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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삼국지 1 - 황건기의

장정일 삼국지 1권을 읽었다.

중학 3학년 때 라디오에서 서울대 수석합격한 인간이 이문열의 삼국지를 열 번 읽었다고 광고해서 전권을 사와서 봤었다 생일 선물로 사달라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초딩용 한 권짜리를 읽었었는데 딱히 재미를 못 느꼈고 이문열 삼국지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하지만 조조 죽기 전에 덮어 버려서 뒷부분은 못 읽었고.(아니 착각이었다-_-;;; 그땐 제갈공명을 제일 좋아했거등.. 제갈량 죽는 9권까지만 읽었다)

 

읽은지 10년 됐다. 황석영씨와 장정일씨가 삼국지를 쓴다는 소식을 듣고 줄곧 궁금해하다가 정작 출간 당시에는 흥미가 떨어져서 안 읽다가, 나중에 읽으려할 때는 도서관에 항상 1권이 없어서 못 읽다가 관심없다가 여차저차 해서 읽게 되었다. 황석영 작부터 읽을까 했는데 머리말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장정일로 빌려왔다.(하지만 황석영씨는 시를 다 번역했다고 하니 나중에 꼭 읽어볼 것이다)

 

서문은 정말 웃겼다. 하나도 웃긴 내용은 없다. 그냥 장정일이라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평범하게 얘기하기도 하는구나하고 웃겼다. 난 항상 공격적이고 소년처럼 수줍으면서도 날카로운 사람으로 기억하느라고, 물론 유머러스한 것도 있고.

 

아 근데 되게 재미있다. 10년 전에 읽고, 대부분 내용을 기억 못 하는데 몇가지 기억나는 대목이 있어서 더 재미있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당시에는 똑똑한 사람을 가장 좋아해서 제갈공명을 제일 좋아했고, 그다음으로 조조를 좋아했다. 조조는 컴플렉스 덩어리라는 점에 끌렸다. 지금은 조조가 제일 좋다. 물론 그의 지위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내가 세상을 저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저버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오만하면서도 겁많은 성격이 좋다. 컴플렉스 덩어리 자체가 좋다.

 

유비는 어릴 적부터 무척 싫어했다. 지는 하는 일도 없이 다른 사람만 후리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지금 싫은 정도는 당시와 비교가 안 된다. 인간상 중에 으뜸으로 역겨워하는 인간상이다=ㅁ=

 

후한 제국을 무너뜨린 <황건적의 난>이라고 배운바 있는 농민봉기로 시작하는 장정일 삼국지는 서문에서 밝힌대로 영웅들의 겨루기에 민초들이 삶이 어떻게 휩쓸렸는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또 한족의 시각에서 오랑캐로 천시되던 동탁이나 여포를 공정히 평가하고자 한다.

 

그런 장점에는 딱히 뭐..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농민반란군을 무찌르며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유비측과 조조측이 농민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같은 걸 자세히 다뤄줬으면 좋으련만... 유비는 처음에 정치가 환관이나 외척들의 손에 놀아나며 백성의 삶을 돌보지 않아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듯 하면서도 한나라 황실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 관우, 장비랑 만나서 농민군을 물리친다.

 

생각과정은 어떻든 유비나 조조나 그 외에 모든 영웅들은 실책은 실책이고 어찌 감히 농민따위가 황실을..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뭐 너무 당연한 거다. 그걸 지금 와서 뭐라고 할 생각은 없으나 기분은 나쁘단 말이다. 크윽.. 이건 중요한 얘기가 아닌데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생략.

 

정작 중요한 얘기는 지금부터. 어린 시절에는 남자들만 나오는 얘기는 천하다고 여겼는데 3년 전 야오이의 넓은 세계를 알게 되면서 남자들만 나오는 얘기가 좋아졌다///ㅅ/// 그렇다 이건 각색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 한 편의 아름다운 야오이러브로망대서사시인 것이다.

