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에서 찾기우울햄..

9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20/04/15
    2020/04/15
    뎡야핑
  2. 2019/11/16
    참을 수 없이
    뎡야핑
  3. 2018/08/02
    불법촬영 ㅅㅣ부랄
    뎡야핑
  4. 2018/01/15
    한숨
    뎡야핑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인간다움을 지키는 싸움을 하고 싶은

  • 등록일
    2024/01/24 16:13
  • 수정일
    2024/01/24 16:13
  • 분류
    우울한일기

나의 사랑방 후원인 인터뷰
 

[불펌]

이번달 후원인 인터뷰에서는 그 스스로 한국사회에서 “빛과 소금” 같은 활동을 하고 있노라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 "빛과 소금" 같은 진보네트워크의 활동가이자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하고 있는 뎡야핑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세계 시민 뎡야핑입니다.

 


뎡야핑 이라는 이름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름의 사연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덩 야핑’이라고 옛날 사람이라면 다 아는 유명한 중국 탁구 선수가 있는데요. 저와 탁구 치며 같이 놀던 친구들이 순전히 얼굴이 닮아서 붙여줬던 별명을 활동명으로도 쓰기 시작했어요.

 

덕후 기질이 상당히 짙은 분으로 알고 있어요. 다소 키치한 진보네트워크(이하 진보넷) 행사 포스터 등을 보면서 ‘이건 분명 뎡야핑 님의 취향이나 덕질이 반영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기도 했었는데요, 요즘은 어떤 ‘덕질’에 빠져 계신가요?


원래 올 한 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슬램덩크에 빠져서 지낼 예정이었어요. 1월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이 한국에 개봉한 이래 9월까지 슬램덩크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그 원작에 기반한 2차 창작 작품들을 보고 또 보느라 다른 만화랑 영화는 거의 보지 않았어요. 제가 파는 장르가 20년 만에 흥하다니 너무 즐거워서 이전에 해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새롭게 잘 놀았습니다.



제 취향이 키치하다기보다 제가 만들 수 있는 게 그나마 키치한 느낌 뿐이고, 애초에 행사 포스터는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진보넷 행사 포스터는 저 뿐 아니라 다른 활동가도 만드는데, 그 분이 유행에 초민감하셔서 저도 재밌게 보고 있어요ㅎ

 

올해 25주년 진보넷 후원의밤은 제가 최근 다녀온 후원행사 중 가히 최고로 재밌었습니다. 특히 피날레송 <누가 죄인인가>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작 밖에서 보면 진보넷이 그렇게 재밌는 단체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웃음)) 진보넷 활동과 의미를 짧게 소개해주신다면요?

한국사회에 빛과 소금 같은 존재…? 한국에서 ‘보편적 인권’이라는 가치를 담지하며 인공지능과 빅테크 관련 정책을 생산하는 유일한 인권단체라서요. 외부에 드러나진 않지만 ‘진보넷 없으면 한국사회 어쩔 뻔 했어?’ 싶은 순간들이 많아요. 저희가 팀이 두 개인데, 앞서 말한 인공지능과 빅테크 관련 정책을 생산하는 건 정책팀에서 하고 있어요. 저는 기술팀에서 그러한 기술과 관련된 현안이나 역사를 살피며 비평하는 유튜브 채널 <따져보는 오늘의 기술이야기 :: 따오기>의 영상을 만들고 사회운동의 펀딩을 지원하는 ‘소셜펀치’ 홈페이지도 운영하는데, 말하고 보니 이것도 다 빛과 소금이네요. 허허.

 

진보넷 25주년 후원의밤 피날레송 <누가 죄인인가 - 정답: 빅테크>

 

진보넷은 25살이나 먹은 오래된 단체이고, 창립 멤버를 비롯해 연차가 많은 활동가들이 적지 않은 단체입니다. 활동가 재생산에 대한 고민이 많을 거 같은데요. 연차가 다양한 활동가들이 섞여 활동을 잘 만들어가기 위한 본인의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제가 볼 때 어느 단체든 창립자들은 그 운동이 자기 삶인 사람들이거든요. 단순히 헌신적인 게 아니고 그게 너무 재밌는 거죠. 그래서 운동과 삶을 구분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거 같아요. 이건 옛날 운동권들만 그렇단 게 아니고, 그냥 요즘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만든다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창립자나 그에 유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후발대로 들어온 사람들이 이 이슈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진정성은 사전에 탑재하고 조직에 들어와야 되는 그런 게 아니고 조직 활동을 통해 생기는 거 같거든요. 후발대에게도 이 운동이 자기 삶의 주제가 되도록 선발대들이 많이 노력해야 하는 거 같아요. 삶의 환경이 달라졌고, 그에 따라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하구요. 활동과 삶을 분리하는 태도가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더 잘 활동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해 놀고 있어요. 죽을 때까지 활동하려면 내가 지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동료를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동료가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우리 (단체) 사람으로 안 남아도 다른 분야에서 뭘 하든 혹은 직업적으로 운동을 지속하지 않든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시지 않겠는가, 그런 마인드로…


