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 만화 두 편

개인의 생활이나 회고, 자전적 내용의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얘기하지만, 좋아하는 작품들이 꽤 있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발작]이나 [다르면서 같은]이나. 체스터 브라운의 만화들이라든가. 정말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일상툰이라는 것도 전혀 안 보는데, 취향을 뛰어넘는 작품들이 항상 존재하는 거지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
파비앵 툴메
휴머니스트, 2015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는 취향 적격도 아니고 취향을 뛰어넘는 것도 아니지만 내용에 끌려서 바로 봤다. 21번 염색체가 3개인 다운증후군 아기를 갖게 된 아빠 만화가가 아기를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지 궁금했다.

 

역시 뭐 내가 감성이 싸구려라서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사실 누구도 준비되지 않았겠지) 장애아를 갖게 된 커플이 아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별로 감동적이지 않게 그렸고... 그게 아주 좋았다. 그 지점에서 작가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을 것 같다. 분명 눈물 씨게 펑펑 흘리게 만들 수 있는 소재들... 특히 아기가 심장 수술을 해야 하고 그것을 계기로 기대했던 비장애인 아기가 아니어도 아기를 사랑한다는 걸 깨닫는 걸, 담담하다는 말도 느끼하리 만큼 고통 받고 적응되는 시간과 같은 리듬으로 그렸다.

 

책을 다 읽으면 아기의 실사 사진이 세 장이 있고, 그 다음에는 가족 사진들이 실사가 아닌 그림으로 실려 있다. 아기의 프라이버시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아기 사진을 볼 때도 그 잔잔한... 아 잔잔한 감동이란 말도 느끼하다. 어느 것 하나 대상화하지 않기 위한 하지만 부자연스럽지 않은 작가의 고민을 괜히 내가 느꼈다. 한 번씩 읽어보라고 추천함

 

유료 서비스 - 어느 소심한 남자의 사적인 경험담
유료 서비스 - 어느 소심한 남자의 사적인 경험담
체스터 브라운
미메시스, 2015

 

체스터 브라운 신간 나온 줄도 모르고 살아온 나를 질타하며 서둘러 샀는데 그냥 그랬다. 예술가가 자기만의 직관으로 핵심을 찌른다고 느끼면서도 동시에 전체적인 맥락을 뻬놓지 않고 짚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이 만화가 그랬다. 체스터 브라운의 이 작품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어쩌면 성구매자를 여전히 혐오하는 내 편견이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암튼 나는 영어를 못 하는 이주 여성이 캐나다에 와서 성노동하는 것이 '선택'이냐 아니냐로 질문을 좁힐 뿐 다른 종류의 의문은 품지 못 하는것과, 40대 구매자로서 30대 성노동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것 같고 20대는 적절하며 18세 미만과는 하고 싶지 않다는 그 소심하고도 정직한 고백이 어떤 자기만의 윤리를 드러내는지에 대한 아무 성찰이 없어서 실망스러웠다. 아니 내가 실망했는지? 하고 자문했을 때 실망할 문제인가는 잘 모르겠다 싶은데 체스터 브라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사그라든 걸 보니 이미 실망한 거지.. 만화로 자기 얘기를 담지 못 하고 뒤에 글로 길게 끄적끄적댄 게 형식상으로도 실패라고 보이고 내용상으로는 동의가 안 된다. 그럼 뭐 맨날 나랑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어야만 하냐면 그것도 또 아닌데. 헛점이 보여서 그런가... 모르겠다. 어마무지 기대하고 읽어서 그럴 수도 있다. 반년 쯤 뒤에 다시 읽어봐야지.

 


이유를 모르겠으되 둘 다 캐나다 만화라고 생각해서 제목을 북미 만화 두 편이라고 했다가 위에 거가 프랑스 만화라는 지적을 받고 두 나라를 묶어줄 다른 말을 몰라 양키 만화라 수정함...-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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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알못

결혼한 지 삼년 다 돼 가는데 아직도 ㅁ이는 빨래를 개똥 같이 넌다. 양말 팬티는 그냥 바닥에 널부러뜨리고 옷은 다 쭈글쭈글... 결혼 전에도 십년 정도 자취했잖아 근데도 집안일 너무 못해. 글찮아도 자취할 때 지 방구석 쓰레기장 만들고 빨래 거지 같이 너는 거 보고 뭐라뭐라 했더니 너랑 살면 안 그럴 거라고...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지껄였던 것 같은데 그 땐 지까짓게 나랑 살면 잘하겠지 했는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존나 못해 어디 살림 학원 있음 보내고 싶다. 지놈 혼자 살 땐 지 삶이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했는데

 

어제 오랜만에 같이 빨래 널면서 니는 수건이랑 옷 널어라 그랬는데 티셔츠를ㅋㅋㅋㅋ 아 맨날 양팔이 쭈그렁 쭈그렁하게 이상하게 양팔이 몸통에 딱 붙은 것처럼 넌다. 양팔을 넘기면 자리가 생겨서 본체도 안 구겨지게 넓게 널 수 있잖아!! 이렇게 이렇게 시범을 보여주고 해봐! 그랬더니 뭐라고 시부렁시부렁 대다가 다 널고 나서

 

니가 그렇게 불만이 많으니까 불행한 거야!
아닌데?! 나 완전 행복한데 무슨 소리야??
... 니가 나한테 불만을 푸니까 니가 행복한 거야..

이 지랄 떨고 있음 자려고 누워서는 계속 뭐래는데

나처럼 실용빨래를 해야지 너처럼 허례허식으로 빨래에 각잡고.. 군대야?

빨래를 일주일에 한 번 하는데 쫙쫙 펴서 널어야 돼..? 어떻게 해도 다 마르지 안 마르나 증발의 법칙이 있어서 다 마르지, 과학적으로 다 마르는데..

빨래를 한 번 널 때 나처럼 해서 2분씩 줄이면 빨래 50번 하면 100분을 줄이는 건데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데.

빨알못(빨래 알지도 못하는) 새끼

이 지랄 떨다 잠듬 아옼ㅋㅋㅋ  개웃겨서 받아적었다 지놈 나름대로 이케 생각하고 있구나 묘하게 이해가 가도 용납은 안 됑 개소리 지저귀는 게 귀엽긴 하다만.ㅅ. 빨래 못 널기 대회 나가면 일등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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