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없

  • 등록일
    2008/08/06 17:08
  • 수정일
    2008/08/06 17:08
  • 분류
    마우스일기
그간 생각한 것을 좀 적어본다.


그냥 편하게 적겠다<

예전에 녹색평론을 읽으며 아나키즘과 생태주의에 흠뻑 빠져지낼 때 이미 나는 국가로 대변되는 시스템을 부정하고 있었고, 최소한의 중앙이 필요하다면 합리적 조직이 아니라 제비뽑기 등 우연히 담당하게 된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비전문가들의 느슨한 연결망, 그 정도까지만 인정했다.

그렇게 생각하느라고 국가를 전제하고 정권 획득과 유지가 핵심인 정당 정치는 부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현실을 감안해서 선거 정도는 했었다. 그러다가 당시 민노당이 한나라당인가 민주당인가가 쓰던 당사에 입성(!)하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환호하는 기사를 보고 역시... 이 사람들은 안 돼, 라고 단정짓고 그뒤로 선거는 쭉 보이콧했다.

어떤 후배가 적색이었다가 녹색으로 전향하는 사람들이 일관되지 못하고 실망스럽다고 말했었다. 걔는 지 입으로 파란색 자유주의자-_- 나는 이게 아니다 싶을 때 바꿀 수 있는 게 용기있고 올바르지 않냐고 말했는데 씨도 안 먹..

생각이... 나는 지금은 아나키스트도 아니고 생태주의자도 아니고. 시스템을 긍정하게 된 것도 아니고. 두리뭉술 별로 포지션도 없고. 누가 봐도 여성주의자는 아니고. 좌빨에 포섭될 수 있겠지만 사회주의자도 아니고.

나는 내가 싫어도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나는 산업 사회 전체가 싫은 것이다. 자본주의고 사회주의고 간에 산업 사회가 싫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다 사는데 다 뒤집어 엎으랄 수도 없고...; 아 이게 아닌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_-;;;


그냥... 그래 결론을 쓰겠다. 나는 현실을 고려하는 것을 현실과 타협하는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아주 쉽고 간단하게 저 사람은 우파, 저 사람은 회색분자, 변절자, 더러운 인간이라고 규정할 수 있었다. 나 개인에게만 국한시켜 말하자면 내가 당장의  현실에 좌우되지 않는 상황에 있었던 게 하나의 이유이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어떤 사람이 의견을 낼 때, 저인간이 배가 불러터져서 혹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보상심리로, 라고 쉽게 단정되는데 이런 배경은 철저히 고려되어야 하지만 그보단 비난하기 위해서 말해진다. 어쨌건 나는 어려운 현실을 몰라서가 아니고, 그냥 뭘 하려고 해도, 생각해도 괴리감이 느껴졌다. 뭐지... 아프리카에서는 애들이 진짜 굶어죽고 있는데... 폭격으로 애들이 죽고 있는데... 이게 다 뭐지. 근데 이건 좀 허무주의나 냉소주의로 가더라고... 이거 너무 딴얘기

당장의 현실에 울분이 터질 때 또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이 지식인 무리였는데 특히 자기를 지식인이라고 지칭하는 사람은 무조건 싫었다. 추잡하잖아... 자기 계급이 지식인이야?? 왜 계급적으로 사고하면서 자기는 그 계급을 초월해 있는 거지. 그래서 유명하고 욕먹는 좌파 인사들이 많지만 난 그 사람들 글 거의 읽은 것도 없다. 봐도 뭐 다 아는 소리라고밖에 안 여겨졌다.

사실 지식인이라는 직업은 지금도 좀 싫지만...; 싫은 건 싫은 거고 내가 현실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을 다 썩었다고 생각했던 걸 정정한다. 요즘에 한국 지식인들의 글을 읽으며(생각하면 이미 죽거나 늙은 외국 지식인들의 글은 많이도 쳐읽었다) 내가 단정했던 것처럼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사람들이구나... 썩어서 타협적인 게 아니고 지금 당장 여기서 무얼 할 수 있을까 무얼 바꿀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구나. 싶다.

나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쉽게 매도하고 싸잡아서 폄하했다. 위에 민노당 당사 입성 때 나는 그래 뭐 기쁜 건 이해하지만 제도권에 한 발 더 깊숙히 들어간 거 아니냐 좀 짜증... 역시 한계가... 그냥 그러기만 했다. 그렇지만 그건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논쟁하려는 자세가 아니고

나랑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건 그리고 다른 현실 기반을 인정하는 건 정치적 입장차를 인정한다는 건 어렵다. 정치적 입장차인데 단순하게 옳고 그름의 문제로 치환해서 내가 옳다는 건 저들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하게 되기 쉽다.  나는 항상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왜냐면 옳지 않으면 이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아...;;;; 그런 맴으로.

진보불로그에서 많은 민노당 당원들의 글을 읽으며 당원들은 이렇게 훌륭한데 당은 왜 그럴까... 의구심도 갖게 되고...; 나보다 생각도 행동도 백배 훌륭해서 당황하고.

변절자다, 시스템의 노예다, 허황되다, 타협적이다, 이기적이다, 이상적이다, 이따위 비난에 염증을 느낀다. 남의 생각을 인정한다는 건 심판자적 지위에서 그래 그렇게 해도 돼하고 허용하는 게 아니고 그 생각이 놓인 위치를 섬세하게 추적하고 이해하게 되는 거다. 나랑 생각이 다르다고 틀린 게 아니다. 물론 틀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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