 

삼국지같은 전쟁소설도 나는 드라마로만 읽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때문에 화가 치밀어서 못 읽는단 말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영웅들한테 감정이입해서 읽고 나도 중학생 때는 그랬으리라 보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게 안 된다. 뭐 물론 이러한 영웅호걸들 개개인이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 지위에 앉으면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위치에너지론 ㅋ)

 

암튼 이 드라마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유비-관우-조조의 삼각관계이다. 조조가 관우를 사랑하게 되는 장면은 청천벽력같다. 아니지 청천벽력이 뭐지-_-? 그냥 주위가 지워지고 시야에 확 들어오는 그런 것으로... 제후들이 모여 동탁측과 대치 중일 때 아직 무명인 관우가 제후들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출전하여 적의 장수의 목을 따온다. 이 대목에서 조조는 지위고하가 무슨 상관이냐며 관우를 두둔해주고 따뜻한 술 한잔으로 위로를 하려는데 관우는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며 나가서 금세 목을 베어 온 것이다.

 

... 이 때 조조의 마음에 관우가 들어온 거야!!!

그러나 사람 잘 후리는 유비에게 후려진(?) 관우는 조조를 돌아보지 않고... 관우가 조조에게 마음이 생기는 건 나중에 관우가 조조를 살려보내줄 때. 그게 아마 적벽대전이었던 것 같은데.. 앞으로 나오겠지 잇히~~

 

아 조조 너무 좋아. 왜 관우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얼굴은 대추색이라는데 ㅋ 난 관우에게 아무런 매력을 못 느끼겠다 말하자면 싫은 타입. 왕보수 브라덜 우웩~ 하지만 조조가 관우가 좋다면야 뭐, 인정!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되게 추하게 쫓긴다고 기억하는데 그런 점도 좋아♡

 

중간에 동탁을 암살하려다 들통나서 도망치던 조조는 어깨에 화살을 맞아 사지에 몰리는데 친척동생 조홍이 조조를 자기 말에 태우고 자기는 갑옷이랑 투구를 벗어 버리고 함께 마구 뛰어 달아나는 씬이 있다, 어두운 밤에 비오듯 쏟아지는 화살을 헤치고 개울가에서는 조조를 등에 업으며 힘겹게 도망! 이것도 좋았어 앗흥>ㅆ<

 

조조의 장수들은 대부분 조조를 사랑하는데 어른의 사랑으로 깊고 깊게 지켜봐주는 장요(관우랑 친한 사이), 사랑받는 관우를 시기질투하며 끝내 그의 손에 죽고마는 채양은 대표적인 사람>ㅅ<

 

장비는 노멀, 유비는 바이, 관우는 그런 거 없이 그냥 일편단심 민들레.

 

참 지금 1권은 조조가 서주를 침공해 유비가 서주에 원군으로 가면서 끝나는데... 서주의 태순지 뭔지 할아버지가 조조랑 잘 지내고 싶어서 그의 아비에게 호위군을 붙여 주는데 그 호위군이 황건적 출신이라 아비를 살해하고 금은보화를 훔쳐 산으로 달아난다. 이에 조조는 서주에 책임을 물어 그 일대 백성을 학살하며 서주를 공격한다. 근데 이거 좀 이상한 듯. 인재등용으로 주변에 모사(謀士)가 잔뜩 모이는데(삼국지 최고로 논의되는 곽가도 이미 왔음) 경솔하게 분노만으로 출군시켰을리가...? 모사들은 곁에서 뭐했대??? 순욱, 순유도 다 있었는데.

 

그리고 나중에 유비를 조조가 한 번 보살펴(?) 줬던 걸 기억한다, 대체 이 얘기는 어떻게 될까, 설마 유비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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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드

플라워flower 

폴리네이션pollination

니드need

 

코노하라 나리세상의 소설을 쭈욱 읽고 있다, 좋은 것도 있고 아주 좋은 것도 있고 아주 별로인 것까지,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은 몇 가지 없는데 여러 가지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게 경이롭다.

