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람직한 BL 만화가 에스토 에무

* 아래는 일반인 읽으라고 쓰는 글이 아님....<

 

다른 변절자들을 떠올리며, 가장 바람직한 BL 만화가라고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사실 BL보다 야오이, 호모만화라는 표현이 더 좋은데 이런 노골적인 말들은 사람들이 알아도 BL 그러면 고개를 갸우뚱대며 비엘이 뭐지? 하고 뭔지 모른다는 걸 알게 됐따 ㅋㅋㅋㅋ -_- 근데 어차피 야오이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떠라?! 믿기지 않아 -ㅁ-;;;; 대명천지 21세기에 말이다)

 

한동안 한국어 발매작이 없었는데, 최근 에스토 에무 작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세상에! 순정만화나 그리고 있었던 것! 그래서 가끔 살펴보는 일본 신작란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던 거구나 하고 개분노. 역시 당신도 변절자로...

 

변절자라고 하면, 일단 성공해야 변절자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국민만화가 지존급이 된 요시나가 후미와, 이젠 야오이는 다신 안 그린다고 선언한 나름 잘나가는 변절자 미즈시로 세토나가 먼저 떠오른다. 후자의 미즈시로 변절자는 그래놓고는 성인여자만화용으로 부도덕한-ㅁ- 남*남 커플을 그리기도 했다. 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야오이는 퀴어만화랑 절대로 다르다. 미즈시로 여사는 원래 약간 퀴어삘 나게 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것은 명백한 야오이였다!!!! (보면 안다;) 그 뿌리가 어디 가겠냐고!!!! 왜 변절은 하고 그래 근데!!

 

접때 박무직씨가 자기 블로그에 공개한, 글고 그 댓글로 달린 내용들을 보니 잡지 시장에서 야오이 작가가 결코 페이가 순정에 비해 적은 것은 아닌 듯 했다. 그러나 수용자의 폭이 다르기 때문에 단행본 수익이 비교가 안 되겠지..........

 

성공한 변절자 요시나가 후미는 호모 욕망을 참지 못 하고 동인지를 그려대기는 하였으나 (그 싹이 [서양골동품양과자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요즘에는 그런 소식도 통 들어보질 못 했고... 여담으로 슬램이랑 양과자점 동인지를 아직도 못 구했다 ㅜㅜ 옛날 시장 죽순이 시절에도 못 구했으니... 아니 매물은 있는데 셋트로 안 나와!!! 괜히 찔끔찔끔 샀다가 셋트로 나오면 대망이라고 안 샀는데 후회된다 ㅜㅜ 빨리 정발본으로 나올...리는 없겠지 -_-

 

다른 변절자들은 패스하고; 아 그 전에 약간 나의 이중적인 태도는 비난받을만 하긴 하다. 야오이로 시작한 작가가 순정 그리면 대분노하지만 이마 이치코처럼 둘다 균형 있게 그려대는 작가는 그러거나 말거나 화나지도 않고... 아니 요시나가 후미처럼 하드코어하게 마음을 후벼파는 게 요즘에 없다고 그런 작품이... 게다가 야오이는 그나마 괜찮은데 요시나가 후미가 그리는 순정물은 존나 가부장적이란 말이다. 몰라 이젠 오오쿠도 안 보고 순정은 전혀 안 보....지만 아...!!!! 내가 이렇게 요시나가님 비난할 계제는 아니구나!! 왜냐하면, 그래도 본령을 잊지 않고 자기 취미인 요리까지 곁들인 만화 [어제 뭐 먹었어?]도 내주고 있으니 말야!!! 그만 까자...; 참고로 쿠사마 사카에는 그림을 잘 그려서 야오이도 꽤 좋지만 순정 단편집 하나 나온 게 더 좋았다...; 야오이는 항상 1프로가 부족한데 순정은 기냥 따뜻하고 잘 그림<

 

암튼 중요한 건 에스토 에무는 성공가도를 나름 달리는 듯. 이 만화가 대단해에도 뽑히고. (이 만화가 대단해 그거 나에게는 하등의 도움이 안 됨 메이져 취향이랑 너무 달라 나는..-_-) 최근 한국에 발매된 [우동 여자]도 괜찮았고, [분발해, 켄타우로스! ]도 괜찮았따. 괜찮긴한데 이런 얘기는 야오이로 그려도 되는 건 아니냐고!!! 아오!!!! 특히 켄타우로스는 기냥 완전 야오이 소재 아니냐고!!! 이러면서 울부짖었는데 곧이어 나온 두 편의 야오이 중 한 편이 바로 이 켄타우로스를 다룬 ㅜㅜㅜㅜㅜㅜ 야오이였음 ㅜㅜㅜㅜㅜ 에스토 에무 만세 ㅜㅜㅜㅜ

