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

많은 영화를 보고 계속 감상문을 안 쓴 건...

오구가 너무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한 번에 쓴다. 아아 이렇게 대충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어차피 그냥 기록하려는 거니까, 라고 변명을 해보지만

왜 내가 나한테 변명하냐-_- 니미 뽕이다

 

 

 

오구는 우리 할머니랑 둘이 처음으로 본 영화라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그 외에는 굿 씬을 열심히 찍어서 우리 할머니를 기쁘게 해 준 데에 의의가 있다.

그 외에는 모르겠다. 아아 남이 열심히 찍은 영화 욕하기 싫다 아아 그래도 너무 했다.

 

연극할 때부터 보고 싶었으나 돈이 없어서 못 본 차에 촬영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그러나 내가 극장 가서 볼 새도 없이 내려 보린 오구(이번엔 대종상 예심작이라 상영).

미리 덧붙이자면 극장 가서 본 다음날 케이블에서 하더라-_-

 

워낙 줄거리 정리하는 걸 싫어하고 못 하지만 이 영화만은 해야겠다. 내가 왜 이렇게 쓰기를

주저하며 싫다면서 욕하려는지를... 나한테 변명하려고다. 니미ㅠ_ㅜ

처음에 도깨비들이 인간세상에 나타난다. 늪에서 벌거벗은 남자 셋이 나타나는데 오잉? 했다.

나의 정보는 할머니가 시집 간다니까 마을이 뒤집혔다, 알고보니 하늘로 시집가겠다는 은유(?)더라,

그게 전부였는데 그건 또 완전히 아니었고... 암튼,

 

아 영화를 보면서 해석을 하는데 항상 맘대로 생각하는 나로서도 도깨비들의 자지가 방망이만한

이유를 모르겠다. 전래동화에서 도깨비가 방망이 들고 다니는 것을 해학적으로 바꾼 건가? 아니면

문헌상 근거가 있나? 성인 버전인가? 뭔가 암시하는 건가? 그냥 내가 놓친 거겠지비. 몰러.

벌거벗은 도깨비들이 장에 출현하자 다들 시껍하는데 아줌마들은 쫌 좋아하더군... 그걸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없지만 연극적인 요소라고 생각해 버렸다. 그치만 사실 연극적인 요소가 뭔지도

모르는데? 즐~

 

도깨비 브라더스는 알고보니 강부자 할머니를 모셔갈 저승사자들. 강부자 할머니한테 할매 곧

돌아가실 거란 암시를 주자 할매는 나는 못 간다며 그동안 모아놓았던 500만원으로 일장일대의

굿판을 벌인다.(내가 아는데 500으로 절대 그런 화려한 굿 못 한다. 영화 보는 내내 저 많은 무당과

연주자들에게 얼마가 돌아가나 계산했다. 연주자들이 10명은 넘고, 무당도 10명 가까이 되는데

그 한 판의 굿을 며칠을 준비한다. 그럼 그 인건비만 얼마냐. 굿 준비하는데만도 엄청 드는데.

게다가 그 굿은 오구대왕 불르는 거였나? 그래서 훨씬 셀 것이다. 음식장만에 노잣돈 강부자 할머니 옷 준비 기타 등등 돈 엄청 드는데... 몰라)

 

도깨비들은 세상물정도 알 겸 호프집에 찾아가는데 주인이 미혼모인 이재은이다(아아 이재은은

나와선 안 되는 거였어..). 이재은은 저승사자 중 한 명에게 어디서 많이 봤다고 하는데 그는

이 동네는 첨이라 하고... 이재은은 여자 혼자 미혼모에 술집여자라고 남자들이 찝쩍대고 멸시받는다. 이런 이재은에겐 사연이 있는데 19살 쯤에 마을 총각 홀리는 여시무당이라고 천대받다가

못견디고 아버지 식구들 다 남기고 야반도주하는데 사귀던 녀석이 함께 가길 거부한다. 싸우고 돌아가는 길에... 마을 총각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단체로 그녀를 강간하는데...

그녀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애인은 뚜들겨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그녀가 당하는 모습을 본다.

(근데 강간범들은 이재은을 강간하고 가버릴 것이고 애인은 피터져서 쓰러져 있는데 이재은과

애인은 산 속에 둘이 남았을 때 추스리고 각자 헤어졌을까? 상황이 상상이 안 된다)

이 고통을 못 견딘 애인은 며칠 후-_- 다 나은 얼굴로 강물에 뛰어드는데...

 

한편 강부자 할매의 굿을 마을에서는 반대한다. 6년 전에 앞으로는 굿을 하지 않기로 한 마을 약속을 깰 수 없다는 것. 그 약속은 이재은이 6년 전 뭔가 저질러서 맺은 것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다.

암튼 이 때 맹렬히 반대하는 한 중년은 할배, 아배가 강부자네 머슴을 살던 사람. 이 중년은 급기야

굿판에 와서 깽판을 부리는데 이건 쫌 있다..

굿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냥 마을 약속이라서. 개인적 원한이 더 큰데 잘 안 나옴.

