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영화제 아나의 아이들 봤음

예전에 비디오로 학교 도서관 비디오 열람실에서 혼자 보면서 소리내지 않고 우느라고 목구멍이 막혔었는데, 이번에 극장에서도 입에서 자꾸 소리가 나서 입을 틀어막고 보았다=ㅁ=;

 

내가 팔레스타인에 간다면. 그런 생각을 한다. 단기 프로그램이라도 애들이랑 놀 수 있는 그런 걸 하고 싶다고. ISM 등 국제활동가로서의 활동도 좋지만 애들이랑 놀고 싶다. 아랍어를 배워서 애들이랑 놀고 싶다. 아나처럼.

 

이 영화의 편집은 악랄하다, 신랄하다. 울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예쁜 애들이 이런 분노를 겪고 결국은 참지 못하고 자살폭탄공격을 감행하든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맞서 총을 들든지, 뭐든지 해서 결국은 죽어 버린다. 그렇게 예뻐봤자 몇 년 뒤에는 시체가 된다. 그 몇 년 뒤 시체가 되었거나 벽보가 되는 것을 보여주고는 다시 예쁜 어린 시절을 보여준다. 왜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그렇게 예쁜데...

 

평소에 내게 말을 걸면, 어떤 이유든 자살폭탄공격은 반대한다. 왜냐면 버스 공격이 많은데,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이스라엘 국민은 대부분 하층계급이고 이스라엘에서 잘 살아보고 싶어서 이주해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부문제와 외부문제를 나눠서 팔레스타인의 과거(현재는 잘 모름) 썪어빠진 지도부와 팔레스타인 민중 vs 이스라엘 개같은 정부와 이스라엘의 민중 -> 이런 식으로 묶어서 적을 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생활의 바탕에 깔린 것은 언제나 뒤집힌 황금률, 내가 당하기 싫은 것은 남도 당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내 고통이 회복될 수 없는데 그 간접적 가해자이며 동시에 피해자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면 뭐해, 정말 고통받아 디져 마땅한 것들은 아무 타격도 안 받는데.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스라엘군이 대포를 쏘아 부서진 초등학교, 모두 놀라 도망가고 혼자 피를 흘리며 죽어가던 소녀를 꺼내서 병원에 데려가서 죽는 걸 봐야 했던 걔가 도저히 살지 못하고 자살폭탄공격을 해버리는 것을, 도대체 누가 뭐라고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으음.. 쓰다보니 너무 슬프다. 그만 써야지.

영화를 보고나서 사람들과 밥을 먹고 웃고 떠들면서 참담한 기분은 가라앉았지만 육체가 회복되지 않았다. 진이 다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집에 일찍 가려고 했는데, 집에 가도 누워 있을 것 같아서 사무실에서 같이 밥먹고 광화문에 나갔다. 나가서 앉아 있어도 회복이 안 됐다. 먼저 일어나 집에 가려는데 알엠 남편이랑 한별이와 마주쳐서 오랜만에 하은 한별을 보았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기분이 좋아졌었다. 에구 생각만 해도 좋아라-_-;;

 

 

<거미집>은 나중에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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