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첫 소감 (스포

영상자료원에서 화요일 낮에 [아수라]를 처음 본 뒤, 마음 속에 마구 말이 차오르는데 나눌 사람이 없어 그날 내내 참았다. 아수라 보고 놀란 가슴으로 저녁 회의에 참석하자니 떨리는 마음에 집중이 잘 안 돼서 한참 잡담한 뒤에야 논의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간 집에 돌아와, 하고 싶었던 말을 조금만 적으려고 휴대폰의 메모장을 열었는데, 계속 쓰다보니 손이 저려서 더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대충 쓰다 말았던 글이다. 생각하는 걸 다 적고 싶어서,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부터 가져왔다.

 


나는 왜 컴퓨터 키보드 놔두고 모바일로 이러고 있는가.. 넘나 좋은 점 조금만 적어둘라고 한 건데ㅜㅜ 지쳐서 쓰다 포기함 금요일에 아수라 보러 갈 사람?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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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싫어하고 진부하다고 폐기처리한 한국 영화 특유의 쓰레기 같은 모든 걸 갈아넣었는데 왜때문에 걸작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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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혼자 하고 혼자 웃는 게 ㅋㅋㅋㅋ 더킹에서 정우성 대사 흉낸데ㅋㅋㅋㅋ 역→사→적→으로 살→아↘↗ ㅋㅋㄱㅋ<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그 정우성톤. 연기 못 하는 맨날 똑같은 그 톤으로 나레이션 시작할 때부터 헐 대박이다 깜짝 놀람 그리고 오프닝 타이틀 뜰 때 알아차렸다 난 이 영화를 존나 좋아할 것임을... 아니 이 영화는 명작의 숙명을 지녔음을...★

정우성 연기랑 캐릭터랑 착 들러붙어 이럴 수가ㅜㅜㅜㅜ 미쳤어 감독도 정우성도 미촸어 둘중에 누가 누구한테 절해야 될까 고민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절하기로
그리고 정우성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잘 생겼지만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못 생겨진다 단순히 잘 생긴 얼굴에 상처나고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아니고 수렁에서 헤오나오지 못할, 덫에 빠져드는 고통에 찬 생물로서 못 생겨진다 연기와 조명 덕인 듯 (그런데 맨마지막에 다시 잘생겨짐ㅋ)

갠적으로 맨날 똑같아서 워낙 싫어하는 황정민도 지능적 비열함을 담아내서 막 너무 생생해 도랏어ㅜㅜㅜ

기타 검사, 계장, 작대기, 황 반장(비굴하게라고 속사포같이 작은 대사 넘 좋ㅜ) 등 일견 전형적 인물 같은데 디테일이 다르다 각자의 배경이, 그사람의 전생애사가 뇌내 스크린을 통해 그려진다 설득력 있다 배우의 힘이기도 하지만 연출 없이 안 됨 예로 더킹의 정우성ㅋㅋㄱㅋ걍 왜저러나 이해가 안 감 관객은 커녕 감독도 배우도 이해 못한 듯

인물 간 관계 보여주는 것도 구구절절 나열할 거 없이 한방에 존나 함축적이고 개적절함 더듬더듬 팬티 올려주는 거나 입쳐닫으라는 의미와 애정을 담은 고등어 한젓가락 어휴.. 캐릭터만이 아니라 캐릭터간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거기도 하고.. 또 정우성이랑 황정민 관계가 이복 매제인 것도 재밌다 그 한국적인 그 정서.. 가족이면서 가족이 아닌 애매한 거리의 가족 설정

