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동일성의 경계

타자와 폭력을 며칠 전 다시 재밌게 읽고 자꾸 생각이 나서 써봄 (근데 뭐 꼭 글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라 송구...<)

 

나의 운동은 그런 것이 아니지만, 개인으로써의 나에게는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그게 운동도 침범할 수도 있는 거지, 내 운동은 안 그렇다고 말할 순 없다. 다짜고짜 결론부터...<

 

나는 어릴 때부터 소위 거지를 정말 미친듯이 싫어한다. 전철에서 같은 칸에 있는 것도 싫다.

 

이 혐오의 기원을 곰곰 따져봐도 알 수가 없었지만, 지금도 정확한 건 아닌데, 자기 동일성이 파괴되는?? 그런 건가 의구심이 듬

 

다른 인간들보다 차별을 안 한다는 건... 그냥 내가 정치적으로 단순히 올바름을 추구해서가 아니고 진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주해 왔다고, 장애가 있다고, 나이가 어리다고, 차별하는 마음이 드는 게 이상하다. 동물이라서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그래서 인간이 우위에 있다고 그런 생각이 안 든다.

 

그것은 내가 나와 동일하게 인식하는 범위가 넓어서가 아닐까? 그러니까, 나는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대부분의 집단, 사람들, 동물들의 상황을, 비슷하게 겪어본 적 없는 상황도 쉽게 상상하고 감정이입하고, 마치 나자신의 일처럼 여기곤 하는데, 그게 바운더리가 넓은 편일 뿐인 게 아닐까? 이들은 나의 동일성 범위 내에 있는데, 그 밖에 있는 거지는 그 범주 바깥에 있는 건 거지.

 

2003년에 이라크 침략전이 한창일 때 나는 그게 너무 슬펐다. 한국 사람들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이라크인 친구 한 명만 있었어도 절대로 파병하게 둘 리 없다고. (뭐 꼭 그렇지도 않을 거임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고). 친구라는 건 '나'의 확장으로 누구나 쉽게 여길 수 있으니까... 이걸 뭐 운동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 게 아니고 -_-

 

아무튼 나도 내가 왜 그렇게 거지를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_- 나쁘다ㅜㅜ 근데 좋고 싫은 건 진짜 내 맘대로 안 돼... 내게 다른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옳지 않다고 지적하는 부분들은, 방어전에서는 실패해도,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어서 완전 수긍-_-은 않는데 이 부분은 좀 아니 많이 크리티컬하다. 나도 영문을 모르니 방어불가

 

내일 밀양 가야 하니 집에 돌아가야긔.. 하나만 더 쓰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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