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기

  • 등록일
    2009/12/25 12:00
  • 수정일
    2011/06/09 19:10
  • 분류
    마우스일기

1주일이 좀 더 되었구나. 지랄과 성질의 한 주일을 적어본다.

 

일요일 오후, 여기저기 긁다가 만져보니 몸에 모기에 물린 것 같은 두드러기가 몇 개 돋아나 있었다. 아주 예전에 한 번 제육볶음 먹고 돋아났다가 사라진 적이 있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마 전날 먹은 굴국밥 때문인가봐. 그러고 말았다.

 

저녁에 연어를 먹고 새로 산 잠바를 입고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몸이 너무 가려워서 왠지 루이보스(허브티)를 마셔야 할 것 같았다. 근데 루이보스 마시는데도 계쏙 가렵고 더더구나 손목에까지 두드러기가 돋아난 거라. 언니한테 말했더니 놀라면서 병원 가자고.

 

그래서 응급실에 가서 굴국밥이랑 연어 때문에 식중독 걸린 것 같다, 라고 말하자 의사는 식중독 아니다, 굴국밥, 연어 때문도 아니다, 라며 목에 돋아난 것만 슥 보고는 "자기가 뭘 먹었는지 생각해보고 알아서 그 음식을 피하라"며 주사맞고 가라고 했따. 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냈는데 언니가 "너 여기 싸우러 왔냐?"며 짜증을 팍 내서 수그러듬; 의사는 여기는 치료하는 데가 아니고 증상만 없애는 데라고. 알고는 있는데 저렇게 재수없게-ㅁ-

 

주사를 맞으며 간호사에게 이거 맞으면 두드러기가 안 나는 거냐, 이거 맞아도 원인은 제거되지 않는  거 아니냐, 이거 안 맞아도 두드러기 천천히 없어지는 거 아니냐, 라고 묻자 맞다고.. 무슨 약인지 가르쳐 주지도 않고 하루치 약을 지어줬다. 약국에 갔더니 약사가 오히려 자세히 얘기해줬따 음식 탓이 아니라 자기 몸이 안 좋으면 뭘 먹어도 확 일어날 수 있다고.

 

암튼 주사 맞고 약 먹으니 세 시간쯤 지나자 다 나았다. 기분 좋게 잠들었는데 월요일 아침 7시에 눈이 팍 떠졌다. 내가 몸을 벅벅 긁고 있었다. 온몸에 다시 돋아났다.

 

9시 반까지 견디는데 너무 힘들었다. 한의원에 전화해서 진료시간을 알아보고 1등으로 봐달라고 얘기하고 갔다. 갔는데 의사는 지각ㄱ-; 암튼 의사가 상담을 너무 좋아하니까, 간호사 분들이 "출근해야 하니까 짧게 해달라고 말하라"셔서 말했는데 5분쯤 단축해준듯; 그리고 침을 맞고, 먹기 싫다는데 억지로 기성한약을 4일치나 줬다 옘병 안 먹는다니까!!!!!

 

암튼 침만 맞아도 훨씬 깨운하고 나아서 출근을 했다. 얼굴엔 좀 돋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새로 산 티셔츠랑 새로산 인조털 조끼, 새로산 잠바를 입고 출근하는데 겨드랑이가 가려웠다. 전철에서 챙피하지만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벅벅 긁는데 겨드랑이에 빼곡히 돋아났다 ㄱ-;; 무서워 생각하니까 닭살 돋네;;

 

암튼 출근해서 회의를 하는데 전신이 참을 수가 없게 됐다. 그래도 그날 영화보기로 약속이 있어서 어떻게든 버틸려고 했는데 목과 얼굴에 올라오고 전신이 막 따갑기도 해서 앉아있을 수가 없어서 회의 후 10분 앉아 있었나? 그러고는 조퇴했다. 집에 가는 길에 아무래도 새로 산 티셔츠를 빨지 않고 몸에 밀찫켜 입은 게 주 원인인 것 같아서 전철에서 내려서 화장실에 가서 옷을 벗었다(옷을 몇 겹씩 입어서 새로산 티셔츠와 조끼를 벗음)

 

목에 심하게 나고 머리통이 간지러워서 좀 싸이코같이 머리를 마구 긁었다 긁는 모습이 과격하고 사이코같아서 참으려고 했는데 못 참겠어서 ;ㅁ; 그렇게 집에 가니까 저녁이 거의 다 됐고 아빠가 같이 병원 가자고 대기하고 계셨다. 아빠가 왜 한의원을 갔냐고 내과 가자고 해서 동네 내과에 갔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난 간지러워서 돌아버릴 것 같은데 30분이나 기달렸다.

