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거리

  • 등록일
    2005/12/23 01:26
  • 수정일
    2005/12/23 01:26
  • 분류

웬디님이 좋아하는 <동경만경>을 읽으려고 찾으니 이 책이 더 얇아서 빌렸다.

 

나는 이렇게 섬세한 남자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없다. 가장 아름답다는 건 아니다. 그냥 남자 작가는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마음의 미세한 부분이 여자 작가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런데 이 작가는 이름은 슈이치지만 여자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지금 검색하고 완전 깜짝 놀랐을 정도로 미세하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그렇게까지 섬세하진 않았다고 자꾸 말하고 싶다. 커헉.. 이건 내용보다 더 쇼크야, 여자가 백 배 섬세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걸 깨고 싶지 않다는 거. 지금도 이 사람은 예외야라고 생각하고 싶은 거. 크윽... 생각해보니 신승원도 다른 여자들보다 섬세하구나... 그렇구나 남자도 있구나!

 

하지만 나는 많은 여자의 섬세함을 느끼지만 남자는 아니란 말야;ㅁ; 정말 고정관념인 거야? 사실이 아닌 거야? 으에에

 

주인공은 여자다. 소설보다는 지금 나는 내가 소설 아니 글을 읽는데에 여러 가지 다른 것들이 작동하는구나 그게 더 놀랍다. 나는 가끔씩 이 작품이 끝까지 좋았으면 싶으면 별로 안 좋았는데도 좋다라고 마음 속에 우겨넣는다. 냉정하게 자를 때도 있지만, 자를 때엔 또 다른 뭔가가 끼어 있겠지, 논리정연하겠다라든가. 꾸에에 모르겠어......

 

몰라 올해 김승옥 소설을 읽고 또 어찌나 놀랐던가? 이런 평범한 말들로 한 줄 한 줄 이토록 완전한 문장을 쓰다니. 정말 아름다움을 넘어선 완전하다라는 경이감! 지금 쫌 행복하다...-_- 도망치듯이 작품에 몰입하는 내가 아니라 음.. 패스

 

이 책은 결말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마음에 들게 우겨넣었다고 인정! 그리고 또 내 태도를 말하자면 나는 항상 결말을 욕망하고 결말을 잊는다. 나는 항상 결말을 예측하지 못 한다(라는 것은 좋아하는 작품만). 감히 예측하지 않을 정도로 좋아한다(탐정느와르는 백 프로). 그런 얘기가 아닌데-_- 그게 아니고 그래도 다 잊는 건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데. 마음에 드는 결말은 기억하고 있다.

 

아아 어쨌든!!!! 작가가 남자라는 데에 너무 놀라서 횡설수설하고 말았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는 여러 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작은 도시 모형을 비슷한 회색 곽으로 이뤄진 도시 모형으로 덮어서 우겨넣는 건데, 이게 그냥 이미지가 아니고 실생활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이 소설은 아귀가 너무 딱딱 맞는 느낌때문에 결말로 (내가) 치달았고 아귀 맞는 결말이 실망스러웠지만 읽는내내는 행복했다. 아이고... 이 사람 도대체 이런 마음을 어떻게 아는 거래.

 

마음의 무엇을 가지고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아마츄어의 글을 싫어하는 것은 단지 내가 보수적이라서일까?(그게 제일 크지만;) 마음에 가진 무엇, 나는 왜 없는 거래=_= 염할..

 

 

아차차 그리고 내가 내용은 비난한 바 있는 신일숙 씨의 <1999년생>의 소제목들과 그에 이야기가 얽힌 방식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것도 비슷했다. 키키 나는 처음부터 눈치깠지롱~~ 왜냐면 신일숙 씨의 만화를 이미 봐 버렸는 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