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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

  • 등록일
    2004/10/23 15:05
  • 수정일
    2004/10/23 15:05
  • 분류

저자 : 권용선

 

Begriff

가 생각 난다.

 

1학년 때 철학입문 수업에서 아도르노를 처음 알았다.

시험 문제에도 아도르노가 나왔는데 숭당이 미학 이론을 정리해 준 것을 딸딸 외워서 A+을 받았다.

시험 문제는 개념의 폭력성에 관한 것이었는데 사물에서 '보편 인자'를 뽑아 개념지움으로써 그에 속하지 않는 개별인자들은 배제되고 억압받는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외워서 써서 잘 기억이 안 난다.

독일어로 베그리펀 : "잡다". 개념은 베그리프. 이 비슷한 건데 정확히 모르겠음.

 

그로부터 4년이 지나서 읽게 되었다. 그 사이에도 읽어 보려고 했는데, 이것 뿐만 아니라 보통 사회과학이나 철학을 공부할 때는 원전부터 읽고 2차 3차 서적은 그 다음에 읽는 거라는 이상한 방법론에 사로잡혀서 언제나 그렇게 하다가 반도 못 읽고 관두었었다. 이게 정설인 것 같다. 다들 이렇게 얘기하던데.

그러나 나는 외국어 번역은 특히 잘 못읽는다. 소설은 번역이 엉망이어도 잘 읽는데 시나 다른 서적은 한 문장 단위로만 눈에 들어와서 앞뒤 연결이 안 된다. 뭐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시인선은 엄청난 번역이 많다만. 역시 시인이 시를 번역해야 한다니까.

 

그리고 사회과학 서적은 읽기 힘들다. 내가 체계적 사고력이 워낙에 떨어져서.

그렇다고 문장을 음미하기엔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고 아무튼 그렇다.

그러나 아도르노는 계속 읽고 싶었다. 그래서 드디어 2차 자료부터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공부 방법론의 정설이 어디 있냐. 원전부터 읽으란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좀 짜증난다. 나는 안 된다고오~

 

그래서 아도르노 권위자 김유동 씨의 <아도르노 사상>을 빌렸는데 책을 고를 때 <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의 머리말을 읽었다. 아도르노의 사상 자체는 좋지만 온건하니 일단 "Fucking USA, Stop the war!"를 외치며 미국을 혼내주고 그 다음에 계몽에 대해서 천천히 생각해 보자는 말에 책을 덮었다.

 

이 말은 내 생각과 상당히 유사하다. 내가 바라고 공부하는 어떤 세상, 이 오기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고 다치고 죽는데 나는 당장의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법과 제도에 마음이 끌린다. 국내나 국제적으로, "무슨 법을 제정하라, 지켜라" "국제법을 준수하라, 조약을 지켜라" 뭐 이런 것.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어도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뭐 그래서 생각은 비슷한데도 아도르노한테 온건하다고 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들었다.

급진적인 것은 나쁜 놈을 찔러 죽이고 폭탄을 던지는 것이 아니다. 급진적인 radical의 어원이 뿌리, 근본이라는데 아도르노같은 사람이 최고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것을... 당장 미국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고 해서 온건하다고 하다니!!! 사람들의 의식 자체를 바꿔 버리는 것이 가장 놀랍게 급진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내 생각도 굉장히 위험하다. 이번에 팔레스타인에 침략한 이스라엘을 보면서 나는 유엔은 왜 국제법을 위반한 이스라엘에 군대를 안 보내냐!라고 화를 냈다. 내가 군대를 보내라고 한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군대로 평화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과 이스라엘 군인들은 죽어도 된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전제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마찬가지로 글쓴이는 미국을 대체 어떻게 혼내주자는 건지? 그래서 기분이 더 안 좋았다. 나의 딜레마때문에.

 

그런데 숭당이 이 책을 샀다고 읽어보라고 줬다. 쉽게 설명해 놓았다고. 오오 과연 쉬웠다. 이렇게 잘 이해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도 이렇게 연결해서 쓰다니. 얼마나 많이 공부한 걸까??

책이 너무 쉽고 재미있어서 지금 계몽의 변증법 앞에 읽는데 별로 걸리는 데가 없다. 대단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개념을 잡고 책의 구조를 도식화해서 계몽의 변증법을 읽으면 안 되지만(이 방식이 폭력이라는 것을 아도르노가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는데) 밑그림을 그려주어서 좋다. 어떻다 어떻다 규정하면서 읽지 않고 숭당의 조언대로 책을 음미하면서 읽어봐야겠다.

 

그러니까 이 책은 너무너무 고마운 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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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블랑카여, 다시 한 번

  • 등록일
    2004/10/22 01:13
  • 수정일
    2004/10/22 01:13
  • 분류

 


내가 만들어본 책표지. 사진출처 엠파스

험프리 보가트 출처 엠파스

 



우디 알렌 영화 뭐뭐 봤지?

존 쿠삭 나오는 거 제목이 뭐였지?

에드워드 노튼 볼라구 에브리원 세즈 알러뷰를 봤었지.

스몰 크룩... 그건 제목도 잘 모르겠다. 좀 들 재밌었는뎅

 

집어치고 우디 알렌 영화 좋다.

행복하다. 참 좋다.

 

판타지는 싫어하는데(설정 외우기 귀찮아서)

일상 속에서 판타지는 참 좋아한다.

하늘을 날으면서 부인이랑(전부인인가?) 춤추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원래 판타지는 다 싫어했는데

우디 알렌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도 같다, 일상의 판타지.

 

암튼 도서관서 책구경하다가 찾은 희곡.

역시 자기가 주인공. 20대에 쓴 60년대 작품.

그런데 역시 내가 본 영화들과 차이점은 잘 모르겠다.

우디 알렌 맨날 소심하고 우왕좌왕하고 귀엽고 서툴고 해피 엔딩이고.

열라 재밌고.

 

뭐 다 좋다.

그냥 좋다.

비꼬는 것도 귀엽다.

우디 알렌은 부자고 행복하다. 나는 그게 좋다.

 

얼마전에 내가 왜 그리 아멜리에를 보고 화를 냈을까 잘 생각이 안 난다.

아멜리가 뭐시 어쨌간디??

그건 내가 아일랜드 싫어하는 거랑 비슷한 것 같다.

이것저것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

그냥 싫은 거.

그냥 싫다라고 생각해 버리고 나면 별로 싫지도 않다. 관심이 뚝 끊기니까.

 

자세히 살펴보면 싫은 이유가 있을텐데.

사실은 내가 좋아라하는 야마다 유기 만화나

우디 알렌 영화와

싫어라하는 아일랜드와 아멜리,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다 이것저것 무시하고 참으로 행복한 동화인데

왜 뭐 보고는 불같이 화내고 뭐 보고는 행복하다고 쓰러질라 그럴까?

정말 모르겠다-ㅅ-

 

근데 나 지금 무슨 소리?

 

우디 알렌의 환상, 그의 욕망이 삽입된 험프리 보가트와

그의 자괴감이 만들어내는 아내와 여타 여자들의 환상들

슬픈데 우디 알렌은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쓰는 걸까?

 

아주 짧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또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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