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 등록일
    2015/11/10 00:43
  • 수정일
    2015/11/10 00:50
  • 분류
    우울한일기

아침 저녁 올라탄 마을 버스에 수능 얘기가 적혀 있다. 노선의 한 중고등학교가 수험장인 모양이다. 버스를 타기 싫어졌다. 이번주엔 타지 말아야지

내가 수능을 볼 때 어땠던가. 막상 내 시험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좀 긴장하긴 했다. 그맘때 나는 긴장하면 똥이 마려운 습관이 있었는데 그때 똥이 마려웠던 기억이 난다. 시험을 망한 것도 아니고 잘본 것도 아니고 그냥 평소 치던대로 나왔다. 그래서 실망스러웠다. 왠지 엄청 잘 봐서 실력보다 좋은 대학을 갈 것 같은 이상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인생에서 미끄러진 경험이 없느냐면 그렇지도 않은데 왜 그런지 항상 나는 운이 좋다고 여기고 있다. 점보러 (가족이) 가면 대운이라 그러고, 아무렇게나 뽑은 신년 운세엔 대길이라 적혀 있고. 어쩌면 내가 나 좋은 것만 기억하는 걸 지도 모르고.

 

수능 어디서 쳤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리고 난 담대하게(?) 수능 쳤었는데, 다음해부터 수능 시즌이 너무 싫고 갈수록 더 싫다. 끔찍하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경우 저딴 걸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게 숨막힌다. 다른 나라에서 삶의 희망을 본 일이 없지만 수능 생각하면 아무 나라나 다 여기보단 나은 것 같다. 더이상 시험을 치루지않아도 되는데 시험 보는 악몽을 수도 없이 꿨다. 악몽은 너무 구체적이라, 나는 항상 내가 고등학생인 줄 안다. 주여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차라리 저승이 나을 것 같은 절망이 언제나 끌날라나. 남의 얘기하듯 이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매듭이 없을 이야기를 적어나가느라, 나름 하드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시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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