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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 것

  • 등록일
    2010/09/09 02:31
  • 수정일
    2010/09/09 02:31
  • 분류
    우울한일기

어느날 엄마도, 삼촌도, 외할머니도 모두가 한때는 아기였으며 어른인 채 태어난 게 아니란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그때의 감동이 지금도 살아 있다< 누구도 처음부터 어른은 아니야. 어른이 되었다고 아기 시절과 단절적인 것도 아니야.

 

우리 외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할머니는 내가 0대 때도 할머니였고 10대 20대에도 계속 할머니라는 게 너무 슬펐다. 너무 일찍 할머니가 되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로 생각하면 특별히 이른 것도 아니다.

 

외할머니와는 어릴 때부터 살아서 친했는데 어느날부터 할머니는 입맛도 없어지고 그저 늙은이로서 나에게 약한 모습만 보여주게 됐다. 어릴 때는 나에게 약했어도 약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나중에는 뭔가 관계가 약자와 강자의 관계가 되어서 나는 지랄 떨고 할머니는 응응 받아주는... 할튼 이 얘기 할라는 게 아니고, 할머니는 같은 시기의 다른 여자들처럼 우여곡절 많은 삶을 살았고... 예전에 안경 할머니의 자식이 미국인지 부산인지 떠나는 바람에 안경 할머니와 강제로 헤어져야 했을 때는 노인의 거주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바가 있긴 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사실 나는 낭만적인 상상을 전제하고 있었아. 낭만적이라... 그냥 현실을 몰랐다고.

 

친할머니랑 살게 된 이후로 여러가지로 놀란 건, 어떤 부당한 것을 시정할 때... 그 부당함을 겪는 당사자가 결코 아름다운 상황은 아니라는 거... 뭐래 뭐라고 말해야 해????

 

암튼 굉장히... 뭐라고 쓸 수도 없다. 프라이버시라서. 그냥 노인 문제에는 내가 전혀 알 수 없었던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고 어느 한 부분도 낭만적으로 생각해선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뭐라고 해야 돼??? 몰라ㅜㅜㅜㅜ

 

예전에도 쓴 적이 있는데 했던 얘기를 무한 반복하는 것... 정말이지... 견딜 수가 없다. 하루에 몇 번 마주치지도 않는데 어느 하루 빠짐없이 똑같은 얘기 뿐이라면. 그리고 어느날 함께 있는 시간에, 지난 번에 함께 있었던 때 이미 수십 차례 했던 얘기를 똑같이 반복한다면. 진짜 짜증이 난다. 하루에도 그냥. 할머니가 말 거는 것만으로 화가 치민다. 올초부터 같이 지내면서 집에 같이 있는 대부분의 날들에 항상 하루도 빠짐없이 똑같은 말을 하는 할머니가 너무 짜증난다.

 

그리고 그런 할머니를 나보다 더 많이 겪어야 하며, 그래서 더 많이 화나고 그래서 더 많이 할머니에게 부당하게 대하는 어떤 가족을 보면 더 화가 치민다. 그리고 이 문제는 나에게 너무 스트레스고 내가 이런 문제로 스트레스를 겪을 줄은 생각도 못해서 너무 더 스트레스다<

 

할머니는 너무 부지런하셔서, 하지 말라고 해도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시는데, 할머니는 세제를 안 쓰고, 설거지를 하면 안 하는 것보다 지저분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설거지를 하면 지저분하다는 얘긴 할머니에게 굉장히 모욕적인 거다. 그래서 모두 돌려서 말하며 하지 마시라고 하고 짜증도 내는데 밥먹자마자 설거지가 안 되는 상황이 할머니에겐 이해가 안 가는 거 같다.

 

허리가 아프고 무릎이 아무리 아파도 손걸레로 마루를  매일매일 훔쳐야 직성이 풀리시는데, 그 손에 힘이 없어서 걸레는 오히려 더럽고, 그렇지만 누구도 그 걸레를 항상 깨끗이 해놓을 만큼 부지런하지 않고 그렇게 하래도 그러고 싶지도 않고.. 가끔 밥먹을 때 내 다리 아래로 머리를 들이밀고 꼼꼼하게 빼놓지 않고 청소하시는 할머니가 너무 싫다.

 

뭐 그렇다는 얘길 써보았다. 또 이렇게 대충 끝냄. 근데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쓸 수 없는 이야기들이 백배는 더 스트레스라서.. 할머니가 한 달 정도 다른 자식네 집에 머무신 적이 있는데. 그땐 정말 너무 좋았다... 너무 슬프다. 잘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함께 산 우리 외할머니라면 다를까? 한 번도 친했던 적이 없고 그 많은 손주들 중 내 이름만 잘 모르던 친할머니... 아무 애정도 없는 상태에서 같이 살게 된 친할머니라는 , 근데 너무 가엾은 일을 겪고 너무너무 약한 친할머니는 근데 나에겐 스트레스일 뿐이다 못 된 나라서 더 스트레스고... 아마도 보통 착한 사람들은 괜찮을 거야...

