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간 노래

  • 등록일
    2006/03/27 17:58
  • 수정일
    2006/03/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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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밤
앞 내ㅅ강(江)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르던 노래는 강(江)건너 갔소

강(江)건너 하늘끝에 사막(沙漠)도 다은곳
내 노래는 제비같이 날러서 갔소

못잊을 계집애나 집조차 없다기
가기는 갔지만 어린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ㅅ불에 떨어져 타 죽겠소.

사막(沙漠)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먹은 별들이 조상오는 밤

밤은 옛ㅅ일을 무지개보다 곱게 짜내나니
한가락 여기두고 또 한가락 어데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江)건너 갔소.

 

 

이육사

<출전: 『批判』(1938. 7)>

 

 

 

 

꺄악 깜짝 놀랐다. 이육사 디게 무시했는데=ㅂ= 신승원이 이면지로 쓰라고 준 언어영역 문제지의 지문으로 나온 이육사의 시 <교목>이 너무 좋아서 시집을 찾아봤는데 주옥같은 시들이 잔뜩... 그 청포도가 제일 별로다=ㅅ=;;;;;; 청포도때문에 디게 무시했는데;;;;;;

 

 

 

교목(喬木)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이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 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이런 걸 남성적 어조라고 하는구나. 고등학교에서 가르친 건 기억도 안 나네. 왜 강인한 어조를 남성적 어조라고 할까-_- 바보같은 명칭이다. 나는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 터질 것 같이 팽팽한 응축된 느낌. 마치 마루야마 겐지같다. 이육사 좋다

 

이 시를 따라 써보고 좋은 부분에 밑줄을 그어 보려는데 다 그었다=ㅁ= 그 중에서도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가 정말 좋다.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어떤 시든 이육사 시인이 저항의 의지로 팽배한 채 썼을 수도 있지만 그걸 굳이 일제 치하의 저항심으로만 굳이 좁혀서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정말이지 이 주옥같은 시들에게 실례다.

 

내가 비슷하다고 느낌 마루야마 겐지를 저항 소설을 쓴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굳이 저항의 의미를 따지자면 시대적 의미로 국한시키지 말고 지리한 인간계나 스스로에 대한 저항으로 읽든가~ 읏 이것도 진부해

 

난 우뚝 선 단독자라서 좋아~~ 곧은 나무와 같은 글들 휘둘리지 않고 휩쓸리지 않는 점이 좋아. 너무 아름다워;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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