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의 아이들(영화봄)

예닌에서 아이들과 연극을 하며 저항정신을 일깨우는 아나와 아이들을 아나의 아들 줄리아노가 찍은 영화.

영화는 아이들이 연극학교를 다닐 시점, 아나가 암에 걸려 마지막으로 청소년이 된 아이들을

만나러 온 5년 후의 시점, 아이들이 어른이 된 현재까지의 세 시점에서 진행된다.

연극을 통해 자신들의 분노를 표현할 줄 알게 되고, 그 분노를 방향성 없고 목적성 없는 위험한

분노가 아닌 의식적 분노로 만들어가는 아이들은 훗날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의 주역들이 된다.

 

 

 

유셰프는... 어린 시절 가장 밝고 웃긴 애라는 평이 자자하던 유셰프는 학교에서 어린 소녀가 폭탄에 피를 흘리며 방치되어 있는 것을 구해서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소녀는 사망하고, 이에 충격받아 말도 없고 웃지도 않게 된다. 그의 형은 집안에서 죽었다는데(아마도 이스라엘 군에 의한 듯) 그 뒤로 자신은 죽은 거와 다름없다면서 이렇게 된 것 혼자 죽지 않겠다고 했단다. 저들을 데리고 죽겠다고 했단다.(모두 마흐무드와 다른 한 친구의 회상) 그리고는 자살테러를 감행한다. 이스라엘 시가지에 차를 몰아 무차별사격을 한 것이다. 그 역시 경찰의 총에 맞고 사망한다......

그곳은 항상 전시상태다. 전쟁을 겪으면서 사람은 미치거나, 죽거나. 반드시 선택을 강요당한다. 왜 자살공격을 했을까. 왜. 왜. 그것이 아주작은 구멍조차 뚫지 못할 것인데. 너를 죽이고 내가 살 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내가 죽으면서 감행하는 그 마음은 얼마만큼의 절박함인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가. 왜?

이스라엘 민족은 악한 민족일까? 2000년 전 하나님께서 팔레스타인 지방을 아브라함에게 주셨으니 마땅히 우리의 땅이라고? 그것이 모든 이유일까? 오래도록 탄압받은 나라없는 민족의 설움이 사무쳐서 누굴 희생해서라도 국가를 만들려는 걸까? 이유없는 탄압을 받으며 살아온 수천 년을 그 탄압과 아무 관계없는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에게 풀고자 하는, 악의 집단인가?

어찌 신을 섬기는 자들이 통틀어 악마들일까. 그렇지 않을 거다. 뭔가 더 구체적이고 집요한 이유가 있을 거다. 지금은 모르겠다. 그 민족의 한을 끌어내고 그로서 다른 민족을 죽일 수 있는 원동력을 끌어낼 수 있는 그걸 모르겠다.

 

영화를 보면서 든 나의 어처구니 없는 생각은, 이스라엘에도 아름다움은 피어날텐데 도저히 참을 수 없다였다. 그들도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들은 순진무구할 것이며 새로운 예술작품이 나오고 경건한 신의 음성을 듣고 꽃을 사고 책을 읽고 감명받고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할텐데 그래도 되나? 그런 걸 누려도 되냐?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나는 누려도 되는가? 수없이 만들어내는 나의 합리화합리화. 아 그만! 또 미친다 미쳐~~~ 꺄악

아 맞다 소로우가 모든 걸 할 수 없다 그랬잖아 할 수 있는 것만 할 거라고 그랬잖아 아 씨발 그래도 괴로워 썅썅썅썅썅썅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ㅇ

 

음... 아 이런 미친 슬픈 얘기하다가 완전 돌아버렸네. 쐉

 

아시라프도 시가전에서 죽고... 알리와 자카리아가, 알리는 항복을 했었고 자카리아는 숨었었다고 서로 비난을 한다. 알리의 어머니는 나의 목숨과 집을 담보로 알리에게 이스라엘군이 항복을 강요할 경우 나는 그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고 한다. 죽으면 죽었지 절대 항복할 수 없다고 한다. 알리는. 어른이 되어 인터뷰까지 했는데. 얼마 후에, 아이 아버지가 된 일주일 후에. 전사자들의 사진란을 장식한다. 아이를 안은 모습으로.

 

나같으면 항복한다. 뭐 어때 또 싸우면 되지. 감옥 안에서 할 수 있는 거 하면 되지. 김산이 살아남는 것이 스스로 목적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거라고 그랬는데 그렇게 보지 말아야 하지 않나. 그거 혹시 선민사상으로 뒤덮인 엘리트의식 아닌가. 한 명이라도 살아남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지. 죽기는 왜 죽어. 아 죽는 거 정말 싫다.

살아남은 마흐무드는 집에 있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죽어나갈 때 집에 있었다고 한다. 유셰프의 자살공격에 대한 의견을 물을 때 그는 자신이 없다. 자기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는 죽음이 두렵다. 그의 어머니는 자식을 영웅이라 말한다. 그 앞에서 마흐무드는 짜증을 낼 뿐이다.

토지를 읽다보면 당연히 독립에 마음으로는 투쟁하지만 실제로는 착취당하고, 굴복하고 순응하면서 사는 서민들이 많이 나온다. 용기없다고 비난하지 말지어다. 거대한 폭력 앞에 무릎 안 꿇는 사람이 대단한 거다. 마흐무드가 너무 부끄러워하지 말았으면.

 

아아으 팔레스타인 평화 연대에 올릴라고 쓴 글인데 도저히 안 되겠다. 아유 수준 이하얌.

근데 너무 좋은 영화는 감상편이 그지같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정리가 안 되서 그렇지 뭐-_-

아 맞다 청소년이 된 아이들을 감독이 인터뷰할 때, 아이들은 줄리아노 형(감독)이 유태인 첩자인 줄 알았다고 고백한다. 형제라는 아랍인들도 우리를 무시하는데 유태인이 우릴 도울 리 없다고 생각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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