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사과빵

  • 등록일
    2005/12/25 02:21
  • 수정일
    2019/06/01 00:45
  • 분류

My Daughter and Apple Pie

 

Raymond Carver

 

 

She serves me a piece of it a few minutes
out of the oven. A little steam rises
from the slits on top. Sugar and spice -
cinnamon - burned into the crust.
But she's wearing these dark glasses
in the kitchen at ten o'clock
in the morning - everything nice -
as she watches me break off
a piece, bring it to my mouth,
and blow on it. My daughter's kitchen,
in winter. I fork the pie in
and tell myself to stay out of it.
She says she loves him. No way
Could it be worse.

 

아침에 레이몬드 카버의 단편을 하나 읽고, 갑자기 중학 수준의 영어로 쓰인 아름다운 문장이란 어떤 것인가 궁금해서 검색했는데 소설은 못 찾겠어;ㅁ; 그런데 시는 엄청 많기도 하다.

올봄에 레이몬드 카버의 시를 번역해 보겠다던 숭디는 시가 별로라고 실망하며 번역을 안 했었다. 이 녀석... 이 시 좋다. 귀엽다. 나에겐 시번역할 능력이 없지롱~

아앙... 내 딸이 그 놈을 좋아한대 아앙... 아 이 시 귀여웡>ㅅ< 아잉... 그래도 번역해 보겠다-_-

 

 

딸애는

 

커헉 못하겠다-_-;;;;;;;;;;; 그냥 느끼자...-_-

귀여워어어어 기절할것가터

 

(내용은 대충 딸애가 아침에 빵을 구워줘서 먹는데 얘는 왜 이 좋은 아침부터 썬글래스를 끼고 있대-_- 상관하지 말자, 그랬는데 딸애가 나 그 남자가 좋다고 한다. 꾸에에... 이런 내용-ㅅ- '한겨울, 딸의 부엌'이란 말이 참 정겹다.)

 

쉬운 단어로 어떤 문장을 쓰는지 조금 엿보았다. 소설은 더 쉬울 것 같은데, 소설을 보여줘어어어 가 가능할리 없겠지... 작가는 죽었어도 출판사가 다 판권을 갖고 있으니깐. 으.. 읽은지 오래돼서 정확친 않은데 이 작가는 중학교 나온 사람이면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쓴다는 철학!이 있었다고 한다. 아름다울 법한 말들로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것보다 평범한 말로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것이... 우워어 천 배 아름다워;ㅁ; 멋져용 브라보콘★

 

내가 갖고 있는 단편집은 집사재 출판사인데(집사재가 95년에 처음 냈고 2004년에 문학동네에서 한 권 나왔더라) 오늘 읽다보니 허허... 이번에 번역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그 교수가 가장 강조한 것이 한국어는 "나"라는 말과 "그/그녀" 등의 대명사는 잘 쓰지 않으므로 번역할 때 피해야 할 표현이란 것이다. 그리고 "~라는 것이다"라는 표현도 게으른 표현이라며 완전 싫어한다. 수업에서 많은 부분을 동의할 수 없었지만 나/대명사/것이다 세 가지는 절대동감. 나도 한국어를 구사할 때조차 ~것이다란 말을 많이 쓰지만... 암튼 이 책 번역이 쫌 그랬다고. 하지만 나는 [[번꽝]]에 워낙 단련되어 있어서 괜찮았다. 번꽝 정도까진 아니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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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솔직히 이 글을 쓸 때도 혹시나 하는 의심이 있었는데 아니야라고 지워버렸었다, 인정!

검은 선글래스를 끼고 있는 것은, 혹시 남편한테 맞아서? 라는 의심이 들었으나 시를 귀엽게 바라보고 싶은 내 마음...ㅠ_ㅜ

그런데 오늘 신승원한테 이거 혹시 맞은 걸까? 그랬더니 맞은 거 맞네... 그러고 말았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마음을 우겨넣은 거야ㅠ_ㅜ 우으... 왜 남편한테 맞아서라는 의심이 들었냐면, 이 사람 소설을 읽으면 그렇다, 그런 내용들이 나온다... 아니 여자가 남편한테 맞는 게 직접 있진 않았지만. 암튼 나는 눈치 까고 다시 잊었어 나 정말 이런 인간이었구나-_-;;; 보고 싶은 거만 보고 듣고 싶은 거만 듣는 내가 어리석다고 평가하는 그런 타입이었구나=ㅁ= 쇼크삼 철푸덕

 

남편한테 맞아서 썬글래스를 끼고 있어서 아빠는 안타깝고, 그걸 알아차린 딸은 남편을 사랑한다고 하고.. 자전적인 소설 중에 비슷한 내용이 있다, 자전적이라는 건 내가 그럴 것 같다는 거고-_- 이혼했는데 전부인, 아들, 딸, 어머니, 동생한테 돈을 보내느라 전전긍긍하는 남자의 이야기. 거기서 남자랑 딸. 딸의 남편이 난봉꾼이다. 그 소설조차 아름다우니 말 다 했지. 암튼 이 사람은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으윽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랑 다를 게 없잖아! 다른 소설가랑 굉장히 다른데... 일상의 아름다운 요소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그 다음 문장은 모르겠다-_- 그냥 미국에서 제일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근데 이 사람도 60년대에 이스라엘에 가서 1년간 살다가 생활고로 미국에 돌아온 일이 있다. 이스라엘에 간 것도 물론 생활고였고. 자세한 내막은 몰라서 뭐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싸르트르가 아랍-이스라엘 대립에 대한 논문 모음에 서문을 쓴 걸 읽고 왕창 실망했었다, 나는 유대인에게 죄지은 민족구성원으로서 도저히 유대인의 잘못이 확실해도 타박하지 못하겠다라는.. 완전 대실망!!! 아니, 레이몬드 카버랑 진짜 상관없는 얘기다, 그 사람은 정말 가난했다. 유족들은 잘 살고 있겠지.. 그런 생각하면 저작료로 돈 버는 유족들이 굉장히 밉고 그렇다. 돈에 집중해서 미운 게 아니라... 아 나 요즘에 부정적인 앞 문장 다음에 나와야 할 문장을 못 만들겠어. 그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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