 

 

equus 에쿠스
equus 에쿠스
에스토 에무
삼양출판사(만화), 2012

제목은 노멀한 차 이름이지만 그림만은 에로해

 

나는 수간 쪽은 영 싫어해서 근데 동물이라기는 뭐한 ㅋㅋㅋㅋ 어쩜 좋아 두근두근대면서 봤었닼ㅋㅋㅋ 아 조으다. 만화평을 쓰고 싶은 건 아니고; 같은 소재로 순정과 야오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에스토 에무는 장차 만화가들이 따라야 할 전범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에쿠스를 본 뒤로 계속 해와서 써보았따<

 

+ 추가

 

메이지 카나코의 경우 하드코어만 그리니까 가끔 동인지로 새롱새롱 순수한 걸 그리기도 한다. 이런 자세를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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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구리고 앉아서..

  • 등록일
    2012/10/22 19:22
  • 수정일
    2012/10/22 19:22
  • 분류
    우울한일기

나는 어릴 때 외할머니랑 많이 같이 살았다.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도 몇 년은 같이 살다시피 했다. 고등학교 때는 나 불쌍하다고 매일같이 고기를 해먹이고 그래서 나랑 참 잘 지냈지만-_- 이십 살 넘으니까 왠지 할머니가 사사건건 맘에 안 들고 할머니도 나를 금쪽같이 이뻐하던 자세는 어디 가고 맨날 짜증내고... 기억도 안 나는데-_- 갈등이 디게 심했다. 내가 막 나가라고 개지랄 떨고......;;;; 존나 사과했었음;;;;

 

내가 초등학교 때 운동회를 따라다닐 때 할머니는 50대 초반이었다. 이 생각을 하면 우리 할머니는 왜 그렇게 빨리 늙기 시작했을까 서글프다. 내가 모르는 할머니의 여러 생활이 있었음을 알지만... 아니면 당시 사회상이 여자를 빨리 늙히는 것이었을 수도 있고. 드라마 감독들이 여자 배우를 너무 빨리 늙힌다는 비판은 옛날에 들었었는데.

 

할머니는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오랫동안 혼자 살다가 최근 몇 년 사이 외삼촌이 모시게 되었다. 삼촌은 말할 것도 없고 외숙모의 고생은 이루말할 수 없다. 할머니는 아무데나 막 막 막 가 버린 뒤 길을 잃고는 경찰차를 타고 온다고 한다. 나는 그 얘기가 퍽 재미있고 유쾌하게 들렸지만 매일 경찰과 대면해야 하는 동거가족들에게는 웃을 일이 아니었다.

 

정말 매일매일 그렇게 돌아다니며 길을 잃어도 저녁에는 경찰차를 타고 돌아오던 할머니가 어젯밤에는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많이 걱정했다. 나도 걱정이 너무 되면서도, 괜찮을 거라고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불길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길래. 그래서 마음이 계속 무거우면서도 괜찮을 것 같았다. 가족들도 할머니가 연락처가 적힌 목걸이같은 걸 갖고 있어서, 무슨 일 생겼다면 오히려 연락이 빨리 왔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모두 불안해했다.

 

암튼 손녀의 삘로 왠지 괜찮을 것 같았는데 매우 늦었지만 부천까지-_- 대체 어떻게 간 건지, 부천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걸 누군가 발견해서 신고했다고 무사히 돌아왔다고 한다. 2시 가까이 된 시각이었다. 이 얘기를 듣고 쪼그리고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불안하지 않았을지 오히려 더 걱정이 되고 슬펐다.

 

할머니는 약간씩 치매 증세를 보이고 있다. 치매는 정말이지 할머니의 가장 고집스럽고 그악스러운 점이 극대화되게 증세를 드러내고 있다. 매우 약해졌는데도... 할머니가 보는 세상은 예전이랑 많이 다른 걸까? 부천까지 가서 뭘 한 걸까? 파출소를 찾다가 실패해서 쪼그리고 앉아 있던 걸까? 길가는 아무한테나 자기 파출소 데려달라고 말하는 철판 깐 할머닌데, 왜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거기 있었던 건지... 그 오랜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지 상상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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