 

강부자 할매는 그러거나 말거나 걱정도 안 하고 듣지조차 않고 마을에 굿하는 할배 찾아서

자기 보내는 굿 해달라 하고 그 할배는 자기 자식들 다 찾아오는데 선생, 롹커, 술집주인(이재은),

횟집주인 등등 다양도 하다. 첫째 아들은 아빠한테 얹혀 사는 듯=_=;;

자식들이 싫다는데 억지로 다 모았다. 모이니까 또 즐겁게 굿 준비를 한다.

 

다 준비하고 흥겹게 강부자네 집에서 굿을 하는데 받아치는 말들은 재미있었다. 연극같이럼.

근데 이 때 굿을 한참 지켜보던 위에 그 중년이 일대 난리를 친다.

굿판이 잠시 정체한 틈을 타고는 막 때려 부수다가 막는 이재은 따귀를 날리고 자기는 머슴자식이었네라 일장 하소연을.. 눼~~ 근데 이재은이 이에 질새라 날 술집여자라 손가락질 할 거면

여기 아들놈 당신들이 키우라고, 여기 이 애 애비 있다고 애를 내친다(애는 운다). 알고보니

그 중년의 아들놈 한 놈도 강간범 중 1인이었고, 그걸 아는 이 중년은 말을 못 잇고 아들을 마구

때린다. 너도 머슴의 아들로 살 거냐고-_-;;;;;;;;;;;;;;;;

 

이 때! 한참 주인공이다가 완전 사라졌던 강부자 할매가 내동댕이쳐진 이재은을 끌어안으며

"아가!" 그런다. 알고보니 죽은 이재은 애인이 강부자 할매 막내아들이었던 것.

강부자 할매는 이재은의 아들은 마을의 손자라고 한다(절대 자기 손자라고는 안 함).

그럼서 니 소리 잘 했제, 소리 함 해라칸다. 그 난리부르스 와중에 직업정신은 투철하지, 이재은은

노래 한 가락 뽑고... 굿판은 계속된담.

 

왠지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강부자 할매는 이제 저승사자를 미련없이 따라간다. 그 일 인이 자기

아들이자나..-ㅁ-;; 근데 그 난리부르스를 지켜보던 그 강부자 할매 아들이며 이재은 애인이며

이젠 도깨비 저승사자인 그 자는 자신의 이승이 기억난다! 그리고... 방망이 자지-_-로 이재은과

부부연을 또 맺었음을 알 수 있게 멀리서 벌거벗고 있는 그들을 몰래 찍는 카메라 우윽 뵨,,태.

대체 팔뚝도 아니고 아휴 말로 서술하기가 무섭다 이 부분 생략

 

굿 잘 하고 탈상하는데 강부자 며느리는 애를 낳고, 다른 도깨비는 그 애가 되고 싶어하고,

또 다른 도깨비는 사실은 강부자 죽은 남편인 거 같고, 하지만 자세히 안 나오고 그 도깨비는

연장자인 만큼 참 초연하고, 상여 나갈 때 맨 앞에 위에 머슴중년-_- 아저씨가 젤 앞에 있고

장례식 때도 왠지 궂은 일 도맡아 하는 것 같고, 강간범들은 이재은한테 사과하고, 강부자 며느리는

이재은한테 누룽지를 권하며 동상이라 한다.(시간선후는 뒤죽박죽으로 서술함 내 능력의 한계)

 

그랬던 것이다. 그렇다. 이렇게 긴 영화다. 참말로..

마지막에 도깨비들 나레이션으로 끝나는데 전연 기억 안 난다.

 

아 줄거리 뭐 빠트렸는데... 됐다. 내가 어처구니없어 하는 것은 너무 많은 갈등을 굿이라는

한풀이를 통해 다 해소하고 싶어하는 감독의 의도다. 갈등이라 보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오바해서 충돌만 크게 하고(왜 어떤 갈등이 일어났는가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한 판 부딪히면 다 해소가 되나? 강부자가 어찌보면 갈등의 중심에 있는데 주변 인물들의 마찰음에 강부자는 관심조차 없다. 산자와 죽은자의 화해, 산 자들의 축제,라는 굿의 갈등해소, 화합의 기능을 너무 믿고 거기에 몽땅 쑤셔 넣은 건 아닌지. 이미 포화상태인데. 그래서 부담스러웠다.

 

인물들이 다 자기 주인공이라고 목소리도 너무 크고. "아 수 라 장"이란 단어가 절로 떠올랐다.

아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줘야 납득을 하지잉. 결말도 뭐야 흐지부지ㅠ_ㅜ

그리고 감독님 인생 너무 만만하게 보십니다. 굿 한 판으로 해소될 일들 얼마 없습니다. 순간의 위안은 될지 모릅니다. 아무리 우리가 순간순간을 산다지만 억지로 위안을 주려하고 거기에서 위안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좋은 의도가 훼손되어서 안타깝습니다만...

 

굿은 참 잘 찍었다. 라이브였으면 더 좋겠다 싶지만. 요새 영화나 드라마나 더빙하는 게 종종 보인다. 놀랍다. 더빙은 사람이 하는 거라서 옛날보다 쪼오끔 나아졌지 발전이 없다. 왜 더빙할까???

 

다행히 할머니께선 재미있게 보셨다. 그걸 위안 삼으며... 그 설경구 씨 나오는 영화를 이번에 못

봤으니 비됴로 꼭 봐야겠담.

 

(길다... 줄거리 요약만... 이게 요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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