 

기다리는 동안 아빠가 아빠도 어릴 때 그랬다고 너보다 심했다고 짜증 좀 내지 말라고 아빠도 짜증이 난다고 추운데 있으면 좀 낫다고 대기실에서 같이 나가서 옷을 들고 허리에 난 두드러기르 '호- 호-' 하고 불어주기도 하고, 잠바를 벗고 덜덜 떠는 내게 "너 브라자 안 했냐?"하고 묻기도 하고..;

 

(원래 브라자 안 하는데 왜 평소에는 전혀 모르다가 이때 딱 알았을까? 웃겨라 나는 그냥 "브라자 하면 한데가 가렵잖아" 그랬더니 아빠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끄덕; 근데 이번에 깨달은 건데 나는 평소 아빠한테 존댓말 쓰는데 짜증낼 때만 반말 쓴다;;; 뭐지?)

 

그래서 고통의 대기 시간을 견디고 의사를 만나자 의사가 두드러기를 보며 시껍하며 심하다며 눈을 지푸리며 주사 놔줄테니 긁지 말라고;; 그래서 주사 맞고 또 약국 가니 약사가 나를 기억했다 상담해주며 어제는 어떤 약을 의사가 처방 안 해 줬는데 오늘은 어제보다 고통스럽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 약의 이름은 "스테로이드" 아빠는 왜 어젠 처방 안 해준거냐고 화내고 약사는 의사마다 처방이 다를 수 있다고...;

 

집에 와서 몇 시간은 괜찮았다. 좀 가라앉는다 싶었으나 다 가라앉지는 않고 있더니, 밤에는 또 참을 수 없게 돋아났다 아놔... 아무래도 이사한지 얼마 안 된 새집의 장판,벽지 냄새, 좁은 방안의 옷걸이에 잔뜩 걸린 옷의 먼지같은 것도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합성섬유에 닿으면 따가워서 면옷만 찾아서 입고 있었다. 그리고 밤에 아빠랑 응급실에 가자 다행히도 어제와 다른 의사였고,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를 맞는 건데, 아시다시피 스테로이드제는 많이 맞으면 위험하다, 심각한 병에도 투약을 신중하게 하는데 가벼운 병에..." 그러자 아빠가 "두드러기가 얼마나 괴로운데 무슨 소리냐고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고..;; ㅋㅋ 

 

그래도 의사가 얘기를 들어보니 약도 주사도 다 항히스타민제랑 스테로이드젠데 안 좋다고 주사를 안 놔주겠다고 굳이 맞겠다고 하면 놔줄 수는 있는데 권하지 않는다고 아침까지 참아보고 3차 병원에 가라고 했다. 3차 병원은 대학병원. 알러지 전문의한테 가라고. 나는 알겠다는데 아빠는 안 된다고 자꾸 주사 맞으라고... 됐다고 빨리 데리고 도망나옴

 

아빠는 의사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파보지 않아서 모른다고 하셨다. 암튼 나는 전신에 두드러기가 난 채로 새벽을 기다리는데 언니가 밤새 찜질해 주고 병원에 전화하고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그랬다. 소금찜질이 좋다고 해주는데 아무 차도가 없었다. 아무 차도가 없기는 커녕 밤새 둘다 잠도 못 자고 잠깐씩 선잠 자다가 6시에 도저히 안 되겠다. 하고 대학병원 응급실에 택시 타고 갔다.

 

접수처에서 진료시간 기다려서 알러지 의사를 만나보라며 응급실로는 안 낫는다고 만류했다. 절차가 원래 좀 그런가보더라고. 암튼 나는 정말 너무 화가 났다 병원에 대한 불신으로 팽배했다 그러고는 들어가서 누웠는데 상태를 열심히 설명하고 어제 응급실에서 빠꾸당한 얘기도 했는데 주사를 놔줘서 뭐냐니까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 똑같은 거라-_- 빡쳐서 막 화냈다. 간호사도 완전 화났었다고 한다(언니 증언;) 그리고 수액을 놔줬는데 맞으며 누워있자니 확연히 몸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행복했다

 

그러는 사이 의사가 몇 번이나 와서 증세를 살펴보고 물어보고 갔다. 첨엔 몇 번 짜증내다가 몸이 나아지니까 온순해졌음..; 그리고 자다가 깨다가 그랬는데 나중에 언니한테 들으니 의사가 4명이 번갈아가며 왔었다고.. 와 대학병원 좋구나 주사 띡 놔주고 집에 가라는 동네 종합병원보다 1만원이나 비싼 이유가 이거구나. 하고 앞으로 어디 앞으면 무조건 여기 와야지 하고 다짐.

