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뼈血と骨, 2004

pops dvd방은 화면이 흐려서 싫은데 순이는 거기만 좋아한다. 화면이 흐리고 어두워서 등장인물의 얼굴을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도 순이는 다음에 가면 50% 할인이 되니까 또 여기에 오겠단다. 니 돈이니 뭐..

 

그 어두운 와중에 순이와 나는 오다기리 죠를 알아보았다!!! 안 보여서 오다기리 죠인 줄은 몰랐고 "야 저 사람 잘생겼다" "오다기리 죠 닮았다"라는 대화를 잠깐 나눴는데 엔딩 크레딧에 오다기리 죠라고 떡하니 나오지 않겠어. 이 영화를 죠님을 사랑하는 우리 두 빠순이의 주제영화로..

울부짖는 죠

 


영화는 별로였다. 내용은 무척 흥미로웠다, 원작 소설을 읽고 싶다. 소설이 더 좋을 것 같다. 영화는 압축과 생략이 잘못된 것 같다. 맨앞에 부인을 강간하는 것으로 김준평의 악랄함을 보여주는 건 괜찮았는데 그 뒤에 아들 다케시가 왜 저 난리를 피우는지, 어묵 공장에서 어떻게 했길래 노동자들이 항의하다 그렇게 되는 건지 기타 등등. 물론 이런 설명적인 부분을 생략하고 확 한 씬에 응축시켜 버리는 것도 좋지만 응축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간간히 들리는 한국말이 어색한 것 정도는 애교지만 다들 연기가 어찌나 어색하던지.

 

어딘가 뇌가 고장난 또라이 김준평, 그에 대해 그가 왜 그렇게까지 되었는가 구구절절한 설명을 하지 않고 그의 일관성있는 또라이짓을 계속 보여주는 게 좋은 것 같다(네이벙은 설명이 필요하다길래). 내가 순이에게 김준평이 너의 아버지였다면 너는 김준평을 죽였겠지?라고 하자 선뜻 응, 그랬다가 아니 저런 인간은 나같은 타입에게 약하다며 죽이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순이. 나같으면 모르겠다~_~ 난 사라질 거얌.

 

김준평은 기요코를 사랑했다. 어째서 가능한 거지. 기요코는 제발 자기를 오래오래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김준평은 기요코를 자전거에 태우고 쑥덕거리는 사람들이 붐비는 저잣거리를 보란듯이 다닌다. 기요코가 뇌졸증으로 쓰러지자 분노한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몸도 못 가누는 기요코를 4년이나 보살핀다. 특히 후처를 들이기 전까지 자기가 직접 몸도 닦아주고 오줌똥도 받아낸다. 그리고 괴로워하는 기요코를 직접 안락사시킨다.

 

그리고 다케시의 죽음을 그의 떠나는 뒷모습에 대고 화자인 둘째 아들 마사오가 열흘 뒤 야쿠자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간략히 처리한데 반해 딸 하나코의 죽음을 대하는 김준평의 태도는 "내 딸 어디 있어"하며 행패부리는 처절한 슬픔이다.

 

행패대마왕 김준평 정말 살아있는 것 자체가 민폐인 인간이지만 미운 마음보다 불쌍한 마음이 더 크다. 소설가의 자전적 이야기라는데, 작가도 자신의 아버지가 실제로 가부장적인 개새끼라고만 생각했다면 이런 얘기 안 쓰지 않았을까? 감정 표현에 서투른 게 아니라 감정 자체에 서투른 것 같기도 하고.. 삶의 이기로 똘똘 뭉쳐 악으로 살다가 마지막에 왜 그렇게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김준평을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는 영화였고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다. 근데 한국에 없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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