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켜라!

영화 개봉하기 훨씬 전에 지하철에서 스티커를 나눠줬었다.

예뻐서 잘 썼다. 그 땐 거의 블록버스턴가보다 생각했었는데,

블록버스터가 맞더군. 돈을 좀 많이 썼을 것 같은데 마음에 안 됐다.

그래도 비디오는 잘 나가겠지...

 

상미네 집에서... 본지 꽤 됐다-_-

들은대로 재미있고 캐릭터도 참 특이하더라. 병구... 병든 지구라던데 그걸 어찌 알겠누?

병구는 방향은 다르지만 일본에서 왕따 당하고 유치원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인 중학생

생각이 났다. 죄악감도 없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잘 모르는 일본중학생과 달리 병구는

지구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지만 무고한 자들을 고문하고 죽였음을 알고 있는, 그가

더 무섭다. 글쎄다, 지구를 망하게하겠다는 사악한 악의 무리가 있을 경우 병구의 폭력이

나쁘진 않을 거다. 나라도 그렇게 하겠지만 음... 모르겠담. 그래, 병구는 아프니까.

 

줄타는 언니... 목졸려 죽고 마는 것이 슬프다만... 재미있는 얼굴에 순정한 연기가 좋았다.

언니는 못생겼다. 병구를 구원하지도 못 한다. 그러나 병구를 절대적으로 따르고 도움이

된다. (언니는... 사장 놈이 외계인이라고 믿었던 걸까? 사장놈 고문당하는 모습을 차마 쳐다

보지도 못하는 걸 보면, 그러나 병구말에 절대적 신뢰를 보내는 걸 보면, 모르겠음이다.)

코미디 영화라서 여신이 아닌 이런 식(?)의 캐릭터가 등장한 걸까. 길고 외로운 순정이 오늘날

착한 척 한다,고 싸잡아서 욕먹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했다. 누가 알아주랴. 아니 누가 알아

달라고 했는가. 그냥 그렇게 죽을 운명인데.

 

외계인의 거두는 마지막 외계인 연기가 압권이다. 죽을 뻔 하지 않았냐고... 그 외계어는...

통신어를 능가했다>_< 넘흐 웃겼다네~ 괜히 나혼자~~

지구의 못된 자본가같은 그 철저한 연기력- 온갖 비리 저지르고, 여자와 바람 피우고, 술마시고

주정하고, 노동자 탄압하고... 등등의 바리케이드를 몇 십 년에 걸쳐 쳐버리는 끈질김. 끈질김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악덕이라, 끔찍하기만 하다.

 

지구는 결국 터져버린다. 왜? 외계인들에게 지구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므로. 지구 아니라도

얼마든 다른 별에 가면 되니까. 외계인한테 지구를 지켜주길 바랄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지구는 누가 지키지?? 병구도 죽었는데... 병구가 태어나서 걸음마를 하고 부모님과 유년

시절 추억을 쌓고 자라서 노동자가 되고, 애인의 부당한 죽음과 어머니의 병을 지켜보고,

그것을 우리가 지켜보고. 그럼 우리가 지켜야지:) (역시 나는 안이해... 이건 정말 성격이다)

 

 

 

---------------------------숭어님의 감상--------------------------------------------

 

 주인공은 병구(신하균)다. 병구는 불우한 시절에 맺힌 한 때문에 광인이 된다.

 아부지가 광산에서 산업재해로 죽고 엄마는 공장에서 약품중독으로 식물인간이 되고 애인은 그 공장에서 데모하다가 맞아죽는다. 하이고 세상에!!

 

 병구는 자신의 분노가 서린 목표물들을 외계인으로 치환한다. 그리고 하나씩 처치하기 시작하는데-

 이런 캐릭터는 <소름>의 주인공과 좀 닮았다. 하지만 영화 분위기는 완전 딴 판.

 어둡고 축축한 <소름>과 달리 <지구>는 코믹한 구석이 많다. 다만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좀 헛갈린다.

 

 백윤식은 병구가 잡아들인 외계인 두목이다. 엄마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애인 죽인 회사 사장이다. 뿐만 아니라 분식회계 따위의 비리도 많은 인물. 병구는 의외로 손쉽게 백윤식을 납치하는데 성공한다. 병구의 납치 이유는?백윤식이 악마같은 인간이기 때문이 아니라 백윤식이 외계인이기 때문이었다.

 

 백윤식을 데려온 병구는 일단 머리를 깎인다. 머리카락으로 외계와 교신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문의자에 앉혀놓고 살껍질 벗기고 물파스 바르기 등의 고문을 실행한다. 개기일식인지 월식에 지구가 망하기 전에 백윤식을 닥달해서 지구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병구의 방은 외계인에 대한 온갖 지식의 잡동사니가 펼쳐져 있다. 외계인 인체해부도와 인류의 역사, 우주의 역사, 외계인들의 언어 따위가 짜집어져 있다. 혼신의 힘으로 탈출할 뻔한 백윤식은 병구의 방에서 이 온갖 자료들을 본다. 꾸물락거리다가 병구에게 다시 잡힌다.

 

 

 이때부터 병구와 백윤식은 서로 졸라 싸운다. 백윤식 왈 "나는 너네 같은 인간 잘 알아. 쩌고 저쩌고 나불나불벩벩#@%"거리면서 병구의 죄의식(엄마와 애인을 지키지 못한)을 푹푹 찔러댄다. 여기가 좀 헷갈린다. 병구 광인맞아? 물론 광인은 자기 혼자 미치는 게 아니라지만.

 

 

 

 

 ... ...

 

 백윤식의 외계인 연기가 폭발적이었던 영화.

 영화의 결말은 일종의 삐꾸 내지는 반칙이었다.

 신하균은 광인이 아니었고 백윤식은 외계인이 맞았다는... ! !

 그러나 이 반칙적 결말을 구원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엔딩크레딧.

 <지구>의 엔딩크레딧은 우주 공간의 텔레비전 화면이다. 지구는 망하고 없고 폭발의 잔여물로 한대의 텔레비전이 우주공간에서 방송된다.

 방송의 내용은 병구의 유년시절 행복했던 모습들.

 마치 감독(=병구?)가 직접 물어보는 것 같았다. 왜 반칙했는지 알겠지? 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안, 지구를 지키라고.

 

 알겠다고요.

 

<--감독은 장준환. 자본주의 엿먹으라고요 라고 말한 건 아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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