제가 진보넷에서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자기 활동을 직접 기획할 수 있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뒤에 들어온 제 동료들도 최대한 자기 재량껏 활동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근데 돌아보면 저만 마음대로 살았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시니어(선발대) 활동가로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팁이랄 것도 아니고 다들 그러고 살 것 같네요.

 

뎡야핑 님은 진보넷 활동가 이전에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계속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그 사람들이 불쌍해서 연대하는 게 아닙니다. 이스라엘 식민지배에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운동이 정당하기 때문에 연대하는 겁니다. 



그간 제 소임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과 식민지배의 현실을 한국사회에 많이 알리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며 이슬람과 20세기 다른 해방운동의 역사에 대한 내용도 함께 알렸어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심지어 진보적인 사람들조차 이슬람에 대한 편견, 예컨대 테러리즘 같고 미개한 것 같단 느낌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프로파간다, 즉 ‘하마스=ISIS(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라는 공식이 먹힌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미국이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계속 펼쳐온 “테러와의 전쟁”, “문명과 비문명(야만)의 대결”과 같은 프레임이 제 생각보다 사람들 무의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또 20세기 해방운동의 역사에 대해 모르다 보니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대응이 마치 새로운 일인 듯 얘기한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그런 영역을 저희가 다 커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이슬람이나 20세기 해방운동의 역사에 대해 많이 공부하면 좋겠어요. 물론 지금은 우리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제노사이드를 중단시키는 게 급선무고요. 자신이 속한 공간들, 교회 소모임이든 학교 동아리든 이름 없는 책읽기 모임이든, 어디서든 간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식민지배를 멈출 때까지 이스라엘을 보이콧하겠다 함께 선언해주세요. 한국 시민들이 이스라엘의 식민지배를 거부한다는 걸 이스라엘 대사관에 보여주세요. 이건 원래 팔레스타인평화연대에서 가장 집중하는 영역인데 지금 제노사이드 대응이 급해서 잘 못하고 있습니다. 관련한 내용에 대한 강연 요청하시면 어디든 가겠습니다. 

 

폭격으로 키우던 새를 데리고 가족들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 팔레스타인 소년

  

뎡야핑 님이 계속해서 싸우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멀쩡한 척하고 있지만 사실 전 지금 인간다움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계속 운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이 변화 가능한 존재라는 깊은 믿음이 있어서인데, 여전히 머리로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믿음이 다 깨졌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쉬는 시간을 가지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이러다 성격파탄자 되고 운동도 그만둘 것 같아서요. 누구 좋으라고 운동을 그만두겠어요.



우리를 이렇게 지치게 하는 그 자체가 저들의 목표래요. 이스라엘과 미국이 끊임없이 생산하는 뉴스가 전부 선동을 위해 거짓으로 조작된 정보라는 걸 사람들에게 말하기 위해, 저는 그 프로파간다들을 계속 팔로업해야 합니다. 엄청난 양의 끔찍한 프로파간다가 쏟아져서 정말 지쳐 버렸는데요. 그런데 보스니아 제노사이드 생존자이기도 한 제노사이드 연구자 분의 트윗을 봤어요. 세르비아 극우들이 제노사이드를 자행할 때랑 패턴이 완전 일치한다고. 저들의 목적은, 그 끝없는 프로파간다에 맞서 싸우는 우리가 지쳐서 더이상 맞서지 못할 때까지 우리 힘을 소진시키는 거라고.

그 프로파간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미개하고 악한’ 자들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이들이 죽어도 큰 타격 없는 인간 이하의 존재로 느껴지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프로파간다 중 하나에 대해 따오기에 만든 영상이 있으니 한 번 봐 주세요.* 저에게 지금 유일한 희망은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아서 제가 운동을 시작했고 그것이 제 삶을 바꾸는 일이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지금이 그런 순간일 거라는 점이에요.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 함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론에서는 볼 수 없는 10월 7일 하마스 이스라엘 침공의 진실 (2023. 11. 28.)>, 유튜브 따오기 채널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저도 백년 전에 인권하루 소식지를 보며 세상을 배운 활동가 중 한명인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실천적이고 급진적이고 또 뒤에서 소리 없이(?) 움직이며 세상에 유의미한 질문을 계속 던지며 한번 시작하면 끝장날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는 불도저 같은 사랑방의 활동에서 많이 배우고 영감도 힘도 얻습니다. 사랑방의 과거와 오늘 같은 미래를 기대합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중장비에 부서진 '앗스파이' 마을의 학교 잔해 위의 뎡야핑. 사진은 해당 학교의 학생이 찍어주었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니까 사람이 어떻게 망가지는 건지 스스로 실시간 체험하고 관찰하고 있다. 물론 그런 자각이 있기 때문에 적정한 선에서 망가지고 끝나겠지만... 정말 매 순간 폭발할 것 같다.

