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포스팅

  • 등록일
    2008/08/17 05:43
  • 수정일
    2008/08/17 05:43
  • 분류
    마우스일기
거한님의 [쓰기] 에 관련된 글.
[이글 ] 의 덧글에 관련된 글.


지금 찾아보니 거한님의 글과 덧글이 공격적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고 덧글만이다. 읽은지 좀 돼서 착각해서 말했는데, 글에 대한 건 아니다. 그리고 공격성에 대해 말하자면, 공격적인 말이 논쟁을 가로막고 감정만 더 다치게 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그 생각은 덧글을 처음 봤을 때부터 한 거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감정을 배려하고 거한님은 공격을 한 게 아니고, 설정해 놓은 논쟁 지점과 방식의 선택이 완전히 다른 거라고. 그러니까 그것은 거한님과 나의 차이이고 그 부분을 다시 논쟁할 수는 있지만 왜 이렇게 공격적이냐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오해할 수밖에 없고 다시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는 뱉어내기식 덧글을 쓰냐고 화가 났었다. 지금 거한님의 마지막 포스트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거한님의 맥락을 전혀 보지 않았고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에 공격적이라고 느낀 거라고 보인다. 생각하고 노력해서 잘라낸 부분들을, 나랑 생각이 다른 건데, 생각이 다른 게 아니고 공격적인 방법론이라고 보았다.

서로 감정을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생각의 차이를 통째로 부정했다. 내가 대화할 생각이 있었다면 글과 덧글을 더 꼼꼼히 읽었을 것이다. 관심과 대화와 연대를 호소하면서도 누군가를 아무 생각없이 배척하고 있었다.

내가 발끈한 것이 '분위기'라는 애매하고 무차별 책임을 묻는 단어때문이었는데, 그 단어를 내가 썼다. 이 사람이 어떤 맥락을 가지고 이야기했나 보지 않고 대충 그간의 공격적인 분위기를 전제하고 판단했다. 그 공격적인 분위기로 말하자면 나와 생각이 다른 지점이지, 남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 게 결코 아니었다. 나랑 다른 방식으로 나름의 문제제기와 해결을 도모했던 것을 뭉뚱그려 공격적이라며 공격했다.


긴 글이었는데 다 삭제했다. 이런 글을 쓸 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직접적인 것만 남긴다. 쓰다가 내가 어느 부분을 공격적이라고 느꼈는지 거한님 글과 덧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적었는데, 애초 거한님께 어디가 공격적이었는지 일일이 나열하지 않은 것은 내가 그걸 공격적으로 지적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나중에는 거한님이 이 불로그를 찾지도 않는데 그런 걸 쓰는 게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어서였다. 지금 적어놓고 보니 나로선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 글을 적는 것은 내가 잘못하긴 했지만 그럴 만 하지 않았냐고 사람들에게 동조를 구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웠다. 그런 구구절절한 해명이 있어도 내가 잘못한 건 마찬가지다.

어떤 식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가 느꼈을 절망과 괴로움과 슬픔에 미안하다. 작은 잘못이 아닌 것을 온라인상으로 어떻게 사과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혹은 사과를 원하지 않을 수 있는데 미안하다고 쓰는 것은 자기만족 아닐까도 고민스럽다. 아니면 불로그에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역시 자기만족인가 싶기도 하고. 글을 다시 읽어보니까 사과하는 글치고는 딱딱하다. 진짜 미안한 게 아니라서가  아니지만 설명도 못하겠고.. 제목도 고민스럽고 불로그홈에 게시여부도 고민스럽다. 혹시 거한님 미안하다고 불로그 새로쓴 글에 뜨면, 혹시 그걸 보고 다시 거한님께 폭력이 되는 건 아닐지. 잊으려는데 이런 포스팅이 굳이 상처를 들쑤시는 건 아닐지.

그래도 말해서 마음이 풀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쓴다. 거한님 미안해요. 정말로. 썼다 지운 모든 사과의 말을 포함해서 최대한의 마음으로 미안해요. 감정적 언어를 피했던 것이 상대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한 거였다는 걸 이걸 쓰고 고민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정말, 정말.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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