정우성의 딜레마. 시발 개새끼고 좆같은 새낀데 게다가 허세 쩔고 근데 그 허세도 생존 방법이고. 미화하지 않고도 공감 끌어낸다
아까도 말했지만 영화에 나오지도 않는 게 혼자 뇌내에 막 그려짐 아픈 부인 두고 작전상 성매수하러 갔는데 막상 하니까 또 좋았겠지 길티 플레져 느끼며 또 합리화하며 하지만 합리화해도 병원비 때문이란 식으로 아내를 공범으로 삼고 싶진 않아서ㅜㅜ 지도 사람인데 건강한 사람도 아닌 죽어가는 와이프한테 보여주기 싫었겠지 막 혼자 이해됨 그래서 무릎 꿇을 때 탄성을 내뱉었다 뭔 탄성이지 납득과 안타까움의 탄성 같음 그러면서 검사 새끼처럼 나도 겨우 그거냐? 하고 황당해서ㅜ복합적 탄성임
개새낀데 불쌍하다고 감정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건, 그가 다름 아닌 한국에서 살아냈을 세월이 그려져서. 이건 정말 잘 생겨서가 아니고 연기가 캐릭터에 착 들러붙어서임 그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특히 권위주의 조직에서 살아남으며 또 원래 나쁜 새끼들인 범죄자 상대하면서 한 번 또 한 번 뭐 어때 시발 다 이러고 사는데 하면서 강자에겐 비굴하게 약자에겐 비열하게 점점 그래 한국 남자가 되어갔겠지 젊은 주지훈. 정우성도 주지훈 만큼 젊고 예뻤겠지 순수했겠지  물론 주지훈의 행보-변화는 좀 다르지만 왜냐면 바로 돈과 권력의 신임뽕 맞았으니까. 주지훈이 변해가는 게, 권력자의 기대에 알아서 맞춰가는 그게 살인까지라도 과도하지 않았다. 보통은, 저런 식으로 극단적으로 비약적으로 변해가지 않겠지만 주지훈은 정우성이나 황반장 등 썩어빠진 경찰 선배들의 비리도 곁눈질로 알아왔겠지 자기도 모르게 배웠겠지 그리고 그 사람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왔다 걍 선하기만 하고 악하기만 한 게 없단 걸 이미 알고 있다 거기에 쥐똥 만큼 하사 받은 권력뽕에 취하고 특히 비밀을 공유하는 지위에 올랐다고 얼마나 그게 태어나서 이런 거 처음이고 얼마나 지키고 싶었을지 납득이 됨ㅜ

여담으로 정우성 주지훈 두 사람 관계가 (내가 더럽게싫어하는) 브로맨스로 전혀 안 보이고 한국 남자 종특으로 맺는 관계일 순 있지만 그런 건 내가 잘 몰라서 모르겠고 정우성이 타이틀 올라가기도 전부터 어떻게든 젊은 피 주지훈을 더러운 세계에 개입 안 시키고자 하는 게 아들에게 내가 못가진 미래 주고파 지켜주고파 자기 투사하는 아버지 같이 보였음

캐릭터도 완전 다 한국 남자들인 점에 더해 한국 영화라면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고 영화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게 있어야 되는데 둘 다 있다. 한국적 소재들, 되게 한국인 공간들(따닥따닥붙은 집, 철수한 미군기지), 그 공간에 맞춘 상황진행

재개발, 장례식장, 중국인 혹은 조선족 범죄자, 재개발 이권, 지역 조폭과 정치인 유착관계, 그 자체로 폭력배인 검경, 그러면서 고상한 척 하는 높은 검사, 시장도, 시장의 재개발에 반대하는 시의원도, 잡아쳐넣으려는 검사도, 검사 윗대가리도 썩어 빠진 사회 등 이미 한국 영화에서 충분히 다뤄온 소재들이고 나쁜 놈끼리 싸우는 것도 신물날 스토린데 새로워....!!!! 어찌 이리 새롭나
다 함축적인 디테일 때문이다 존나 정합성이 쩔어.. 막 한국사회 지연 학연 쓸데없이 사건을 통해 다루지 않고 대사로 간단하게 한 방에 담아냄 그 대사가 또 캐릭터를 이루고 ㅜㅜㅜㅜ 

