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

  • 등록일
    2009/08/27 16:23
  • 수정일
    2009/08/27 16:23
  • 분류
    진보불로깅

글쓰기라는 행위가 무거운가.

 

무거운 형식이긴 하다. 트위터처럼 글쓰기 창을 따로 열 필요없이 따다다다다 써서 엔터만 누르면 된다면, 글쓰기가 훨씬 가벼울지도 모른다. 트위터의 글자수 제한이 오히려 부담을 덜어주고 하고 싶은 말을 막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거 신기하다.

 

그러니까 글쓰기를 가볍게 해 주려면 글쓰기창이 마치 덧글창처럼 바로 보이는 게 좋겠다. 어딘가 그렇게 하는 사이트가 있다 불로그는 아니고. 참 괜춘

 

주제별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는데 걱정이다. 과연 사람들이 가볍게 쓸까? 왜 진보불로그는 특히나 가벼울 수 없는 거지-_-?

 

주제별 커뮤니티라면 이글루의 밸리 말하는 거다. r관심 분야에서 주로 노는 거지. 내가 지금 생각해본 건 자전거 / 농사 / 영화 / 만화 / 성 / 야구(스포츠) / 노동 / 마르크스 / 권 비판 / 요리1 / 여행 / 창작 / DIY 정도.

 

방문객들에게 안내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진보불로깅을 부담없이,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가 오갈 공간이니까 주제가 꼭 큰 분류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로거진이나,불로그홈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진보불로거들이 주제별로 모아서 보는 페이지에는 부담을  안 느낄까? 

 

예를 들어 내가 마르크스에 대한 웃긴 그림을 그렸다면. 몇 번 그렸는데;ㅋ 진보불로거들이 그걸 과연 '마르크스'라는 제목을 가진 공간으로 보내겠냐는 거다. 물론 나는 보낸다 ㄱ-

 

영화에 대한 것도 이러저런 영화를 봤다 별로다 할 말 없다, 정도로 본인 판단에 '내용없는' 글을 썼다면 그걸 영화에 보내겠냐고. 안 보낼 것 같다... ㄱ-;;;;

 

진보불로그를 무거워 하지 않고, 글쓰기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쓸데없는 글이라고 미안해하지 않고, 말이 오해가 될까봐 소통에 주저하지 않고, 개인적인 글이라고 안으로 닫히지 않고, 자기검열하지 않고 불로깅 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때로는 섬세함과 배려가 소통을 막는다.

 

기존 진보넷의 메타불로그였던 풀로그가 이번 개편에 진보불로그에 흡수된다. 어차피 좌빨불로거들이 올 공간이지만-_- 내가 기대하는 것은, 진보불로거들이 불로깅할 때 진보불로그 외의 다른 블로그 공간을 진보불로그 첫화면을 통해 들어가보고, 불로깅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주제별로 글을 모아서 보는 페이지를 통해 소위 비-운동적인 이야기들도 막 넘쳤으면... 그래도 된다.

 

이렇게 말로 정리 안 해 놓으면, 기억이 안 난다.

;

 

 

그건 그렇고 자기의 피조물에 대한 애착같은 게 있는 것 같다. 나는 저자와 텍스트의 관계를 죽어도 떼어놓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 내가 쓴 글이나 그림 등에는 쏘쿨하다. 내가 쓴 글 중에 재미없는 게 있고 이상한 게 있어도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강한 신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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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매주 이주의 요리왕을 뽑으면 좋겠다. 그 첫번째는 내가 돼야 해... 이글이글 캬캬텍스트로 돌아가기

첫사랑

  • 등록일
    2009/08/27 15:46
  • 수정일
    2009/08/27 15:46
  • 분류
    추억팔이

중학교 때는 서태지에게 영혼도 나눠줄 만큼 빠순이였고

횟집 주방장 아저씨를 사모해서 싫어하는 버스를 한 시간씩 타고 매일 얘기하러 가기도 했는데

그래도 첫사랑은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ㅈㅎ 언니라고 생각된다.

 

별로 미녀는 아니었는데

그 때 내가 좋아했던 사람은 다리가 길고,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었는데 거기에 완벽히 들어맞았다.

 

노래할 때 마이크를 먹는 걸 보고 항상 마이크 먹지 마세요.. 그랬었다

막차를 타기 위해 합주실을 나서면서 노래하는 언니에게 입으로 뻥긋뻥긋 '먹지 마세요'

 

다리가 길어서 청바지를 입으면 캐간지났다

 

갑자기 생각나네 캐간지 개미녀 개이뻐

 

개이뻐

(출처 :맵더소울)

 

나름 학교에서 스타였는데 나는 몰랐다. 언니는 내 얼굴이 익숙하다고 했따. 점심먹고 운동장 도는 풍습이 학교에 있었는데 운동장에서 본 거 같다고...; 자기가 계주 우승했었다고 못봤냐고도 했다. 근데 전혀 몰랐다

 

같이 마니또를 하는데, 나는 언니를 집으려고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근데 언니는 우연히 나를 집었다. 그래서 서로 마니또가 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그 언니의 1년 학교 생활 내내 아침의 쥬스를 매일같이 사다 바쳤다.

 

상명하복이 엄격하던 고딩 시절, 부조리하게 혼내길래  대들었다가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었다. 울면서 전화로 사과했는데 사과는 정말이지...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좋아하니까 사과하는 거지 잘못했단 맴이 초큼도 안 들었다

 

언니가 졸업하고 한참 지난 어느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밖에 지나가는 언니를 봤다. 창문을 열고 ㅈㅎ 언니! 하고 불렀다. 언니는 돌아보고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골목으로 사라졌다. 나는 내릴까 어쩔까 맹렬히 고민했는데, 내린 것도 같고 안 내린 것도 같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참 맹렬히 좋아했는데, 연애에 대한 가능성을 꿈꾼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좋아할 가능성이 전혀, 전혀 없어서 맹렬히 좋아했다. 편지도 100통 넘게 썼는데-_-;; 고삼한테 무슨 짓이야; 내 편지가 재밌다고 그래서 미친듯이 썼던 거지 고삼이라고 해도 뭐 대학은 안 갔으니까...;

 

아마 그때 핸드폰이 있었다면 계속 연락하다가, 적당히 연락이 끊겼겠지. 그럼 강한 추억이 아니라 생각나도 데면데면한 관계가 됐을지도. 지금도 전철을 탈 때, 거리를 걸을 때, 혹시 저 사람인가 꼭 돌아보게 된다.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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