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또 다른 계절



밥 먹고 나서 그걸 익히려고
그늘진 벤치에 앉았다.
죽 한그릇 끓여내지 못하는
빈 가슴은 시시로 눌려왔다.
하늘도 병색이 짙어 쇠잔한 푸르름이고
늦가을이나 초겨울 즈음일 법한
바람의 울림.
꽃소식은 벌써 흐드러져
어떤 잎들은 모금모금 떨어져 나갔다.
봄날이라 하지만, 계절 속에 무수한 계절이 숨어
저마다 소리를 내었다.
등돌린 나무들이 먼 나라의 참혹을 알고 있는 듯
너무 분명한 연두빛 신호를 보내오고
새들도 늙은 뾰족탑 위에 앉아
불안을 수근거리다 떠났다.
햇살이 거두어 둔 그늘 곳곳에
몇 해 전의 봄이 아직 남아있어
웅얼거리는 소리
말이 풍경을 물들이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이따금씩 먼 발치의 서먹한 빛이
얼굴을 물들이고 그럴때면 나는
내가 더 낯설어져
울고 싶었다.

 

 

 

 

 

2003년에 전쟁났을 때 쓴 시 그 때는 전쟁한다한다 그러면서 전쟁 안 나길래 전쟁 안 나는 줄 알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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