 

원래는 몇 가지 키워드로 작품들을 엮어서 분석하려고 했는데 플라워 씨리즈에서 두 손 들었음;ㅁ; (본인이 뭔가를 분석하는 것은 마음이 이입 안 됐기 때문에 가능하답니다. 그래서 마음 이입 안 하려고 엄청 노력하지만 거의 안 됨-_- 뭐 나중에 할지도 모릅니다)

 

플라워는 굉장히 평범했다, 요새 한번에 많은 소설을 읽느라고 등장인물 이름 못 외우는 것에 반해 주인공인 타니와키는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 <시가테라>의 귀잘린 녀석과 이름이 같아서 외울 수밖에 없었.. 상대방은 성은 모르겠고 이름은 아키라... 아키라라는 이름을 잊을 순 없지:)

 

읽을 때의 느낌은 <안녕,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가 가장 좋았다. <사요나라,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라고 번역한 것도 좋다. 둘다 좋다. 제목 문장을 참 잘 썼다, 남들처럼 나도 1부로만 끝났어도 좋을 듯 했지만 역시 2편에서 맺어지는 게 좋긴 하더라 막판에 리듬을 잘 못 탔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플라워를 읽을 때는 지루했다 능력있는 섹스 매니아의 패트 길들여 가지고 놀다 버린 후 그 패트는 죽기라는 평범한 스토리, 대체로 패트가 죽지 않은 스토리가 훨씬 많지만, 타니와키가 꼴좋다는 생각보다는 자기가 패트를 사랑했음을 패트의 죽음 후에 깨닫고 무너지는 것은 죽음이라는 자극이 단순히 깨달음을 주는 촉매제가 아니라 자극 자체가 전부인 게 아닐까. 그 자극이 없었으면 패트를 사랑한 것을 평생 못 깨닫는 게 아니라 죽지 않았다면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고(사랑의 소급효=ㅅ=) 죽음 자체로 그를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뒀다. 깊은 생각은 못 하겠음;

 

그리고 아무생각없이 본 폴리네이션과 니드, 아주 뻔할 뻔자로 타니와키는 아키라와 묘하게 닮은 자폐 재수생을 새로운 패트로 삼고 그에게 빠져드는데 사랑이라든가 배려, 다정함이라는 감정이 혼란스러운 유우야는 타니와키를 거부하고, 타니와키는 사막을 걷는 심정으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유우야에게 헌신을 다 한다.

 

근데 아직도 내가 할 얘기 본론은 안 나왔음-_- 코노하라상은 대체로 본편은 적극적으로 사랑을 느끼는 측의 시점으로, 외전은 사랑을 받고 서서히 변해가는 측의 시점으로 글을 쓴다. 플라워는 사랑을 잃었음을 깨달은 타니와키의 절망, 폴리네이션은 타니와키의 새로 찾은 패트에 대한 사랑, 니드는 패트 유우야의 혼란을 보여준다. 유우야는 자폐라는 설정때문에 실은 좀 조마조마했다. 자폐를 이해하는 체 할까봐. 유우야의 마음의 소리가 잘 표현되었는지 어쩐지 나는 모르지만 최소한도로 완급 조절을 잘 했다고 본다, 넘치게 아는 체 하지 않고 분수를 아는 체 움츠러들지도 않고, 정말 이런 게 힘든 건데.

 

유우야의 마음의 시점에서 타니와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살며시 웃는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허억... 이걸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ㅁ; 끝내 죽은 아키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막에서 아무것도 찾지 않는 심정으로 가늘게 뜬 눈으로 유우야를 사랑하는 것이 서글프다는 말은 너무나 과잉언어고 음.. 그렇다는 거다-_-;; 낮에는 그 눈매를 몇 번이나 그려보다가 왼쪽눈은 성공했는데 도저히 대칭을 이루는 오른쪽눈을 그릴 수가 없어서 대낭패..했다.

 

글로 읽었을 뿐인데 눈에 선연한 그 표정이 가슴에 스몄다.(오액 스몄다니 완전 느끼한데 대체단어를 못찼겠..) 어떤 작품을 읽고 한가지가 오래 잊혀지지 않고 마음에 머무른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특히 나처럼 기억력이 안 좋아서 메모지가 필요한 사람에게, 특정 시기가 아니면 찾지 않는 신파빔을 쏘아 마음에 담기는 것은 우주적으로 아름다운 사건이다. 위에 쓴 문장 안녕, 하고 너는 손을 흔들었다와 유우야를 바라보는 타니와키의 표정, 아름다움을 한가득 안고 나 오늘은 잠이 드네. 아름다운 것이라는 소설도 있던데. 아름다운 것. 아름다운 글을 찾기가 힘든데, 며칠간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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