 

알러지 전문의든 내과의든 병원에서 예약해줄테니까 진료받으라는데 진료는 가장 빨라도 11시에 받을 수 있었다. 아직 아침 8시도 안 된 시점에 졸려서 뒤질 것 같은데 일단 집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우리 동네에도 두드러기 전문 한의원이 있었던 것. 그래서 고민하다가 거기 가기로 하고 아침에 직접 가서 예약하고 집에 와서 쳐자다가 일어나니... 또 돋아났어-_-

 

한의원에서 자세히는 물어보는데 막 신뢰가 안 가고 또 무조건 18만원짜리 약을 먹으라고, 내일 나온다고 오늘은 증세 완화시키는 기성약 먹으라고. 그러는데 18만원!!! 이거 먹으면 정말 낫는 거냐니까 의사는 너무나 당연하단 표정으로 "당연히 낫는다고" 했다.

 

침맞고 좀 나아졌는데 그 기성약은 아무 효험이 없었다. 기존에 병원에서 지은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도 같이 먹고 있었는데 그건 이제 몸에 안 듣는 듯 가려울 때마다 막 먹었는데; 전혀 소용 없었다. 암튼 기성약을 먹고 차도가 없으니 화가 나서 의사한테 전화해서; "무조건 낫는다더니 뭐냐!! 응급실에 또 가야 하는 건가?" 물으니 무조건 낫는다고 한 적은 없다면서; 내일 내 몸에 맞게 지은 약을 먹으라고. 좀만 참아보라고. 정 못 견디겠으면 응급실 가라고...;

 

아무것도 못하고 찬수건으로 계속 몸을 찜질해줬는데 찜질하는 곳은 낫기 시작했다. 팔을 열심히 찜질하면 낫는다. 배도 낫는다. 그러는 시간동안 다리가 빼곡히 돋아났다. 찜질로 두드러기가 가라앉는 게 아니라, 몸속의 독이 배출되지 않고 떠도는 느낌이었다. 찬수건이 닿은 부분의 독이 다른 곳으로 도망가서 다시 돋아나지, 절대 없어지진 않는.. 그래서 쉴새없이 전신을 찜질하니까 좀 많이 가라앉았다.

 

몸을 돌보며 아 내 몸이 자기 좀 봐달라고 이 지랄이구나. 아무것도 안 보고 내 몸만 돌아보는 일이 없으니까 자기만 좀 봐달라고... 이 새끼야 알겠는데 귀찮아!!! 제발 그만... 이라는 절실한 맴으로.. ;ㅁ;

 

 

암튼 몸을 차게 하고 자야 하는구나... 했는데 밤까지 계속 서있었지만(발바닥은 양호) 밤이 되니 앉든 눕든 접촉면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 접촉면에는 무섭게 빼곡히 돋아났다. 아! 첨에 몸이 많이 좋아진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30분이나 잤을까, 일어나니 머리와 얼굴에 완전 돋아나서 -ㅁ- 너무 무서웠어 ㄷㄷ

 

머리속에 빼곡히 돋아난 걸 잠재우기 위해 추운데 덜덜 떨면서 머리를 찬물로 감았다. 얼굴이 울긋불긋한 게 특수 분장한 것 같았다. 사진 찍어놓을 걸...;; 두드러기 몇 군데는 찍어놨는데. 이땐 너무 속상해서 생각도 못 했네. 머리쪽으로 피가 몰려서 그랬던 것 같다(나의 추측)

 

졸려 죽겠는데 자면 죽는다는 마음으로 <달의 아이>를 읽었다. 아름다운 그림체가 내 마음에 위로가 되엇다. 쇼너 너무 좋아...; 어제 무리한 언니는 기절해서 불을 켜고 왔다갔다 해도 코골며 기절. 가끔 깨서 괜찮냐고 물어봐주긴 했다. 이미 어젯밤에 너무 미안했으므로 안 깨우고 혼자서 열심히 찜질을.. 새벽까지 하다가 새벽엔 결국 잠 들었고, 아침에 깨자 역시 등과 목과 어깨와 엉덩이가 빼곡하게...; 아 생각만 해도 닭살이 쫙쫙

