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없는 아이

  • 등록일
    2005/02/04 03:23
  • 수정일
    2005/02/04 03:23
  • 분류

작년에 2권 보다 말았는데. 이유는 남은 페이지수 때문.

탄광에 갇혀서 구조대랑 접선하는 부분까지 읽은 것이 선명히 기억난다.

돈도 왠만치 모아서 키워준 엄마한테 암소를 사서 가려는 와중에 탄광에 갇힌 것인데,

그럼 도대체 돈도 다 모았는데 엄마한테 언제 가냐 싶어서, 이 남은 페이지 내내 돈 다 잃고

당하는 생활 나오나 섣부르게 짜증내고 덮어버렸는데

오늘 생각나서 읽으니까 탄광에서 구출된 뒤에 또 도둑놈으로 오해받아서 감옥에서 하루

지새우긴 하지만, 키워준 엄마 만난다, 중간도 안 돼서-_-;;;

 

엄마랑 만나는 게 책의 마지막이며 끝일 거라고 내 맘대로 정하고 내맘대로 짜증내고 뭔 짓이래.

친부모가 나를 찾는다는 것까지 읽고 일부러 덮었다. 스펙타클한 내일을 위해~

 

다음달엔 <집없는 소녀>도 읽을 셈이다.

이건 가족이랑 뭐래더라... 아 맞다 엄마아빠 돌아가신 뒤 소녀가 혼자서 할머니할아버지댁에 찾아가는 내용이라구..

 

로드무비같은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모험물도 안 좋아하고 딱히 여행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그래도 책을 읽을 때는 아무튼 정신을 잃고 보므로 마치 내가 레미가 된 듯... 했다.

 

마띠아는 두들겨맞으며 앵벌이하다가 포주(맞나-_-?) 개악마같은 자식이 죽어서 레미를 따라오는데, 맞는게 너무나 익숙하지만, 머리는 너무 맞아서 심하게 다친 나머지 "날 때리고 싶으면 때려. 하지만 머리는 안 돼"라고 길 떠날 때 다짐을 받는다. 참내.. 1, 2권에서 마띠아는 계속,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슬프고 난감하고 화나는 상황을 슬기롭게, 그따위로 대처하지 않고 독특하게 소화해낸다. 너무나 천진난만해서 웃음이 나온다. 묘사된 바로는 외모도 장난 초꽃미소년이라고+_+

 

100년 전쯤에 쓰여진 어린이 로드북-_-;인데 키운 악마에 흡사한 아빠한테 팔려나간 것이긴 하나 낭만적이다. 지금 사회에서는 말이다. 7살 때 내복 입고 피아노 가방 들고 가출했었는데 횡단보도에 서니까 막막했었다. 그 때 엄니가 횡단보도 건너는 걸 엄격히 금하고 있어서기도 하지만, 차가 쌩쌩 다니는데 어디로 가야하나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되게 웃긴 게 그 기억은 내 시선으로 안 남아 있고 횡단보도 옆에 내복 입고 서 있는 측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나중에 누군가한테 얘기하면서 내가 재구성한 장면일텐데 헐; 인간의 기억력이란. 아니 나의 기억력이란, 인가.

 

지금 어린이들 가출하면 어디 가겠는고. 기껏 마음씨 좋은 분을 만나도 파출소로 안내하겄지. 어른인 나라도 별 수 있나, 파출소로 인도할 것 같다-_- 얘네들은 공연을 하면서 돈을 버는데 결국은 '왕자님의 암소'를 살 정도로까지 벌어 버린다. 우와.

 

읽기는 굉장히 재미있다. 소소하게 나가는데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보라고 쓴 취지에 알맞는 것 같다. 완급 조절도 잘 해서 괜히 감동 줄라고 오바하지도 않고.

여행을 하면서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자세히 나오는데, 선동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풍경으로 그리는 것도 아니고 거부감없이 받아들이게 그려준다. 음... 어린이 학대... 그 때보다 지금이 나아졌을까? 마띠아도 앵벌이였고, 레미도 팔려간 아이고... 노동착취도 심각하고.

 

당시에도 떠돌이 생활은 결코 노멀한 삶이 아니었는데 주위 사람들의 같이 살자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길떠나는 레미랑 마띠아, 그리구 살아남은 동료 까삐 니네 멋있다.

내일의 스펙타클 대결말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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