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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길을 보려고 옥상에 올라가는데
5층 주인집 현관문에는 달토끼들이 방아를 찧고 있고
옥상에 오르니 별은 엉기성기 대충 빛나는데
달구멍은 뻥 뚫려있어
물탱크에 가렸나, 아슬허니 난간에 올라 봐도
달구멍은 뻐버벙 뚫려있고
비행기 날아가는 것도 보이는데
(비행기는 난다는 말 때문에 난다)
달은 보이지 않고
저 미개한 나라의 달토끼는 문명국에 박제되어 남아있는데
차거운 달은 화석조차 남지 않아
제왕의 사라진 자리를 별무리가 꿰차고 앉았다
그리하여 별의 길을 뒤쫓는 시인의 마음은
괜히 춥기만 하고
하산길, 5층 주인집 현관문에는 달토끼들이
여전히 방아를 찧고 있고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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