각화랑 반구대에 대한 책을 읽으려다 잊고 있었는데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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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4 20:53 2015/04/0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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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몬드문어 2015/04/05 04:17

    물에 잠기도록 놔두거나, 눈으로 더듬어보지 못하게 하거나... 관료들은 사람들이 긁힌 바위 속에 있는 그것들을 만나면 다스리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하면서도 잘 막아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