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가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疯愛, 2013

227분짜리 영화인 줄도 모르고 무연이 본다길래 덥썩 따라갔다가 꺅. 내가 여기 왜 앉아 있는 걸까,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앉아 있는 걸까 골이 좀 띵했다 지끈지끈 아픈 게 아니고 앞골이 띵~ 졸지 않은 것만으로도 나를 칭찬해 준다 ㄱ-

 

영화는 중국 윈난 성의 한 정신병원의 남성 병동을 주로 찍는다(다큐인 줄조차 모르고 봤다-_-). 200명 정도 되는 환자 중 열 명 정도 되는 환자들의 이름과 병동에 머문 기간이 자막으로 나오는데, 그때문에 나는 이들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사건/사고)가 펼쳐지는 건가 싶어서 머리 빠지게 누가 누군지 기억하기 위해 애썼지만 무쓸모였댜;;

 

여러 사람을 찍으면 찍는 사람이 어떤 의미로든 애정을 갖게 된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게 되는 과정이 들어 있는 경우들이 있지 않던가. 뭐 그렇게 전개되려나 싶기도 했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특별히 이름을 자막으로 알려준 사람들 중심으로 편집이 되었다고 말할 순 있는데, 또 그 중에 몇 사람이 특히 많이 출연했는데, 그들의 일상의 패턴이 좀더 다양해서 선택이 된 것 같은 느낌.. 그니까 아주 정말, 오줌 싸고 밥먹고 걷고 그냥 그 폐쇄된 병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데, 애정을 갈구하거나 가족이 방문해 주거나 하는 일상의 조금은 특별한 부분(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좀더 많이 나왔다랄까.

 

카메라는 처음에 두 댄가? 고민했는데 소리 때문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앵글이 바뀌는데 소리가 끊기지 않고 화면이 전환되니까, 두 대여야 할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두 대라면 촬영자가 다른 카메라에 실수로라도 잡혀얄 것 같은데 동선을 어마어마하게 잘 짜서 안 나오는 건가 싶다가.. 초반에 집중력이 딸렸을 수도 있는데 초반에는 소리도 화면도 촬영자가 다른 앵글을 잡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는 시간만큼의 공백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랬따. 보다보니까 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는데, 사운드에 공백이 없는 것이 편집을 정교하게 해서 그런 건지 일상의 소음이 비슷비슷해서 내가 소리의 단절을 눈치 못 깐 건지 할튼 뒤로 가면서 눈치 깠다<

 

카메라는 가슴 쯤에 놓고 있는 것 같은데(아닐 수도 있따 낮게 든다는데 낮게가 어디지?) 보면서 카메라를 어떻게 잡고 있는 건지 궁금했고, 그래서 카메라는 어떻게 생겼을지도 궁금했따. 그러나 이 사람 작업하는 걸 찍어준 사진이 있을지..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없지 않을까? 암튼 가슴이라면 개불편할 것 같은데...;; 카메라 모양을 몰라서 모르겠긔

 

동의를 어떻게 받았는지도 궁금했다.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거지같이-_- 진짜 쓰레기까진 아니고 거지같이 굴고 병원도 더럽고 뭐 좋다고 촬영을 허가했는지 궁금하고 환자(영화를 다 보고나서는 환자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지만 암튼)들의 동의는 또 어떻게 받았을지..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찍어도 사람들이 그냥 카메라를 조금은 의식하면서도 그냥 자기 자신으로 행동하는 게, 이런 게 찍는 자의 기술이고 능력인 건지..

 

중간에 카메라가, 휴가(?)를 받은 일인을 따라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데 이거의 의미를 잘 모르겠따. 영화를 끝까지 다 보면 텍스트로 영화를 어디서 얼마나 찍었고, 이 병원의 상태가 어떤지가 나온다. 이에 따르면 병원에는 단지 정신질환자보다 그냥 범죄자-_-, 장애인을 아무렇게나, 정부 편의에 따라 쳐넣어놓은 것 같다. 한국에서 억울하게 갇혀 있었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찬드라 씨도 생각나고 [티티컷 풍자극]도 생각났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떤 사람들의 표정은 '비사회적'으로 보이고, 어떤 사람들의 표정은 저기 왜 갇혀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가게 나온다. 특히 밖에 나갔던 사람과 딸이 면회온, 수감 첫날인 사람이 그랬다. 표정이라고 말하는 것은 표정이야말로 사회적이라고 내가 느끼기 때문에.. 다른 이의 시선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잠잘 때 얼굴과 깨어있는 얼굴은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깨어있는 동안 얼굴 근육을 긴장시키고 활동한다. 뭐 그런 나의 생각 집어치고


정성일의 왕빙(링크에서 6번 글)1​: 영화 [철서구]를 21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뽑은 건데, 9시간 넘는 철서구를 내가 볼 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다만. 안타깝게도 정성일씨가 말하는 '리듬'을 나는 광기..를 보면서 전혀 느끼지 못 했다. 그 점이 참 아쉽다. 

 

왕빙 감독은 오가와 신스케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는데(이에 대한, 또 이 영화에 대한 좋은 글) 난 그의 작품을 본 게 없어서 프레데릭 와이즈만 감독을 생각하며 봤다. 인터뷰 없고, 찍히는 '대상'들이 카메라를 응시하는 게 자연스럽고, 그런데 카메라를 인물의 가까이에 들이대고. 그런 의미에서 별로 읽어볼 가치는 없지만-_- [티티컷 풍자극(Titicus Follies, 1967)]에 트랙백 검.

 

마지막으로 영자막과 한글자막이 동시에 나왔는데 서로 맞지 않는 게 상당히 많아서 뭐가 맞는 건지 궁금했따. 짧은 중국어 듣기 실력으로 몇 개 한국어가 맞는 걸 확인했는데, 내 중국어 실력을 믿기는 좀...< 일단 한국어 자막이 뉘앙스도 더 들어맞기도 했다. 부산영화제에서 만든 자막이라 그걸 믿으며...< 영화를 보며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했는데 영화가 길기도 했거니와 정지에 가까운 컷이 많아서 위에 쓴 것들 뿐 아니라 다음주에 뭐 먹을까 이불 빨래를 어떻게 할까 블로그에 글을 몇 개를 쓸까 책을 언제까지 어디까지 읽을까 그때 그 친구는 뭐하고 있을까-_- 별 별 생각을 다 했따 냐하하..

 

영상자료원에서 무연과 게슴츠레님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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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p3 파일을 링크했더니 404 에러가 남. 뭐 뭐지..텍스트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