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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책장 구경

  • 등록일
    2019/01/28 02:25
  • 수정일
    2019/01/28 02:36
  • 분류
    추억팔이

갑자기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어린 시절 취미가 생각났다. 어릴 때도 남의 책장 구경하는 걸 좋아했다.

엄마는 친구네 집에 방문할 약속이 있고, 왜 때문인지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을 때(보통은 언니랑 놀고 외할머니 외삼촌 등 있었다) 엄마를 따라서 엄마 친구네 집에 간다. 가면 그 집 애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애가 있으면 애랑 놀고 없으면 혼자 책을 읽었다. 사람이랑 놀아도 책장 구경은 했다.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책장에서 책을 고르던 장면이 불현듯 떠올라서 잠자리에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그 때 당연하지만 내 세상은 매우 좁았고, 나는 세상에 나와 있는 어지간한 책은 스스로 다 읽은 줄 알았다. 아이고 우스워라;;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집에 있는 백 권짜리 위인전+소설 등으로 구성된 소년소녀 어린이 뭐시기 시리즈를 다 읽은데다, 그보다 더 글씨가 많은, 친척 오빠네서 받은 과학전집이나 위인 시리즈도 거의 다 읽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남의 집에 가면 대체로 다른 출판사에 나온 비슷한 전집류가 어디든 있었는데, 구성이 거의 겹치기 때문에 그 중에 내가 안 본 책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어리석게도 내가 왠만한 책은 다 읽은 줄 알았던 것...; 그게 초등학교 1, 2학년까지였던 것 같다.

그 무렵 남의 집에서 읽은 책 아무것도 기억 안 나고, <뚱보 나라 키다리 나라>라는 소설을 충격적으로 재밌게 봤다. 다 읽고도 빌려와서 읽고 또 읽었다. 그 책이 너무 갖고 싶어서 시리즈로 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달라고 부탁했는데 거절당했고 반납해야 했다ㅠ 그 뒤로 3, 4학년쯤부터 혼자서 책을 사서 봤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서점에서 본 적은 없었다. 대학 땐가? 우연히 이 책 얘기를 했을 때 후배가 집에 남아 있던 이 책을 선물해 줬던 것 같다(정확히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 미안 ㅠㅠ). 다시 읽어도 재밌었다. 너무 소중해서 애지중지하고 보물함 같은 데 담아두기까지했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검색해보니 작가가 앙드레 모루아라고 아주 유명한 문학가이자 역사가기도 하네. 그리고 이 책을 이제는 살 수 있다 ㅎㅎ 프랑스사 쓴 것도 한 번 읽어봐야지.

지금은 만화 책장 구경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검색해서 보기도 하고, 가입된 만화까페에서 만화 책장샷은 빠짐 없이 본다. 오프라인 친구 집에 방문할 일이 많지 않지만 어디든 방문하면 책장 구경하는 게 제일 재밌다. 이젠 책을 많이 읽지도 않고 사기는 오지게 많이 사서 책장에 자리가 없어서 맨날 바닥에 늘어놓고 있는데;; 큰 책장 하나를 또 사고 싶다. ㅋㅋㅋ 책에 대한 소유욕을 버리기 위해 20대에 무척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했는데 평생 로망이던 만화방(만화책장만 가득찬 존엄한 내 방)을 구성하고, 마루에 있는 책장에 '마쓰모토 세이초'란을 캬- 아름답게 마련한 뒤로 또다시 일반 책도 좀 존엄하게 구성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 그냥 물신이야... 집어쳐.. 이거 시작하면 책도 또 존나 새 책 같이 깨끗하게 읽으려 들고 난리날 것임 그리고 이북 산 것도 종이책으로 다 사고 난리남;;; 그래서 참아야 됨...ㅠㅠ

누구든 날 집에 초대해조 책장 구경시켜주라주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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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과 칼 : 침묵하는 지식인에게

에드워드 사이드 짧은 인터뷰집인데 예전에 읽다 말아서 다시 읽었다. 익히 알고 있어도 오슬로 협정에 관한 부분은 화가 난다. 썩어빠진 부분보다 무능한 부분이 더 화 난다. 사이드는 오슬로 협정을 "재난에 가까운 협상"이라고 얘기하는데, 무능하고 부패한 리더십을 따라야 했다는 것 자체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재난이 아니었을런지. 아. 아래는 발췌문.

 


(까뮈가 정의보다 어머니 선택하겠다 운운한 데 대해) 이것은 선택 항목을 잘못 제시한 것입니다. 지식인들이 정의와 진실을 대변해야 할 책임이 있는가, 거짓말을 해도 되는가,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파농: 프랑스를 상대로 혁명을 일으키려는 것이 고작 프랑스 경찰을 알제리 경찰로 대체하기 위함이어서는 안 된다

 

비극은 이 운동에 몸담고 있는 이런 지식인들이 8월 27일 비밀 합의가 밝혀지기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PLO 내의 상황이 얼마나 참혹한지, 아라파트가 얼마나 안하무인이고 독재적인지, 주위에 아첨꾼이 얼마나 많은지, 세력이 얼마나 줄었는지 저에게 토로하다가 협의가 이루어졌다는 발표가 나자 싹 돌아서서 아라파트가 천재라며 추켜세웠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정치를 비밀 거래, 위대한 지도자, 기적 같은 거대한 사건에 의해 한순간 뚝딱 변화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종교의 관점에서 정치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돌을 던진 이 아이를 체포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이스라엘 감옥에 들어갈까요, 아니면 이스라엘이 관리하는 팔레스타인 감옥에 들어갈까요? 다른 해방 운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ANC(아프리카민족회의)는 승리했지만 정부를 구성할 때까지, 정부를 통제할 때까지 경찰력에 가담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우리는 승리하지도 못했는데, 정부를 구성하기도 전에 이런 역할을 받아들였습니다.

(--> 팔레스타인의 다음 인티파다(민중봉기)는 부패한 팔레스타인 지도부에 대항해 일어날 것이다 라고 얘기하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떠오름... 아오... 진짜 눈물나네 ㅠㅠㅠㅠ)

 

해방 운동으로 시작되었던 PLO는 독립이 이뤄지기도 전에, 식민주의 점령이 끝나기도 전에 점령군의 협력자로 돌아선 20세기 유일한 해방 운동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인터뷰 때 백혈병 투병 얘기가 잠깐 나온다. 동시대에 사이드를 외면할 수 있었던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런지.. 사이드 책 뒤적이다 말기만 하고 끝까지 읽은 적이 없는데 읽어야겠다... 오슬로 협정 관한 부분들은 다 타이핑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팔레스타인 친구들이랑 얘기해 보고 싶은데, 아랍어 공부부터 해야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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