 

병원에서 약을 2시 반에 찾으러 오라고 해서 그때까지 버티다가 갔다. 갔는데 또 너무 화가 났다. 의사가 없었다 ㄱ- 간호사가 착각하고 예약했다고 미안하다고 다른 의사가 봐준다고. 그건 아무 상관 없는데, 침맞으라며 장판을 깐 뜨거운 곳에 누으랬다. 누워서 20분 기다리라고. 내가 왜 누워야 하는 거냐니까 편하시라고 해서 "안 편해요"라고 재수없게 말하고 나가버렸다. 간호사도 또한 재수없게 "아 그러세요"라고 했으니 다행이다

 

맞다 중간에 한약... 전날 한의원 진료 마치고 나오는데 한약 짓는 노동자분들과 마주쳤다. 아 몰랐어 한약은 의사가 대리지 않겠지 한약 대리는 노동자는 따로 있규나. 이 분들이 진성 의사다<

 

암튼 대기실에서 졸고 있자니 다른 간호사가 가서 누워 있으라고(보기 싫었나?? -ㅅ-) 해서 그때 되서야 이유를 말했다. 두드러기가 뜨거운 데에 닿으면 거기에 돋아나는데, 뜨거워서 못 누워 있겠다니까 장판을 꺼주겠다고. 장판은 껐지만 열은 남아 있어!!!! 그래서 그냥 조용히 앉아 있었다.;

 

침을 맞는 내내 의사한테 짜증스럽게 말하고...; 약먹고 안 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자꾸;; ㅋㅋ 글고 열이 내리면 두드러기가 가라앉으니 해열제를 먹어도 되냐고 묻자, 먹어도 상관은 없는데 그 열이 그 열이 아니라서 소용은 없다고 피식 비웃었다;

 

그러고선 집에 와서 약을 먹었는데, 나았다. 나았다고!!!! 대체 나을 때가 되어서 나은 건지 약먹어서 나은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나았다. 여전히 합성섬유는 좀 따갑지만 그뒤로 하나도 안 돋아난다. 근데 아직도 합성섬유는 따가워 합성섬유랑 동물 털. 내 머리카락도 가끔 따가움 동물새끼야<

 

아픈 동안 아픈데 혼자인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다행히 내게는 짜증을 받아주고 염려해주는 가족들이 있었는데 혼자라면 정말 서러웠을 것 같다. 중간에 한 번 울었던 것도 같고. 환자의 인권 같은 것도 좀 생각했는데 이제 다 까먹었다< 

 

몸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앞으로는 몸을 좀 돌보려고. 근골격계는 튼튼하고 체지방량도 정상이더라? 비만일 줄 알았는데; 근데 내장이 좀 안 좋다. 아픈 원인을 짚어보니 끝도 없었다. 내장이 마치 쓰레기장이라도 된 냥, 안 좋은 음식을 넣은 적은 없지만 이것저것 어울리지 않는 음식을 마구 쏟아넣었다. 알고 있었다 이러다 탈 난다는 것을.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배가 고픈 상태를 견딜 수 없다 배가 불러도 쳐넣는다 더부룩해서 불편하지만, 배가 고프면 힘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초큼 제어하게 됐음. 먹는 걸 줄여야지 못입는 옷이 너무 많아 맨날 꽉 끼는 옷을 사다보니 바지는 진짜 전혀 못 입고 있다 몇달전에 3킬로 쪘는데 중간에 다 뺐다가, 자꾸 위장에 뭘 쳐넣으니까 다시 쪄서 안 빠지고 있다. 병 낫고 나서 또 좀 쳐먹고 있네 잘 견뎌야지 의지로... 의지로 낙관하라!!!!<

 

아프니까 서럽다. 만사가 짜증나고 화난다. 아프지 말아야지. 건강해야지 운동해야지 적당히 처먹야아지 단식도 해야지!!

 

 

++ 두드러기 병원 문의가 많아서 제가 갔던 병원 소개합니다.

광고하는 거 아님 -_- 저는 인천 지부(?)에 갔던 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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