액션 신발 너무 좋아 시체안치소에서 정우성이랑 주지훈이랑 싸우는 거도 좋고 ㅜㅜ 정우성이 유리 씹어먹고 둘이 만나게 하는 것도 오예 좋았다 사실 셋이 있을 땐 약간 별로일 뻔 했는데 주지훈이 딱 그 전자기기 들고 나가서 괜찮아짐<

글구 카체이스 어캐 찍은 거져? 막 기술적인 걸 모르니까 대체 차안에 있다가 차앞유리 통해 차밖으로 카메라 나오는 거 어캐 한 겨 유리 없이 찍고 씨지로 유리 그린 건가(cg알못) 와 신박하다~~ 한국 도로에서 가능한 카체이싱 좋아아 게다가 그때 정우성 귀 안 들리고 비도 오는데 총 빼앗겨서 분노해서 추격전  하는 거ㅜㅜㅜㅜ 넘 좋음 디테일이 새로워ㅜㅜㅜㅜ

한국 영화 보면 흥이 깨지는 것들이 있는데 한국에서 저게 뭐야 말도 안 돼, 하는 것들, 이를테면 총이나 사람 너무 많이 죽이는 거 근데 아수라는 중딩 때 빠졌던 홍콩영화 느낌이었다 권총이 20발 연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그 느낌 막 주윤발 같은 그 느낌

리듬감 쩐다. 플래쉬백도 개적절했다 삽입된 줄도 모름<

조명. 특히 스마트폰. 밀실의 조명. 비오는 거리, 비오는 날의 조명.

몰입이 깨진 순간- 주지훈 아 어떡하지 하며 울 때ㅜㅜㅜㅜ 나도 움<
글구 첨에 오프닝 크레딧 후 검사 목소리 후시녹음 같은 느낌이라..

장례식 씬은 과할 수도 있지만 물리적인 폭력이 어떤 건지 잘 보여준다. 그래서 더 좋았다. 물리적 폭력이 얼마나 무서운데 막 폭력의 은유를 통해 뭐 딴 얘기 하는 게 아니고 그냥 폭력 남녀노소 지위고하 막론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무서운 그 물리적 폭력

스미지 않고 바닥 위를 미끌어지는 피가 좋았다 이를 위한 바닥의 타일이 좋았다

첨에 사나이 픽쳐스로 시작해서 으잉 제작사 이름부터 이게 모야 ㅡㅡ 했는데 인트로 끝나고 아수라 타이틀 뜰 때 이미 사나이 머시기 따위 잊었다 근데 감동에 젖어 엔딩 크레딧 올라가는데 또 사나이 픽쳐슼ㅋㅋ 존나 깸

 

그리고 썩은 눈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노말하게<, rps 얘기도 아니고, 정우성이랑 주지훈이랑 와꾸가 그냥 대박 잘 어울림 왜 정우성-조인성이 화제된 거 보고 영화 봤는데 영화가 별로라 그런지 투샷이 별로 안 붙어 안 예뻐 근데 정우성 주지훈 어울릴 거라 생각도 안 했는데 하...! 넘나 좋았다 그냥 이쁘다 어울린다가 아니고 투샷이 특히 현장검증하거나 할 때 둘의 에너지가 화면을 채우는 게 장난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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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주지훈 캐릭이 정우성 황정민만 아니라 다른 사람 대하는 것도 나왔음 좋겠다 싶은데 막상 있으면 필요 없어 보였을지도.. 씬 배정이 많지 않은데 엄청 잘 했다 주지훈 넘나 잘했어ㅜㅜㅜㅜ 똑띠다

너무 긴장하면서 봐서 다 본 뒤 팔이 저리고 무릎이 풀림

그리고< 영화에서 묘사되는 관계란 게 전부 다 위계가 잇음 서열 사회 집약적으로 잘 보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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