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어김 없이 겨털

아까 내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체면을 중시하는구나, 정말 그냥 말 그대로 체면을 말이다. 그렇게 느꼈는데 뭔지 기억이 안 나네 그래서 남의 체면 안 서는 것도 너무 짜증나고 나도 쓸데없이 체면도 차리고 그랬는 듯 암튼

 

또 여름이 왔다. 예전에 겨털을 기르기로(?) 결심했다가 몇 년 뒤에는 다시 자르기로 결심했는데 그래서 제모 수술도 생각했는데 병원 가기도 레알 귀찮고 돈도 아깝고 아프다 그러고 그래도 한 번이면 하겠는데 몇 번이나 해야 된다 그러고 심지어 내 친척동생 귀요미는 열 번 했는데도 아직도 자라난다고 꺄-ㅁ- 그래서 안 했는데

 

그렇다고 겨털을 성심성의껏 깎을 만큼 부지런하지도 않고 그래서 항상 어정쩡하게 있따가 저번에 마지막 민소매 입을 때 팔을 다물고(?) 있으면 안 보이는 길이라서 안 잘랐었고 그 뒤로 잊고 있따가 일요일에 퀴어문화축제 가는데 민소매를 입었다. 전날인 토욜에는 오랜만에 집에서 뒹굴며 전혀 씻지를 않았지만 아 내일 겨털 깎고 나가야지~ 생각했으나 막상 다음날 씻을 때는 까먹고 나와서 몸을 다 닦았는데 생각이 난 것이다. 몸이 젖은 상태면 몰라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냥 안 깎고 나갔다. 그랬더니 지하철에서 온 정신이 겨털에 쏠리게 되고, 괜히 그러니까 더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는 것이었다. 겨땀 냄새는 그냥 내 냄새다 여튼

 

뭔가 멍충이 같지만 퀴퍼에서 팔을 쳐들 때도, 어차피 여기서는 누가 볼까봐는 아니고, 왜냐면 거기는 다양한 다름들이 만개하는 자리가 아니던가, 이 겨털 정도는 아무도 신경을 안 쓰지 그래서 지하철에서 남들 눈 신경 쓰이는 그런 차원은 아니고 그냥 나 스스로 신경이 쓰여서 다른 이들의 겨드랑이를 유심히 보았지만 겨털이 솟아난 사람은 못 봤다. 나도 아직은 팔 접었을 때 그럭저럭 감춰지는 길이기도 하고 아주 막 그냥 발산한 건 아니다.

 

겨털에 대해서는 어째 확실히 마음이 서지 않는다. 일욜에 집에 돌아와서는 생각나서 깎았다. 하루가 지났더니 겨드랑이에 털이 짧게 돋아서 따가웠다. 수염난 얼굴이랑 키스할 때 부딪치는 그런 느낌으로.. 으 너무 싫어 그거보단 부드러움 암튼 포인트는 내가 겨드랑이털이 추하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뭔가 남들이 이상하다고 해도 뭐 어때? 싶은 것들이 있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하지만 옛날에도 썼는데 탕웨이 겨털도 예뻤고 뭔가 얇고 짧고 색깔도 옅은 그런 겨털들은 괜찮다 나랑 숯이 같거나 많고 막 그러는< 겨털을 보면 아이구 참 그것도 알몸일 땐 괜찮은데 옷 입고 삐져나오면 그게 그렇게 추할 수가 없다.

 

하지만 겨털 깎는 것도 귀찮고 지 몸뚱이 지가 알아서 하는 거지 사회적으로 피해만 안 끼치면 되는 건데 근데 이게 뭐라고 이게 이렇게 싫은 건지 참나원

이번 여름도 어정쩡하게 지낼 것 같다. 아무래도 평생 이럴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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