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포인트(스포일러 함양)

* 이 글은 하이에나새끼님의 [알 포인트 - 죄책감과 공포가 부른 광기]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적이 아닌 귀신과 싸웠다! 귀신한테 여러 복합적 의미를 집어넣고 있구나

 

상업영화를 돈 주고 본 게 당최 얼마만인가. 뭐 내 돈은 아니다만.

별로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감우성과 공포영화, 두 가지 때문에 봤다.

감우성은 역시 연기도 참 잘 하고 멋있었고 내용도 굉장히 무서웠다, 크흑. 하긴 나는 뭘 봐도 무섭긴 하지만; 감우성은 코를 집중적으로 보면 괜찮은 마스크가 아닌데, 눈빛을 중심으로 보면 멋있게 생겼다. 코는 너무 작고... 귀여워>_< 약간 휘기도 했고;

 

반전영화로 봐주길, 이란 말을 들어서인지(하이에나님의 평을 읽어서) 그 쪽으로 생각이 많이 갔다. 돈벌러 떠난 타지에서 사람을 죽이고, 동료가 죽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귀향은 자꾸 미뤄지고. 딱 미치기 좋은 여건, 전쟁의 비인간성. 어느 전쟁이나 군인들이 미치는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니다. 직접체험을 안 했어도, 간접체험만으로도 미쳐 버릴 것 같은데. 뭐 그런 상황에서 외딴 섬에 갇힌 9 명이라! 궁지로 몰아넣어 버린 설정도 마음에 든다. 왠지 아가사 크리스티가 떠오른다. 하지만 좀더 거기에 집중해 줬으면 좋았을텐데. 이를테면 섬세한 심리묘사,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죽이게 되는 그런 거. 그게 마지막에 관등성명 묻고 서로 죽이고 뭐 그런 걸로 표현되었지만 그 전부터 그런 기류가 형성되었으면 좀더 무섭고 새로웠을텐데. 그래도 이 영화를 보면 왜 거기까지 갔는가?(잘 살고 싶어서) 전쟁에 참가해서 어떻게 되었는가?(미쳐서 죽었다) 그래서 돈을 벌어 돌아온 자는 누구인가?(미치고 눈먼 어린 병사 하나) 등 돈 벌러 전쟁 나간다는 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귀신>_<

 

하이에나님은 귀신의 등장이 생뚱맞다고 하셨는데 나는 귀신이 나오는 것이 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거의 가해자가 왜 미쳤냐 중심으로 찍은 영화에서 피해자에 대한 유일한 촛점이기 때문이다. 또 여기서 귀신은 그냥 호러틱한 귀신이 아니다. 영화 카피에서 귀신과 싸웠다는 건 귀신으로 대변되는 전쟁의 모든 지점을 겨냥하는 것 같은데.

섬에 온 뒤 계속해서 귀신의 시각이 나온다. 언제나 재미있는 게 귀신의 시각은 핸들링 기법으로 찍는다. 그러고보니 사람의 시각도 그렇구나;; 귀신의 시각은 뭔가 물빛이 맴도는데 이 영화에서는  색도 파란 색으로 처리하고 소리도 흐, 하, 흐, 하 물속에서 산소마스크로 내는 소리를 내서 저거이 귀신이갔구나 싶었다. 아무튼 중간에도 귀신이 간간이 나와서 감우성을 유혹(?)하는데 맑스의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떠돈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크~ 그 표현 정말 멋지다-_-)b 영화에서 온갖 증오, 두려움, 한 같은 게 귀신한테 응집됐는데 다만 그 상징이 제대로 안 나온다-ㅁ-; 첨에 죽기 직전, 간간이 유혹, 사진 몇 장!! 이게 다다!!! 꺄아~ 저 언니귀신 말고 거기서 죽은 병사 귀신들의 원념도 언니귀신과 군인귀신 모두가 피해자, 이렇게 대충 뭉뚱그리지 말고 왜 그 가해자들 역시 언니귀신과 같은 피해자인가, 그런 거 좀 보여줬으면 좋았지 싶다. 또 병사들이 귀신과 싸웠다는 것은 좀더 심리묘사를 요구하는 건데 하는 안타까움이 또 든다. 그리고 저 언니귀신은 당최 왜 한국인인지-_-; 배트남 언니 구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나. 마스크의 단아함으로 볼 때 깔끔하고 조금 매력적인 귀신을 원했나본데 뭔가 의심스럽다. 하지만 패스...

 

하지만 같이 본 사람의 "결국은 귀신이 들려서 미쳤다는 거 아니냐"는 반응으로 볼 때, 귀신의 등장이 부적절하구나 싶기도 하지만, 수용자 입장의 문제같다. 앞으로 같이 영화 보지 말아야지...-_-;;;

 

영화에서는 관료주의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한다. 실종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싸우다 죽었다고 거짓말 하기 위한 증거를 만들어서 찾아오라고 그 하사를 보내는 거.(그 하사분은 마스크가 악당스러워서 매우 악당적이다) 그 하사는 한국영화 캐릭터같지 않고 외국 캐릭터같다. 비열하고, 뭔가 숨기고, 성격이 조금 지랄리스틱한 거까지는 한국스러운데 뭔가 미묘하게.. 으 미국사람같다-_-;

 

결국 어린 병장만 살아남는데 얘는 눈이 멀어서 살아난다. 눈이 멀어서 귀신을 못 봐서 살아남는 것은 아직은 죽을 만큼 더럽지 않아서인가? 잘 모르겠다. 그 참혹한 살해 현장에서 혼자 헬기에 구출될 때, 그 피바다와 시체가 모조리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 공포를 증언하는 얘는 미친 놈처럼 취급되어 버린다. 쟤 말은 거짓말이다. 그런 일은 없었다. 경제부흥의 기적만이 현실이다. 2004년 우리는 모두 배트남전쟁을 잊었고 눈먼 병사에게, 전쟁터로 나가는 어린 병사들에게 줄기차게 폭력을 가하고 있다. 이것이 진짜 공포다.

 

영화에서 제일 안 좋았던 거는 피를 흘리는 송수신기(맞나?). 당최 그 안에 사람이 갇혀 죽은 것도 아니고 피는 왜 흘리는지... 이거 그냥 관습적인 거 괜히 집어놓은 거 아닌가. 전혀 공포스럽지도 않고 너무 쓸데없었다. 

명장면은 앞에 동료들 찾은 줄 알고 기뻐했는데 슬로우로 움직이던 무리들이 흔적도 없이 수풀 속으로 사악- 사라진 부분. 끄악~~ 어떻게 찍었지??? 너무 무섭고 재미있다>_<

 

참 역시 또 웃지 말아야 할 곳에서 웃는 관객들을 보니 극장 가기 싫어진다. 극장에서 다 같이 보면 뭐랬지 소통? 열린 공간의 뭐 어쩌고 그러던데 당최 저기서 왜 웃냔 말이다. 그건 무서운 장면인데-_-;;;; 극장 가서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정말이지 시종일관 웃기거나, 링구처럼 절라 무서운 영화 뿐이다. 그 때여야만 감정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 예술영화 관객들은 나보다 정신세계가 고매해서 공유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듯? 상업영화가 왜 또라이같이 웃길라고 똥꾸멍까지 파가면서 그러는지 또 한 번 이해하고 왔다-_-. 그게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거지 뭐.

 

마지막으로 잘 생긴 감우성님

 

이미지 출처 : http://www.rpoint.co.kr/

영화에 없는 사이드 스토리라고 있는데 재미있다 쿄쿄 손전등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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