괜찮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지 괜찮은 게 아니다.

"마우스일기 / 우울한일기" 분류의 다른 글

2020/04/152020/04/15
참을 수 없이2019/11/16
불법촬영 ㅅㅣ부랄2018/08/02
한숨2018/01/15
자존감 사수하기2017/05/24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20/04/15

  • 등록일
    2020/04/15 08:53
  • 수정일
    2020/04/15 14:26
  • 분류
    우울한일기
이십년이 다 돼가는데 여전히 도돌이표로 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왜 그랬을까 내가 아는 모든 남자가 성폭행범이더라도 유이하게 절대 아닐 사람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잘못의 시효는 언제까지지 언제까지 배척했어야 하는 거지? 영원히라는 형벌은 너무 가혹했을까 왜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내가 읽고 싶은 모든 책을 다 읽은 사람. 군대 다녀온지 얼마 안 된 남자선배들이 추억담 늘어놓을 때 군대의 해악에 대해 처음으로 말해 준 남자선배. 순정만화를 읽고 강경옥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남자는 처음 봤었다. 순정만화를 소년만화보다 높게 평가하는 남자도 처음이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집회 때 영풍문고 앞에서 마주치자 뿌듯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데 그런 뿌듯한 표정을 본 건 처음이었다. 후배들을 후배라기보다 각 인간으로 대해 왔기 때문에 그런 아랫사람한테나 지어보일 표정을 본 게 생소했다. 다른 학교로 대학원 간 후라 추억 돋았나. 이미 문제제기 이후라서 내가 똥씹은 표정이었을 그 상황이 두고두고 떠올랐다. 괴롭다기보다 그냥 영풍문고 앞을 지날 때마다 그냥 그 상황이 떠올랐다
성추행범들의 개개별 사정 따위 알 필요도 없고 아무 중요성이 없지만, 이 사람만은 지금도 궁금한 것이다. 왜? 그니까 이 사람이 대체 왜? 물어볼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묻고 싶다.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냐고. 그때는 너무 싫어서 말도 섞지 않고 가까운 친구들도 못 만나게 하고 그랬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려 해도 도무지 모르겠다.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고 폭력적인 건 더더욱 아니고 남성문화에 무비판적으로 젖어있는 구석이라곤 조금도 없는 사람이 왜. 세상을 등져서 물어볼 수도 없고 아무도 답해줄 수 없는데 가끔씩 생각나는 것이다 너무나 알 수 없어서. 논리도 성립할 수 없고 정당화할 수도 없다. 그런 게 하고 싶은 게 아니고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모르니까 영원한 난제야 뭐야 이 생각만 하면 생각이 붙들려서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겠다. 해결하고 싶다. 궁금증을 풀고 싶다. 나랑 제일 가까운 애들이랑 친하면서도 나하고만은 서로 무관심했는데 결국 죽음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 궁금해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당시 함께 겪은 사람들이랑은 제대로 얘길 못했는데 지금이라도 해야 할까? 얘길 꺼내면 상처만 후벼파고.. 그냥 전문가 상담? 뭐 이런 거 받아보고 싶음 영원히 언제까지 궁금하냐고..
사건 전까지 나랑은 정말 데면데면 했고 그래서 좋아한 것도 싫어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그 사람 나이를 한참 지난 지금도 그 사람이 읽었던 책을 내가 다 못 읽었다고. 그런데 나는 그 사람이 읽을 수 없었던 좋은 책을 많이 읽었다고. 살아있었으면 물론 다 읽었겠지만 살아있질 않으니 다 놓치지 않았냐고. 원망도 한탄도 안타까움도 아니고 이건 뭘까 나름 책이란 매체를 좋아하는 만큼 어느 정도 선망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책과 관련해서 가끔 떠오르곤 하는데 그냥 정리되지 않은 이 상태가 이렇게 계속될 줄 몰랐다. 어느 순간 20대의 그를 추월하는 순간이 오긴 할까? 그런 잡다한 생각들이 끊임 없이 드는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