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같은 게 범죄자된다

  • 등록일
    2005/08/12 13:45
  • 수정일
    2005/08/12 13:45
  • 분류
    우울한일기

중학교 때 내 친구들은 내가 서태지랑 결혼할 줄 알았다고 하는데

남들 다 하듯이 나도 스스로 태지 부인이라 자청하고 다녔고.. 대단히 열광적으로 좋아했다. 원래 성격이 좀 설치는 성격이었다. 똑같이 좋아도 더 설치는 그런 거 ㅋ

지금은 잘 생각 안 나다가 티비에 나오면 또 반갑고 눈물이 날 것 같고=_= 그렇다.

 

중학교 2학년 때 시대유감이 공연윤리위원회(줄여서 공윤, 지금은 사라졌다는뎅)에서 판금조치를 받아 가사도 공개가 안 되고 자세히 기억은 안 나는데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이 때 사서함이라고 연예인들 소속사 측에서 팬들에게 연예인이 직접 녹음한 것도 들려주고 스케쥴 알려주는 전화가 대유행이었는데, 암튼 거기에서 채송화 언니-_-(태지 팬들은 누구나 알 그 소녀적 감성으로 글쓰시는 분-_- 근데 이름이 정확한가 모르..)가 지금 공윤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자고 했다.

 

그게 역시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하룬가 이틀의 시한을 가지고 급박하게 공지가 내려왔고(무슨 조직같다 ㅋ) 나는 공윤과 KBS에 미친듯이 전화를 걸어 말을 들어주면 그러지 말라고 얘기를 하거나 안 들어주면 욕을 하고 끊거나 했고, 학교를 돌며 판금조치 취소해달라는 서명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전날 나는 선글라스 너머로 오빠의 슬픈 눈이 보이는 꿈을 꿨고, 우리 언니는(역심 팬이심 ㅋ) 오빠의 다리가 부러지는 꿈을 꿨고 함께 서명운동한 내 친구는 동생한테 컴백홈 앨범 쟈켓의 숨은 뜻을 설명해주는 전혀 상관없는 꿈을 꿨던 것이다.

 

쉬는 시간이랑 청소시간만 이용해서 모든 반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암튼 그렇게 서명을 받아서 편지랑 서류봉투에 넣어서 당장 등기로 부쳐야 하는데 중학교 수업이 끝나면 우체국도 닫기 때문에 그날 못 보내고 마지막 날인 내일 보내기 위해 아침조회시간 후 첫수업사이의 30분을 이용해 담임한테 집에 다녀온다고 뻥을 치고 우체국에 다녀왔다.

 

그런데 아뿔싸... 학교에 도착하니 9시 45분으로 수업시간이 15분이 지났고 내가 두번째로 싫어했던-_- 윤리 선생이 수업을 하고 있었다. 친구랑 의논해서 그냥 째자고 결론을 내고 조용히 자료실에 숨어 있다가 교실에 들어갔는데 당시 나를 싫어하는 건지 좋아하는 건지 나한테 졸라 집착하던 그 인간이 내가 없다는 걸 모를리가 없지... 애들이 약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너네 교무실로 오래..그랬다.

 

그 때까진 가슴이 좀 뛰었지만 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교무실 끌려가서 윤리, 담임한테 뒤지게 맞고 부모님 불려오고..-_- 내 생애에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오죽하면 울면서 반성문을 썼을 정도-_- 제기럴 그리고 최고로 싫어한 국어 선생도 얼씨구나하고 나를 혼냈는데, 이 선생은 내가 싫어하기 전에 나를 맹렬히 싫어했고 평소에도 많이 맞았고 나한테 앙심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 내가 수업 시간에 틀리게 가르친 것을 한 번 지적한 적이 있는데 그것때문에 앙심을 품은 것같은데 사실 그 전에도 나를 탐탁치 않게 여겼고 그 뒤로 박해가 가시화되었을 뿐으로,

 

-_- 나한테 "너같이 머리만 좋고 못되먹은 애들이 커서 범죄자 되는 거야" 그랬다-_- 못되먹은이 아닌데? 더 심한 말인데? 파하하 잘못 가르친 것 좀 지적했다고 머리 좋대... 그 순간 나에 대한 그 앙심은 역시 그 때 내가 지적한 것 때문이구나하고 확신하게 되었다.

 

지금 그 사람이 밉냐면 그렇진 않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두꺼비같이 생긴 게 ㅋ

부깽님의 글을 읽고 생각나서 써봤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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