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한우 하면 먹는 소밖에 안 떠오른다. 고기를 먹지 않으면서도.
이제 우시장에서마저 고기로만 취급되지만, 소처럼 일한다는 말처럼 소는 일할 수 있는 동물이다. 이젠 기계랑 발달된 농업기술로 인해 일 안 해도 되지만.

농약을 치고 공장에서 만든 비료를 뿌리고 기계로 모를 심고 기계로 수확하고.
지금의 일반적인 농사방식과 전혀 다른, 그렇다고 요즘의 유기농방식과도 다른 진짜 옛날식농사를 보았다. 농약도 안 치고 모든 것을 소와 인간이 하는. 소작업+수작업

30년간 그렇게 살아온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소도 이젠 완연한 노년기. 여전히 쉬지 않고 일한다 어떤 교감을 하면서. 은근한 교감. 할머니 할아버지 허리는 진짜로 꼬부라졌고, 그게 소가 있어서, 소 꼴을 먹여야 하는 거라서 할머니는 불만이 많다. 남들은 다 농약 뿌리고 기계 쓰는데 우린 이게 뭔교! 이봐요! 소 팝시다! 팔아!! 웃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또 웃기네;;;;;; 이 은은한 이야기에서 할머니는 진심으로 불만을 표출할 수밖에 없지만 귀여웠다. 툴툴 무뚝뚝하게 비난하기도 하고 그와 상반되는 애정을 표시하기도 하며 유일하게 다이내믹한 인물로 잔잔한 영화에 웃음을..!!

재래 농법에 불만이 많으신 걸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발달된 농업기술이 인간을 해방했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농약을 뿌리면 소는 꼴을 먹을 수 없다. 사료를 먹어야 한다. 소도 못 먹는 걸 인간이 먹어!!! 여튼 토지는 농약과 비료로 오염되고 수확량은 많지만 버려지는 것도 무지 많고.

하지만 역시 다른 사람들은 편하게 일하는데 유독 할머니 할아버지만 가장 힘든 방식으로 해도 뜨기 전부터 일해야 하니 어쩌면 좋냐. 뭐 좋은 농법도 있겠지러...(무책임)

화학조미료가 부엌에서 여성을 해방시켰나? 일회용 생리대나 기저귀가? 특히 일회용 생리대는 건강에도 안 좋고 돈도 많이 들어서 면생리대 쓰는 사람이 엄청 늘고 있다. 나도 그렇고. 해방인 줄 알았는데 시간적으로는 해방이었지만 치뤄야 할 댓가가 더 크니까 해방이 아님 건강 돈 썩지도 않는 쓰레기들

뭐 재래 방식과 지금 방식을 비교하고 하나를 택하는 게 아니고 제3의 길(장점만 취합)로... 아 바보같은 소리나 하고 있고


워낭소리는 소의 목에 걸리 방울 소리이다. 딸랑 딸랑 천천히 움직이면서 찰랑거리는 워낭소리... 이 영화에는 과잉이 없다. 과잉으로 살고 있는 나이지만 이거 보니까 과잉이 막 추잡해 보이고-ㅁ-? 그렇다고 과잉인 내가 일부러 절제해도 추잡하고...=ㅁ= 여기는 절제도 아니고 진짜 그냥 딱 그만큼의 것들... 뭐랄까 전통어로 표현하자면 분수를 알고 살아가는... 뭘 해도 자연에 거스름이 없는... 아니 진짜 인간이 자연이더라. 그리고 그게 경건하더라.

그런 게 참 좋았다. 참 좋은 영화 참 신기했고. 소가 센스가 참 있어서 더 좋았다. 의도하려 해도 의도할 수 없는 소의 센스들이 찍혀 있다. 그건 센스라고 말하는 것도 과잉이고-_-;; 난 이런 한국적인 걸 잘 모르지만, 이게 진짜 사라져가는 한국적인 거구나 싶다. 그런 농사짓는 방식도, 그런 교감들도.

마지막으로 할머니... 최고 귀여우셨다 자식들 왔을 때 살포시 웃으시고 왕귀여우심 아무래도 상영관이 확대될 것 같으니 전한국인<이 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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