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대형唐山大兄, 1971

(영화 내용 다 써놓음)

 

영어 제목은 "분노의 주먹Fists Of Fury"

 

밤에 아빠가 만두를 만들어놔서... 아침에 늦게 일어나 만두를 먹으며 티비를 보았다. 근데 티비에 이다꺼(:이 형님)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영화는 중반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그냥 봤다. 예전부터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신의 계시로 보게 되었구나. 만두의 계시인가

 

태국의 얼음공장에서 일하는 중국계 이주노동자들(태국 노동자도 있긴 하다만)은 사장을 만난 네 명의 동료가 실종되자 동료를 찾아내라며 파업을 한다. 노조가 있다거나 해서 파업은 아니지만 그럼 뭐라고 하는 거지? 암튼 다들 농성을 한다. 근데 사장 앞잽이들이 일하라며 마구 공격한다. 그러자 모든 노동자들이 마구 싸운다.

 

모든 노동자가 싸우지만 이소룡 사부는 지켜보고만 있다. 어머니랑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런 약속이 없어도, 상대가 아무리 나빠도 비슷하게 싸우고 있다면 무술인이 나서면 안 된다. 잘못하면 다 죽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용역깡패가 등장하고, 근데 노동자들은 이 용역깡패들이랑도 무척 잘 싸우고-_-;; 구경하던 이소룡 사부의 소중한 목걸이를 흠집낸다. 이에 폭발한 이다꺼는 용역깡패를 박살낸다. 너무 잘 싸우니까 공장장이 불러서 이다꺼를 작업반장으로 승진시키고 대충 무마시킨다=ㅂ= 노동자들은 기뻐하며 이다꺼를 "당산대형(당산에서 온 대형)"이라고 부르며 무등을 태워준다.

 

이 때 이다꺼의 표정이라니... 쑥쓰러워하면서도 기뻐하는.. 완전 순진함; 이다꺼는 계속 동료들의 실종을 해명하라고 사측에 요구하지만, 공장장은 요리조리 피하며 진수성찬을 대접하고, 술을 접대하고 여자를 붙여준다. 이때 담판짓고 오길 기다리는 이주노동자들의 기숙사의 허름한 식탁과 흥청망청 술에 넘어가 차력을 하며 노는 이다꺼의 식탁이 대비된다. 물론 이다꺼의 식탁은 아니다, 공장장의 식탁이다.

 

암튼 이다꺼는 사건에 진전은 없는채 밤새 여자와 있다 돌아오고, 공장장에게 접대받았다는 이다꺼의 말에 동료들은 모두 등을 돌린다. 이다꺼는 너무 순진해서 놀아난 것뿐이지만, 동료들에겐 변절자로 보일 뿐이다. 이다꺼는 다시 사장을 찾아가는데, 이다꺼의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사장은 열심히 찾고 있으며, 노동자가 없어지니까 경쟁사들이 나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려 나야말로 곤란하다며, 아들을 시켜 계속 수색하는 척 연기한다. 이에 딱히 할 말이 없어 이다꺼는 물러나오고, 숙소에 돌아와 말하려는데 동료들은 이미 찾고 있대지? 왜 식사접대는 안 받고 왔냐?며 모든 것을 알고 비아냥댄다.

 

순진한 이다꺼... 순진해서 사측에 딱히 결판은 못지었지만 독자적으로 수색에 나서게 된다. 그것은 하루밤을 함께 보낸 여자가 그 사장이 마약상이라며 조심하라고 말해줬기 때문이다. 이다꺼도 이 여인이 좀 좋았던 듯 사람들에게 외면당하자 이 여인을 찾아갔더니 이런 유용한 정보를... 근데 사장 아들이 미행해서 이 여자를 죽이고 만다ㅠ_ㅜ

 

악당 셰끼 개셰끼 마침내 창고를 발견하고, 창고의 얼음에 마약과 실종된 동료들의 사체가 넣어져 있음을 알게된 이다꺼는 분노한 채 사장 아들과 그 밑의 깡패들을 마구 죽인다. 깡패들이 다 칼로 공격했으니까 뭐... 하지만 정당방위 이상의 과연 분노의 주먹이었다. 그렇게 모두를 죽이고 숙소에 돌아오니 동료들이 다 죽어 있다... 자기를 좋아하던 여자는 사라졌다. 이에 어머니와의 약속을 져 버리고, 자신은 어떻게 되든 복수를 결의하고 사장에게 찾아간다.

 

사장의 쫄따구를 다 죽이고 사장과 붙는데 사장 열라 잘 싸운다. 이 사장은 한영걸이라는 한국 배우로 이 영화에서는 무술지도까지 맡았다고 한다(출처 네이벙). 그래도 분노한 이다꺼를 이기지 못하고 배에 칼을 꽂고 양쪽 갈비뼈를 이다꺼의 손가락에 찔린 채 피를 철철 흘리며 죽고 만다. 이 인간의 시체 위에 올라타고 마구 분노의 주먹을 갈겨대다 고꾸라진 이다꺼가 그새 탈출한 여자가 불러온 경찰에 체포되며 영화가 끝난다.

 

뭐야 저 여자 걱정한 건 알겠지만 경찰은 왜 불러온 거야-_- 도대체 이다꺼가 몇 명을 죽였는 줄이나 아십니껴!! 흑흑 불쌍한 이다꺼...

 

무술씬의 퀄리티는 조금 떨어졌을망정 내용은 무척 좋았다. 노동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투쟁한다. 이다꺼만이 주인공이 아니다. 이다꺼는 무술을 잘하고 정의감이 있지만 딱히 영웅적이진 않다. 그리고 저항하지 않고 경찰에 잡혀간다. 악에 응수했으나 자신의 방식이 정의일 순 없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 경찰은 공권력의 상징같은 게 아니고 무관계한 제3자다. 그래서 영화는 잡히자마자 끝나 버린다.

 

스토리가 간명하고 무술씬이 화려한, 역시 멋진 영화였다. 순진한 이소룡과 물러서지 않는 노동자들 역시 멋있었다. 영웅이 모든 것을 관장하지 않고 다른 노동자들이 더욱 현명했다, 이것만으로도 멋지다. 당산대형이라고 불린 것은 단 한순간 뿐이었지만 이소룡은 당산대형으로 끝낸다. 이 역시 멋있다 감독은 '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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