 

갑자기 외숙모가 나에게 너가 보기엔 너네 외할머니가 약하고 불쌍해 보이겠지만 나에겐 (심한?? 뭐라 그랬더라?) 시어머니이다. 라고 말했떤 게 생각나는구나 뜬금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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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다

  • 등록일
    2010/03/25 17:55
  • 수정일
    2010/03/25 17:55
  • 분류
    우울한일기

할머니 1 : 너무 오래 살아서 걱정이에요

할머니 2 : 무슨 소리세요. 제가 텔레비젼에서 봤는데 95 넘은 할머니도 갈비 뜯으면서 정정하더구요

할머니 1 : 아 그래요.

 

 

 

할머니 1 : 너무 오래 살아서 걱정이에요

할머니 2 : 무슨 소리세요. 제가 텔레비젼에서 봤는데 95 넘은 할머니도 갈비 뜯으면서 정정하더구요

할머니 1 : 아 그래요.

 

 

 

할머니 1 : 너무 오래 살아서 걱정이에요

할머니 2 : 무슨 소리세요. 제가 텔레비젼에서 봤는데 95 넘은 할머니도 갈비 뜯으면서 정정하더구요

할머니 1 : 아 그래요.

 

 

 

할머니 1 : 오래 살아서 걱정이에요. 하긴 어디 텔레비젼 보니까 90 넘은 할머니가 고기를 뜯더라구요. 그걸 보니까 내가 오래 산 것도 아닌 것 같기도 해요

할머니 2 : 저도 그거 봤어요, 정정하시더라구요

 

 

 

표준어로 적어서 별로네... 이 얘기 듣고 웃겨서 미칠 뻔 했었는뎅.

 

할머니 1은 친할머니고 할머니 2는 외할머니시고, 위 얘기는 언니의 목격담이다. 할머니들과 얘기하면 너무 싫은 게 했던 얘기를 세 네 번은 반복한다는 것이다. 대여섯번 째 되면 심성이 착한 나도 폭발한다 아까 말했잖아!! 그만해!!!!<

 

기본적으로는 그냥 대화하는 건 나쁘지 않은데 자꾸 했던 말을 또 해서 이 부분을 인내해야만 한다. 언제나 했던 얘기의 무한 루프... ㅇ<-< 그.. 그만해!!!! 노인이라고 해서 다 참아줄 수는 없어...라는 심정으로 꽥 꽥 소리지른다. 외할머니의 표현임 꽥 꽥 거린다고 ㅋㅋㅋ

 

어째 됐든 할머니를 아무리 사랑해도 대화가 그리 즐겁지 않은 건 할머니 탓이고 할머니가 할머니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생각했었는데 위의 대화를 듣고 머리를 꽝 도끼로 맞은 듯한 깨달음이 왔따. 할머니끼리는 무한 반복해도 재미있는 거야...!! 젊은 나를 기준으로 한 번 한 얘기는 다시는 하지 않는 것이 어떤 기준이 되는 게 아니라, 나이/연령

 

그건 그거고, 4번째 얘기하게 되니까 상대한테 들은 얘기를 마치 자기가 본 것처럼 얘기하게 되는 것이 웃겨 죽겠따;;;; 앞에 한 얘기가 아예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다른 형식으로 저장되는 건가?? 이를테면 무한 반복해도 재미없지 않도록 뇌가 나름대로 각색하고 변주하는 것이지....

 

ㅋㅋ 그나저나< 아침에 우리 강경옥 선생님의 명작 <두 사람이다>라는 만화를 10분쯤 보았다. 그냥 갑자기 보고 싶어가지구...< 과연 명작이었다...<

 

아 그리고 외할머니가 친할머니에게 나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뎡야핑이 애가 참 차갑지 않냐고... 그래도 심성은 참 착하다고... 친할머니도 반쯤 수긍하면서 그래도 애들이 착하다고...... 내가 차가운 손녀구나...; 현대인이라서 그램 'ㅅ' 전화도 잘 안 하고 2달에 한 번쯤 만나고.. 집에 같이 사는 친할머니랑은 거의 안 놀고... 뭐 그런 여자임 참 나쁘다 집에 일찍 오라는 아빠의 짜증이 이해가 갈 법도 하다. 뭥미 이 훈훈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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