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로다

  • 등록일
    2012/10/04 00:09
  • 수정일
    2012/10/04 00:09
  • 분류
    우울한일기

5.

 

내 방은 할머니가 쓰고 계시다. 가끔 방에 가서 책장을 구경한다. 예전에는 어느 책이 어디 박혀 있는지, 어느 박스에 들어있는지도 정확히 기억했는데 지금은 중구난방이 된 책장에서 원하는 거 찾기가 힘들다.

 

책장 틈새에서 [오오후리]를 보던 2009년에 산 동인지가 나왔다. 오랜만에 흐뭇하게 읽다가... 이 책 커플링이 미하베라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아베미하 지지자였던 내가 이걸 왜 샀던 걸까... 알 수가 없음이야. 리버스를 언제나 지지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이건에서는 무조건 아베미하인데...-_- 그림이 예뻐서 샀던 건지 원..

 

4.

 

추석에 큰외숙모 댁에 갔다가 [써니]라는 영화를 같이 보게 됐다. 자다 깨서 보니 예쁜 여자애들이 잔뜩 나오네. 여기서 가장 울컥했던 것은 소녀들이 대형사고 뒤에 선생한테 뒤지게 맞는 장면이었다. 내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와 무관하게 내가 저항할 수 없는 폭력에 일방적으로 당하는 거.. 이런 게 너무 싫다. 사실 짧은 선생 폭력 씬에서 항상 발로 남을 까기만 하던 대빵은 울며 가장 약한 멤버를 끌어안고 있을 뿐 직접 맞는 씬은 안 나온다. 그렇게 센 애가 맞는 장면은 별로 그림이 안 되니까.. 그런 내용이 아니니까.. 암튼 영화와 별개로 울컥했다.

 

전국에서 가장 공부 못 한다는 인천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서 그런 건지, 내가 운이 좋았던 건지, 다른 지방에서 중고등학교 나온 애들에 비해 우리는 거의 맞지 않았다. 때리면 교육청에 찔르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선생을 본 일은 없다. 다만 중학교 때 수업 한 번 빼먹었다가 뒤지게 맞은 적이 있는데.. 물론 빠따 미였음.. 암튼 그때 나를 때린 담임쌤을 너무 싫어하게 되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 신입생들 구하러 공식 미션을 가지고 중학교를 방문해서 마주친 담임은 더이상 나를 때릴 수도 없고 나한테 의미도 없는 존재여서 기분이 이상했다. 어색하게 웃으면서 인사하는데 나는 화가 나지도 않고 아무렇지 않지도 않고 묘한 기분이었다. 얼마전에 친구 연락처를 찾으려고 십년도 더 된 메일함을 뒤지는데 그때 그 쌤이 나한테 메일 보낸 게 있었다. 중간에 자기 교육 인생에서 나만큼 때린 애가 없었다고 그래서 나를 기억한다고 그러는 대목이 있었다. 그 선생님은 나중에 암에 걸려서 그렇게 뚱뚱했던 몸이 홀쭉해졌다고 하는데.. 미국에 치료받으러 갔다고 듣고 그 다음은 모르겠다.

 

암튼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관계 없이 나를 짓밟을 수 있는 일방적인 폭력. 아직도 치가 떨리게 싫다. 학생 패는 선생들 다 패버리고 싶었던... 그래 그런 기억도 있다. 친구가 학교 때려치고 각목 들고 와서 몇 선생 죽도록 패겠다고... 걔의 손을 붙잡고 멋있다고 제발 그래 달라고........-_- (둘 다 잘 졸업함)

 

3.

 

너무 우울하다. 사실 지금 너무 우울하다. 너무너무 우울하다. 누군가 많이 아픈데... 사회주의 새 세상... 얘기하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어떤 다른 세상이 와도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겠지. 참 뭐라 할 말이 없네.

 

2.

 

추석 연휴에 일을 할 생각이었는데 하나도 안 했다. 노느라 안 한 건 아니고... 아무 아이디어가 없네. 꿈에서도 계속 일했는데 그래도 아이디어가 없다. 아무 아이디어가 없다. 아무 생각이 없다.

 

1.

 

왜 오 번부터 번호는 매기고 지랄이야 할 말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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